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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 두 제국의 알고리즘

Ch.9: 14억의 데이터 — 중국이 AI 응용에서 강한 이유


도입부

선전(深圳), 2025년 1월. 오전 7시 12분.

28세 직장인 샤오리(小李, 가명)의 알람이 울린다. 그는 눈을 뜨기 전에 이미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도우인(抖音)을 연다.

화면이 켜지는 순간, 어젯밤 그가 3초 이상 머문 영상들이 이미 분석되어 있다. 그가 소리를 켠 영상, 반복 재생한 영상, 저장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0.3초 멈췄다가 뗀 영상. 이 모든 행동이 바이트댄스(字节跳动, ByteDance) 서버에 기록되었다. 오늘 아침 피드는 어젯밤의 샤오리가 설계했다. 그는 그 사실을 모른다.

7시 35분. 아파트 단지 앞 노점. 쌀죽 한 그릇, 5.5위안(元/CNY). 유탸오(油条) 하나, 1위안. 샤오리는 현금을 꺼내지 않는다. 위챗페이(微信支付)로 스캔한다. 0.3초. 거래가 기록된다. 시간, 위치, 금액, 상호(商號). 이 6.5위안짜리 아침 식사가 텐센트(腾讯, Tencent) 서버로 전송된다.

8시 04분. 지하철 3호선 환승역. 개찰구 위의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읽는다. 0.1초. 문이 열린다.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이 카메라는 하이크비전(海康威视, Hikvision)이 만들었다. 오늘 이 역을 통과한 수만 명의 얼굴이 기록된다.

9시 15분. 회사 입구. 또 한 번. 12시 22분. 편의점 셀프 계산대. 또 한 번. 오후 4시, 병원 대기실. 또 한 번.

퇴근길, 타오바오(淘宝)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러닝화 광고가 도우인 피드에 뜬다. 샤오리는 잠깐 멈춘다. 3.2초. 그것도 기록된다.

하루가 끝난다. 샤오리의 위치 궤적, 소비 패턴, 시선 방향, 관심 상품, 이동 속도, 감정 반응이 수십 개 AI 시스템의 훈련 데이터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데이터를 팔지 않았다. 그냥 살았을 뿐이다.


"중국에 데이터가 많다."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하다. 14억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 데이터가 충분하지는 않다. 인도도 14억이다. 나이지리아도 인구가 많다. 데이터의 양만으로 AI 우위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 챕터의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중국 데이터의 무엇이, 어떤 구조를 통해, 어떤 종류의 AI 역량으로 전환되는가? 그리고 그 역량은 어느 조건에서 실제 경쟁 우위가 되고, 어느 조건에서 과대평가된 신화로 판명되는가?

샤오리의 하루를 세 겹으로 해부한다. 결제 데이터, 이동 데이터, 행동 데이터. 이 세 레이어가 어떻게 중첩되어 "인간 행동의 디지털 복제본"에 가까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그 복제본이 어떻게 AI-감시 공생의 순환 구조 속에서 증폭되는지. 마지막으로, 중국이 선택한 전략 — "세계 최고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AI를 10억 명에게 배포하는 것" — 이 왜 특정 조건에서 "프론티어 AI를 100만 명에게 파는 전략"보다 더 큰 경제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1권의 언어로 말하면, 이것은 실행 레이어와 설계 레이어의 국가 단위 분기(分岐)다.


섹션 A: 데이터 호수의 세 겹 — 결제, 이동, 행동

레이어 1: 결제 데이터의 완전성

항저우(杭州). 알리바바(阿里巴巴, Alibaba) 본사에서 도보 15분 거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 골목.

호떡 한 장. 2.5위안. 꼬치 두 개. 8위안. 생수 한 병. 3위안.

상인은 손뼉만 한 코팅지를 카운터에 붙여놓았다. 알리페이(支付宝, Alipay) QR코드. 웨이신(微信, WeChat) QR코드. 관광객 한 명이 지갑에서 100위안짜리 지폐를 꺼낸다. 상인이 고개를 든다.

"QR 있어요?"

그 상인에게 현금은 귀찮다. 거스름돈을 준비해야 하고, 은행에 입금해야 하고, 계산이 복잡해진다. QR은 즉시 정산되고 기록이 남는다. 그래서 세금 신고도 쉽다. 지금 이 골목의 모든 거래가 알리페이·위챗페이 서버에 실시간 전송되고 있다.

이것이 중국 데이터 우위의 첫 번째 레이어다. 완전성(completeness).

미국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는 추적된다. 하지만 현금 거래는 추적되지 않는다. 미국 결제 시장에서 현금의 비율은 아직 15~20%다. 소규모 자영업, 팁, 벼룩시장, 길거리 음식. 이 거래들은 데이터로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다르다. 사실상 모든 거래가 디지털로 기록된다. 노점상, 사찰 헌금함, 길거리 구걸까지도 QR코드가 붙어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결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면서, 중국의 소비 데이터는 전 인구의 거의 완전한 기록에 가까워졌다.

AI 훈련에서 완전한 데이터는 편향된 표본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 신용카드 사용자만의 소비 패턴을 학습한 추천 알고리즘과, 현금 노점상 이용자까지 포함한 전체 소비 패턴을 학습한 추천 알고리즘은 근본적으로 다른 모델이다.

단, 여기에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중국의 결제 데이터는 완전하지만, 동질적이다. 위챗페이·알리페이 에코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거래만 기록된다. 중국어 사용자, 중국 내 소비, 중국식 소비 패턴. 이 데이터는 글로벌 다양성이 없다. AI가 중국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에 쓰인다면 이 한계는 약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AI를 글로벌 서비스에 적용하려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 데이터의 강점은 다른 곳에 있다. 영어 기반 글로벌 인터넷 — 위키피디아, 레딧(Reddit), 커먼 크롤(Common Crawl) — 은 수백 개 언어, 수천 개 문화권의 텍스트와 지식을 담고 있다. 다양성과 깊이의 조합. 만리방화벽(防火长城) 안에서 검열된 중국어 인터넷은 이 다양성을 갖지 못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 — 천안문, 신장, 대만 — 에 관한 데이터는 구조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이 대비는 단순한 우열이 아니다. 용도의 차이다. 중국 AI는 중국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최적화된다. 미국 AI는 글로벌 언어 이해에서 우위를 가진다.

레이어 2: 이동 데이터의 밀도

감시 카메라 약 7억 대. 2025년 추산이다(Comparitech).

중국 인구가 약 14억 명이므로, 인구 2명당 카메라 1대 꼴이다. 이 카메라들이 24시간 기록하는 것은 얼굴만이 아니다. 차량 번호판, 보행 패턴, 군중 밀도, 이동 방향. 이 데이터가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의 실시간 승차 기록, 바이두 지도(百度地图)의 GPS 궤적 데이터와 결합된다.

결과는 도시 전체의 이동 패턴에 대한 거의 완전한 디지털 복제본이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이 붐비는지. 어떤 사람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 이동 패턴이 어떻게 소비로 연결되는지.

교통 최적화에 이 데이터를 쓰면 신호등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다. 범죄 예측에 쓰면 공안이 인파 집중 전에 병력을 배치한다. 상업 분석에 쓰면 편의점 체인이 다음 매장의 위치를 데이터로 결정한다.

이것이 두 번째 레이어다. 밀도(density).

미국도 스마트폰 GPS 데이터, 카드 위치 기록, 소셜 미디어 체크인 데이터를 갖는다. 그러나 산재해 있다. 구글에 일부, 애플에 일부, 각 신용카드사에 일부. 중국의 이동 데이터는 국가가 통합 접근권을 가진 단일 에코시스템에 집중되어 있다.

레이어 3: 행동 데이터의 정밀도

도우인(抖音, TikTok의 중국 버전). 중국 내 사용자 약 8억 명. 이들이 하루에 보내는 평균 시간은 1시간 이상이다.

도우인의 데이터는 결제나 이동과 다른 종류의 것을 기록한다. 감정 반응. 주의 지속 시간. 욕망의 방향.

어떤 영상에서 얼굴이 밝아지는가. 어떤 음악에서 손가락이 멈추는가. 어떤 상품이 등장했을 때 두 번 돌아보는가. 이 정밀한 행동 데이터 위에 구축된 추천 알고리즘이 도우인을 세계에서 가장 중독성 강한 앱으로 만든 근거다.

이 세 레이어 — 결제의 완전성, 이동의 밀도, 행동의 정밀도 — 가 중첩될 때 생기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의 합산이 아니다. 한 사람이 오전에 어디서 무엇을 먹고, 어디로 이동하고, 저녁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사는지를 연결하는 완전한 일상의 지도다.

이것이 중국 AI의 실제 데이터 우위다. 양이 아니라 연결성(connectivity).

그리고 이 연결성이 만들어지려면 하나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수집되는 구조. 그 구조가 다음 섹션의 주제다.


섹션 B: AI-감시 공생 — 데이터-기술-통제의 순환

개찰구 너머

선전(深圳). 지하철 1호선 나머지 역 중 한 곳. 출퇴근 시간.

개찰구가 줄지어 있다. 카드를 대지 않아도 된다. 그냥 걷는다. 카메라가 얼굴을 읽고, 0.1초 후 개찰구가 열린다. 요금은 자동으로 위챗페이에서 차감된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의 이름이 개찰구 옆 작은 금속판에 적혀 있다. 하이크비전(海康威视, Hikvision). 항저우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지하철을 타는 수천 명은 그 이름을 보지 않는다. 그들이 지나가는 동안 카메라들이 기록한다. 얼굴. 속도. 표정. 동행인. 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공생의 구조

하이크비전의 성장 경로는 중국 AI 산업의 독특한 역학을 압축한다.

1998년 설립. 초기 제품은 단순한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이었다. 전환점은 2008년 이후 중국 공안부의 대규모 감시 카메라 설치 사업 — 속칭 "설평공정(雪亮工程, 밝은 설원 프로젝트)"이었다. 공안부가 수십만 대의 카메라를 발주했고, 하이크비전이 대규모로 수주했다.

계약의 대가는 돈만이 아니었다. 데이터 접근이었다.

공안 네트워크와 연결된 카메라를 구축하면서, 하이크비전은 수억 명의 실세계 안면인식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역광, 측광, 군중 속 얼굴, 마스크 낀 얼굴. 이 데이터로 훈련한 AI는 실험실 데이터로 훈련한 경쟁자와 정확도에서 크게 앞섰다. 시장에서 살 수 없는 데이터였다.

그 AI를 하이크비전은 민간 제품으로 상업화했다. 기업 출입 관리 시스템, 학교 출석 체크, 슈퍼마켓 VIP 인식. 공안 프로젝트로 훈련된 AI가 민간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중국과학원 쩡이(曾毅) 교수가 제안한 '조화로운 인공지능(和谐人工智能)'이라는 개념은 이 차이를 압축한다. 서구의 AI 안전 담론이 '정렬'과 '통제'를 축으로 한다면, 중국의 담론은 '조화'와 '공생'을 축으로 한다. 같은 기술, 다른 철학적 프레임이다. 국가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과 AI가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을 둘러싼 세계관의 차이가, 기술 거버넌스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것이 순환의 구조다.

` 공안 발주 → AI 기업 구축 → 실세계 데이터 접근 ↑ ↓ 민간 상업화 ← 더 정교한 AI 개발 ← 데이터 훈련 `

이 순환이 작동하는 한, 중국 AI 기업은 시장 경쟁만으로는 획득 불가능한 전략적 자원을 갖는다. 국가와의 관계가 곧 데이터 접근권이고, 데이터 접근권이 곧 기술 경쟁력이다.

다화(大华, Dahua)는 하이크비전과 나란한 경로를 걸었다. 두 회사는 현재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 감시 카메라를 수출한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집계에 따르면, 중국 AI 감시 기술을 도입한 국가는 75개국 이상이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심지어 일부 유럽 도시까지.

가격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 경쟁사 대비 30~50% 저렴하다. 이 가격 경쟁력은 우연이 아니다. 공안 발주라는 내수 기반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고, 그 규모가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공생의 대가

그러나 이 순환에는 두 종류의 비용이 있다.

첫 번째 비용은 지정학적이다. 2019년, 미국 상무부는 하이크비전과 다화를 거래 제한 목록(Entity List)에 올렸다. 신장 위구르 지역 감시 시스템 구축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미국 연방 조달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제품은 금지되었다. 미국 동맹국들도 점진적으로 이 기업들의 장비를 정부 시설에서 제거하기 시작했다.

수출 시장의 일부가 닫혔다. 그러나 글로벌 남반구 시장은 닫히지 않았다. 미국의 제재는 서방 동맹국들에게 효과적이었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하이크비전의 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인권 문제가 있는 회사의 제품"이라는 낙인이 가격 30~50% 할인 앞에서 약해졌다.

두 번째 비용은 더 근본적이다. 시민의 프라이버시다.

선전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 수천 명은 자신의 얼굴이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쓰이고, 누가 접근하는지 알지 못한다. 동의하지도 않았다. 데이터가 수집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지 모르나, 거부할 방법이 없다. 이 지하철을 타지 않으면 출근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중국 데이터 우위의 숨은 조건이다. 데이터의 완전성과 밀도는 동의 없는 수집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는 중국 체제의 특성에서 비롯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복제가 어렵다.

데이터 지배 구조에 대한 중국 내부의 시각도 일면적이지 않다. 칭화대 쉐란(薛澜) 교수는 2024년 4월 연설에서 중국 AI의 불편한 현실을 지적했다. 130개 이상의 대형언어모델이 난립하지만, 상당수가 오픈소스를 '캡슐화'하여 껍데기만 씌운 조립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만든 LLM의 독창성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우리의 컴퓨팅 파워는 '목이 졸리고' 있다." 데이터는 풍부하되 그것을 처리할 하드웨어와, 그것으로 만들 독창적 모델이 부족하다는 내부 진단이다.

단, 이것을 단순히 "나쁜 중국"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분석을 단순화한다. 미국 빅테크도 사용자 동의를 복잡한 약관 안에 숨긴다.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감시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감시의 주체와 목적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광고를 위해 데이터를 모은다. 중국에서는 국가가 통제를 위해 데이터를 모은다.

그 목적의 차이가 어떤 AI를 만드는지를 결정한다.


섹션 C: "충분히 좋은 AI"의 전략 — 규모 배포의 경제학

빈 층

JD닷컴(京东, JD.com) 고객 서비스 센터. 베이징 외곽. 2023년 이전까지 이 층에는 수천 명의 상담원이 앉아 있었다.

지금은 비어 있다.

책상들은 남아 있다. 의자도 남아 있다. 컴퓨터 모니터들만 치워졌다. 형광등이 켜져 있는 건 아직 임대 계약이 남아서다. 이 공간을 채웠던 사람들 — 주로 20대 여성, 지방 출신, 월급 4,000~6,000위안 — 은 어디로 갔는가.

JD닷컴의 AI 고객 응대 시스템은 현재 단순 문의의 80% 이상을 처리한다. 주문 확인, 배송 조회, 교환·반품 접수, 기본적인 불만 처리. 응답 속도는 인간의 수십 배. 운영 비용은 이전의 일부 수준이다.

성능 격차가 줄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격차가 "수개월"로 좁혀지다

2023년, 미중 AI 성능 격차를 "2~3년"으로 평가한 분석들이 많았다. 그 분석은 빠르게 구식이 되었다.

Epoch AI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 최고 모델과 미국 프론티어 모델의 평균 성능 격차는 7개월이다(최소 4개월, 최대 14개월).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2025년 공개 석상에서 격차를 "수개월"로 표현했다.

중국 오픈소스 A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4년 말 1.2%에서 2025년 8월 30%로 급증했다. 알리바바의 Qwen 3.5,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豆包, Doubao) 2.0, DeepSeek V4. 이 모델들은 2026년 초 서구 프론티어 모델과 동급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격차 축소가 JD닷컴의 빈 층을 설명한다.

AI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 상담원보다 10배 빠르고 10분의 1 비용이면서 성공률 80%면 충분하다. 나머지 20%는 여전히 인간이 처리한다. 그러나 그 인간의 숫자는 수천 명에서 수백 명으로 줄어든다.

이 비용 계산에는 인프라 비용도 포함된다. 중국의 데이터센터 전기료는 미국의 절반 이하다. 중국이 2024년 한 해에 순 증설한 전력 용량은 약 430GW로, 같은 해 미국(약 30GW)의 14배가 넘는다(국가에너지국/Jefferies). AI 모델을 훈련하고 추론하는 비용이 구조적으로 낮다. "충분히 좋은 AI"를 더 낮은 비용에 배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에너지 비용 우위는 단기적으로는 정책의 산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AI 경쟁력의 구조적 기반이 된다.

이것이 "충분히 좋은 AI(Good Enough AI)"의 전략적 의미다. 이 표현은 성능의 열등함이 아니다. 절대 성능보다 비용 대비 성능과 배포 속도를 우선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시노베이션벤처스(Sinovation Ventures) 대표이자 전 구글 차이나(Google China) 대표 리카이푸(李开复)는 2025년 4월 디지타임스(DigiTimes) 인터뷰에서 이 전략의 전환점을 명확히 짚었다. "9개월 전, 나는 중국이 아직 'ChatGPT 모먼트'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그 순간이 왔다. '딥시크 모먼트'다." 그는 2025년을 "중국 AI 앱이 세계 최고 수준에 진입하는 해"로 규정했다. 전략 메시지는 단 네 단어였다. "Make AI work." — AI를 작동시켜라. — 리카이푸(李开复), DigiTimes 인터뷰, 2025년 4월

미중 AI 경쟁의 구조적 분업에 대해서도 리카이푸는 일관된 진단을 유지했다. "미국은 연구에 강하고, 중국은 실행에 강하다. 중국 기업들은 항상 응용에서 뛰어났다. 위챗은 왓츠앱보다 훨씬 낫다. 중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와 식료품 배달 서비스는 미국 것보다 낫다." — 리카이푸, 미국-중국관계전국위원회(NCUSCR) 팟캐스트, 2025년

독일이 영국을 따라잡은 방식

1870년대, 독일은 영국의 기술을 수입하지 않았다. 물리학과 화학의 원리는 같았다. 그러나 독일은 그것을 더 체계적으로, 더 빠르게, 더 넓은 범위에서 산업화했다.

독일 유기화학 산업이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한 것은 새로운 화학을 발명해서가 아니었다. 같은 화학 원리를 실험실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글로벌 유통망으로 전환하는 실행 속도에서 영국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기 미국도 영국의 물리학을 "수입"했다. 그러나 에디슨(Thomas Edison)은 전구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전구를 상업화했다. 같은 원리를 가정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설계 레이어의 장악이 승부를 결정했다.

지금 AI에서 유사한 분기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만들었다. GPT-4를 만들었다. AI의 설계 레이어를 지배한다. 중국은 그 원리 위에서 응용을 최대화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 감시 네트워크, 추천 알고리즘, 고객 서비스. 모든 실세계 접점에 AI를 심는다.

이것이 1권의 프레임을 국가 단위로 확장한 것이다.

아크라이트(Richard Arkwright)가 방적기를 발명했다. 수직공들이 그 기계를 운용했다. 아크라이트는 설계 레이어에 있었고, 수직공은 실행 레이어에 있었다. 설계 레이어가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포획한다 — 1권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1권은 한 가지를 덧붙였다. 독일이 영국의 기술을 "실행"하면서 결국 특정 분야(유기화학, 전기산업)에서 영국을 추월했다고. 실행의 규모가 충분히 크면, 실행에서 설계로의 이동이 일어난다.

현재 중국이 그 경로에 있는지 — 이것이 조건부 질문이다.

만약 중국이 칩 제재를 돌파하고 프론티어 모델 훈련 역량을 갖춘다면, 실행에서 쌓인 응용 경험이 설계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만약 제재가 지속되고 프론티어 개발에 병목이 유지된다면, 중국은 응용에서 강하지만 설계에서 구조적으로 뒤처지는 위치에 고착될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귀결되느냐는 반도체 공급망과 알고리즘 혁신 속도에 달려 있다.

Temu와 TikTok: 실행의 글로벌화

"충분히 좋은 AI"의 배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두 숫자가 있다.

Temu(테무)의 글로벌 이커머스 점유율 24%. 아마존(Amazon)과 동률이다. 2022년 미국 시장 진출 후 3년 만이다.

TikTok은 2025년 미국 앱스토어 2위다.

테무와 틱톡은 AI 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플랫폼들이 작동하는 원리는 AI다. 테무의 가격 책정 알고리즘, 상품 추천 시스템, 공급자 매칭 엔진. 틱톡의 콘텐츠 추천, 광고 타기팅, 리텐션 최적화. 모두 AI가 구동한다.

이 AI들이 "GPT-5 수준"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 목적 — 소비자를 플랫폼에 묶어두고, 구매로 전환하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 — 에서 "충분히 좋다". 그리고 그 "충분히 좋음"이 24%의 글로벌 이커머스 점유율과 미국 앱스토어 2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중국산 AI 응용 서비스가 점유율을 높이는 역설은, 설계 레이어(칩, 모델 아키텍처)에서 미국이 우위를 지키면서도 실행 레이어(사용자 데이터, 소비자 행동 포획)에서 중국이 잠식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한 앱 경쟁이 아니다. 중국 알고리즘이 미국 소비자의 관심과 지갑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섹션 D: 글로벌 확장 — 제재에도 퍼지는 중국 AI

알고리즘만 남겼다

2025년 초, 미국 의회에서 틱톡 "매각 또는 퇴출" 법안이 최종 통과되었다. 바이트댄스가 180일 안에 미국 사업부를 팔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삭제된다는 내용이었다.

바이트댄스는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미국 투자자들과 JV(합작법인) 구조를 논의했다. 미국인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서버가 미국에 있고, 사용자 데이터가 미국 법인이 관리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소유권은 분리되지 않았다. 콘텐츠 추천 엔진의 핵심 코드, 사용자 행동 분석 모델, 리텐션 최적화 시스템 — 이것들은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 지식재산"으로 남았다.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미국 서버에 저장되지만,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두뇌는 여전히 바이트댄스의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알고리즘 추방"을 시도했다. 실제로 추방된 것은 표피였다.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소프트웨어의 특성 때문이다. 공장을 옮기면 기계도 따라온다. 알고리즘은 서버를 옮겨도 알고리즘이다. 지식재산권이 분리되는 한, 물리적 위치 이동은 통제의 환상을 만들 뿐이다.

디지털 무역흑자 $330억

2025년, 중국의 디지털 서비스 무역흑자는 33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다. 제재를 받는 국가가 디지털 공간에서 흑자를 낸다는 구조적 역설이다.

하드웨어 제재는 작동한다. NVIDIA H100이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 ASML의 EUV 장비가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은 국경을 넘는다. 테무의 AI 가격 책정 엔진은 국경을 넘는다. 쉐인(SHEIN)의 실시간 패션 트렌드 분석 시스템은 국경을 넘는다. 이 서비스들이 미국·유럽·동남아시아 소비자의 화면에서 작동하는 동안, 그 소비자들의 행동 데이터가 역방향으로 흘러들어온다.

테무는 미국 소비자에게 저렴한 상품을 판다. 동시에 미국 소비자의 소비 패턴 데이터를 수집한다. 핀둬둬(拼多多, Pinduoduo)의 알고리즘이 그 데이터로 개선된다. 개선된 알고리즘이 더 정확한 상품 추천을 만든다. 소비자가 더 많이 구매한다.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제재의 목표가 중국 AI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소프트웨어 레이어에서 그 목표는 달성되지 않고 있다.

수출의 두 종류

중국 AI의 글로벌 확산에는 두 경로가 있다.

첫 번째는 B2C 서비스다. 틱톡, 테무, 쉐인.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고,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경로의 확장을 막으려면 서비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금지는 소비자 저항을 만든다. 미국 사용자들이 틱톡 금지 직전 앱을 대규모로 설치하고 플랫폼 이주에 항의한 것이 그 증거다. 1억 7,000만 명의 미국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를 정치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법적 갈등과 여론 반발을 동시에 불러온다.

두 번째는 B2G(기업-정부) 인프라 수출이다. 하이크비전·다화의 감시 시스템, 화웨이(华为, Huawei)의 5G 장비, 알리바바의 스마트 시티 플랫폼. 이 경로는 발전도상국 정부에게 저렴한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중국 기술 표준을 그 나라의 디지털 인프라에 심는다.

두 번째 경로가 더 장기적인 함의를 갖는다. 인프라를 한번 깔면 바꾸기 어렵다. 화웨이 5G 위에서 작동하는 통신망은 화웨이와 호환되는 장비를 계속 사게 만든다. 알리바바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도입한 도시는 알리바바 생태계 안에 머문다. 이것이 잠금 효과(lock-in)다.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수출 전략은 이 잠금 효과를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첫 계약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이후 업그레이드와 유지 보수에서 수익을 낸다. 이 구조는 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 전략과 구조적으로 같다. 플랫폼을 먼저 깔고, 의존성을 만들고, 그 다음에 가치를 포획한다.

데이터 우위가 인프라 수출을 통해 자기 강화된다. 중국 기업이 더 많은 나라에 감시 카메라를 깔수록, 더 많은 실세계 안면인식 데이터가 쌓인다.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모델이 더 정교해진다. 더 정교한 AI는 더 낮은 비용에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더 낮은 비용은 더 많은 나라에서 채택을 이끈다. 이 순환이 국가 차원에서도 작동한다.

그러나 이 순환에도 마찰이 있다. 2025년 현재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75개국 중 일부는 인권 단체의 압력, 자국 시민의 반발, 미국의 외교적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잠금 효과는 강하지만, 정치적 비용이 따른다. 인프라가 깔린 뒤에 정권이 바뀌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말레이시아와 브라질 일부 도시가 중국 감시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철거한 것은 그 선례다.


1권 연결점: 실행 레이어 vs 설계 레이어의 국가 단위 적용

1권에서 우리는 한 공장을 두 층으로 해부했다. 아크라이트의 공장에서 기계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설계 레이어, 그 기계를 운용하는 수직공의 실행 레이어. 설계 레이어는 점점 더 많은 가치를 포획했고, 실행 레이어는 대체되거나 임금이 하락했다.

이 이분법을 국가 단위로 확장한다.

미국은 현재 AI의 설계 레이어를 지배한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CUDA 생태계, GPT 계열 모델, 클라우드 인프라. AI의 작동 원리와 규칙을 만드는 쪽이 미국이다. GPU를 만드는 NVIDIA가 미국 기업이다. 프레임워크(PyTorch, TensorFlow)가 미국에서 나왔다. 이 설계 레이어의 통제가 수출 규제를 가능하게 한다. 설계하는 쪽이 흘려보낼 것과 막을 것을 결정한다.

중국은 AI의 실행 레이어에서 강하다. 가장 빠르게, 가장 넓게, 가장 싸게 AI를 응용에 배포한다. 약 7억 대의 카메라, 8억 명의 도우인 사용자, 14억 명의 결제 데이터. 이 규모의 실세계 배포에서 쌓이는 경험은 실험실 연구로는 대체되지 않는다.

1권은 이 이분법이 단순화임을 지적했다.

독일은 영국의 기술을 "실행"하면서 시작했다. 1913년, 독일의 세계 제조업 비중은 14.8%로 영국의 13.6%를 추월했다. 유기화학 세계 시장의 90%를 독일이 가져갔다. 실행에서 출발했지만, 충분한 규모와 시간이 쌓이자 설계 역량이 생겼다.

오늘 중국에서도 그 신호가 보인다. DeepSeek R1은 프론티어 성능을 40% 낮은 연산 비용으로 달성했다. 이것은 단순한 응용이 아니다. 효율적 훈련 방법론의 설계다. 훈련 비용 혁신 — 이것은 실행 레이어의 산물이 아니다. 설계 레이어로의 진입이다.

"가장 많이 쓰는 자가 결국 가장 잘 이해하게 된다." 이 명제가 AI에도 적용되는지 — 이 질문은 아직 열려 있다. 닫힌 답을 가진 척하는 것이 분석가의 역할이 아니다. 조건을 정확히 명시하는 것이 역할이다.

조건 1: 중국이 프론티어 모델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실행 경험이 설계 역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조건 2: 반도체 제재가 지속되어 컴퓨팅 격차가 유지된다면, 중국은 응용에서 강하지만 아키텍처 설계에서 구조적 제약을 받는 위치에 고착될 수 있다.

조건 3: 중국이 화웨이 어센드(Ascend) 시리즈나 캠브리콘(寒武纪, Cambricon) 등 자체 AI 가속기로 컴퓨팅을 조달한다면, 제재의 효과가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이 세 조건의 귀결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충분히 좋은 AI의 대량 배포"가 설계 레이어로의 도약으로 이어지는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1권에서 수직공은 기계가 자신의 기술을 대체할 줄 몰랐다. 오늘의 질문은 반대 방향이다. 미국은 중국의 실행 규모가 어느 순간 설계 역량을 만들어낼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수출 규제가 있다.

그 규제가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Ch.13에서 다룬다.


전환부: 밀린 자들의 자리

JD닷컴 고객 서비스 센터의 빈 층으로 돌아간다.

AI 챗봇이 단순 문의의 80%를 처리한다는 수치 뒤에 다른 숫자가 있다. 그 층에서 일하던 수천 명은 어디서, 어떤 임금으로 재취업했는가. 14억 명의 데이터가 AI를 훈련시키는 동안, 그 14억 명 중 일부는 자신이 훈련시킨 AI에 의해 대체된다.

"AI 응용에서 강한 나라"의 이면에는 "AI에 의해 대체되는 사람들의 나라"가 있다.

1권의 핵심 공식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기술 혁신 → 자본 집중 → 사회 불안 → 제도 재설계. 산업혁명기 영국에서 생산성 향상분의 3분의 2 이상이 자본에 귀속된 간극이 엥겔스의 일시정지(Engels' Pause)였다. 플랫폼의 GMV는 폭발하는데 그 플랫폼을 구동하던 사람들의 소득은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지금, 중국판 엥겔스의 일시정지가 전개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고객 서비스 센터에서, 채용 공고에서 밀려난 사람들. 석사 학위를 들고 배달 오토바이에 오르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중국의 밀린 자들이다.


다음 챕터 Ch.10: 중국의 밀린 자들 — 996, 탕핑, 그리고 35세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