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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 두 제국의 알고리즘

Ch.10: 중국의 밀린 자들 — 세계의 공장에서 AI 시대로


항저우(杭州). 오전 10시 42분.

왕 씨(가명, 31세)는 전동 오토바이에 앉아 메이퇀(美团) 앱의 주문 알림을 확인한다. 목적지는 1.8킬로미터 떨어진 아파트 단지 14층. 예상 배달 시간 18분. 앱 알고리즘이 이미 최적 경로를 계산했다. 그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의 학위는 컴퓨터공학 석사다.

2022년 졸업 논문 주제는 분산 시스템의 부하 균등화 알고리즘이었다. 그는 그해 알리바바(阿里巴巴, Alibaba) 신입 공채에 지원했다. 1차 기술 면접을 통과했다.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도 무난했다. 2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면접관은 정확히 어디서 떨어졌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텐센트(腾讯, Tencent)에 다시 지원했다. 서류에서 걸렸다. 바이두(百度, Baidu)에 지원했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2023년에도, 2024년에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인턴십 자리도 줄어들었다. 취업 시장이 2년째 얼어붙어 있었다.

그해 여름, 그는 배달 앱을 깔았다.

단지 돈이 필요해서만은 아니었다. 집에서 모니터 앞에 앉아 이력서를 고치는 것보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이 덜 절망적이었다. 몸이라도 움직이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감각이 남는다.

월 수입은 6,800위안(元/CNY, 이하 위안)이다. 한국 돈으로 약 130만 원. 부모님이 항저우 아파트 담보 대출로 매달 갚는 금액은 1만 2,000위안이다. 왕 씨가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배달을 해도 부모님 대출 상환액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 아파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부모님은 2020년 500만 위안에 매입했다. 항저우 테크 클러스터 인근, 알리바바 본사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의 물건이었다. 그 당시 항저우 테크 붐이 절정이었다. "아들이 IT 기업에 취직하면 이 동네가 딱이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가족이 보유한 자산 거의 전부를 대출 담보로 넣었다.

2025년, 그 아파트의 시가는 350만 위안이다. 대출 잔액은 380만 위안. 집을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 팔면 손해다. 버티면 이자다. 이것을 역전세(负资产)라고 부른다. 집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된 상태.

왕 씨는 탕핑(躺平)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냥 산다고 말한다. 그는 배달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파이썬 강의를 듣는다. 언젠가는 다시 코딩 직군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앱이 다음 주문 알림을 보냈다. 1.2킬로미터. 12분. 그는 출발했다.


왕 씨의 이야기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35세 위기(35岁危机), 대졸 실업, 부동산 붕괴, 인구 절벽. 이것들은 각각 독립된 사건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강화하면서 작동하는 구조적 연쇄다. 왕 씨 같은 사람이 중국 전역에 수백만 명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참여자는 약 2억 4,000만 명(国家统计局, 2025). 배달 라이더만 1,000만 명이 넘는다. 그 라이더들 가운데 대졸자가 상당 비율을 차지한다. 2023년 소셜미디어에서 "미투안 라이더 중 석사가 수만 명"이라는 수치가 확산됐으나, 미투안 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美团, 2023). 정확한 학력별 통계는 미공개다. 다만 전체 라이더 규모와 대졸 취업난을 감안하면, 고학력 라이더가 유의미한 수로 존재한다는 것은 다수의 현장 보도가 뒷받침한다.

이들의 집단적 선택이 거시경제를 바꾸고 있다.

이 챕터에서 우리는 중국의 밀린 자들을 네 겹으로 만난다. 첫 번째 겹은 35세의 절벽이다. 996 문화가 청년기 최대 노동력을 추출한 뒤, 소진된 인력을 35세 전후에서 정리하는 시스템. 두 번째 겹은 탕핑과 바이란(摆烂)이다. 합리적 경제 행동으로서의 참여 거부. 세 번째 겹은 부동산 역전세다. 중산층의 정체성 자체가 무너지는 풍경. 네 번째 겹은 인구 절벽이다. 이미 확정된 미래,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역설.

이 네 겹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추적한다.


섹션 A: 35세의 절벽 — 제도화된 나이 차별

숫자가 먼저 말한다

2021년 바이두(百度, Baidu)의 직원 수는 4만 5,498명이었다. 2024년 말에는 3만 5,900명이다. 3년 만에 21.1% 줄었다.

알리바바는 더 극적이다. 2022년 3월 정규직 25만 4,941명. 2025년 3월 12만 4,320명. 51.2% 감소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이 3년 만에 직원 절반을 내보냈다. 이 규모로 인력을 줄이면서도 서비스는 계속 돌아간다. AI와 자동화가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 수치를 단순한 경기 침체 탓으로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중국 테크 업계에는 오래된 관행이 있다. 공식 문서에는 없지만 누구나 안다. 35세 위기(35岁危机)라고 불리는 이 관행은 간단하다.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 35세 이상 직원이 우선 대상이 된다. HR 면담이 잡히면 결과를 대략 안다. 짐을 미리 싸두는 사람도 있다.

왜 하필 35세인가

세 개의 구조가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첫째는 급여 구조다. 중국 테크 기업에서 연차에 따른 급여 상승 기울기는 가파르다. 35세 전후가 되면 주니어 대비 2.5배 이상의 인건비가 된다. 그러나 관리직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피라미드 구조에서 모두가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연공서열 비용이 쌓이면 기업은 계산기를 두드린다.

둘째는 996 문화의 역설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밤 9시에 퇴근하고 주 6일을 일하는 이 구조는 청년기 최대 노동력을 추출하는 기계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체력과 집중력이 정점인 시기에 이 강도를 버티게 한다. 그 댓가로 회사는 빠른 성장을 얻는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35세가 되면 신체 신호가 달라진다. 수면이 짧아지고 회복이 느려진다. 기업은 새 인력으로 교체한다. 996으로 뽑아낸 청년이 소진되면 다음 청년으로 갈아 끼우는 구조다.

셋째는 AI 가속이다. AI 코딩 도구가 주니어 엔지니어와 중간급 데이터 분석가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35세 전후 경력직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경로가 좁아졌다. 아래에서 AI가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 자리가 막혀 있다. 35세는 두 압력이 가장 집중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제도가 없다.

미국과의 결정적 차이

미국에는 고용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 ADEA)이 있다. 1967년 제정됐다. 40세 이상 직원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채용을 거부하면 연방법 위반이다. 법이 모든 사례를 막지는 못한다. 2025년 미국에서도 AI 관련 직접 해고가 약 5만 5,000명에 달했고, 2026년 1~2월 기술기업 해고만 3만 2,000명이 나왔다. 미국에도 밀린 자들이 있다.

미국의 밀린 자들에게는 법적 테두리가 존재한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합의금을 협상할 수 있다. 그 협상 테이블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 자체가 있다는 것이 다르다.

중국에는 사실상 없다.

노동법은 형식적으로 나이 차별을 금지하지만, 35세 위기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관행이다. 구조조정 사유로 "경영 여건 악화"를 쓰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피고용인이 나이 차별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용분쟁 조정 기구는 이 문제에 소극적이다. 관행이 관행으로 고착된 이유다.

변화의 조짐이 전혀 없지는 않다. 2025년 국가공무원 시험에서 일부 직위의 연령 상한이 기존 35세에서 38세 혹은 40세로 완화됐다(国家公务员局). 정부가 35세 기준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 공무원 시험 한 줄이 바뀌었다고 테크 기업 HR의 이력서 필터가 바뀌지는 않는다.

칭화대 사회학자 페이샤오메이(裴晓梅)에 따르면, 민간 기업들은 35세라는 나이 자체를 해고와 채용 제한의 구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홍콩중문대학 우판(吴凡, Wu Fan)의 2025년 실증 연구는 이를 수치로 증명한다. 실업 리스크가 급등하는 전환점이 2018년 54.3세에서 2022년 40.3세로, 불과 4년 만에 14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나이 차별이 사회적 관행에서 통계적 사실로 변해가는 속도다.

이 관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당사자들의 말에서 드러난다. 장웨이청(江玮城, 35세)은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의 HR 주관이었다. 채용 업무를 맡으면서 그는 이면의 기준을 알게 됐다. "이력서 심사 단계에 숨겨진 나이 기준이 있다(在简历筛选环节,隐藏着一个年龄标准)." 부서장들이 30~40세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이었다. 2024년 1월 그 자신이 퇴사 후 구직에 나섰을 때, 현실을 체감했다. "채용 공고 열 개 중 서너 개는 '35세 이하'를 명시한다(10个岗位里至少有三四个直接写了35岁以下)." 저우하오(周浩, 36세)는 금융IT 프로젝트 주관이었다. 이직 면접에서 인사 담당자가 직접 말했다. "35세 이상은 안 됩니다. 아무리 뛰어나도요(35岁以上的不要,不管他多优秀)." 25세 인터넷 헤드헌터 장양(张洋)은 업계의 불문율을 요약했다. "35세는 모든 회사의 공약수다. 35세에 연봉 180만 위안이 안 되면, 잘리는 것이다(35岁是各个公司的一个公约数...如果你35岁没到180万,你是要被开掉的)." 인터넷 대기업 평균 연령이 30~32세라면, 35세 이후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澎湃新闻, 2022).

재신(财新)은 2025년 8월 심층 보도에서 이 구조의 개인적 결과를 추적했다. 쉬양(徐阳, Xu Yang, 46세)은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계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의 중국 지사에서 해고됐다. 그 회사는 중국 기반 인력의 70%를 정리했다. 쉬양은 46세였다. 35세 위기의 벽 너머에 있었다. 다시 비슷한 직급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재신의 같은 보도에 따르면 유연 근무(flexible job) 공고 비율은 2019년 8.4%에서 2024년 15.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느는 구조적 전환이다.

같은 AI 충격이 두 나라에 가해지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제도적 환경이 다르다. 미국의 밀린 자는 법적 보호의 테두리 안에서 밀린다. 중국의 밀린 자는 구조적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밀린다. 이것이 속도와 강도의 차이를 만든다.

쾌쇼우의 "석회석" 프로젝트

2024년 하반기. 쾌쇼우(快手, Kuaishou) 내부에서 "석회석(Limestone)"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화요일 오후였다. 베이징 쾌쇼우 본사의 한 개발팀에서 30대 중반 직원 여러 명이 갑자기 HR 면담 통보를 받았다. 통보는 메신저로 왔다. 회의실 호수와 시간. 다른 내용은 없었다. 그 메신저를 받은 사람들은 안다. 면담 후 어떤 대화가 오갈지를.

회의실에서 전달받은 내용은 명확했다. 오늘부로 계약이 종료된다. 2시간 안에 짐을 정리해야 한다. 보상 패키지가 테이블에 놓였다. N+1이라는 중국식 법정 퇴직금 공식이다. N은 근속 연수, +1은 한 달치 급여. 서명하면 추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짐을 싸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노트북은 반납해야 했다. 개인 짐은 종이 상자 하나. 건물을 나서며 한 직원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는 메이퇀 앱을 처음으로 열었다. 배달 라이더 등록 절차를 확인했다. 그것이 그날 밤이었다.

이 장면은 수천 번 반복됐다. 기업 이름만 바뀌고 구조는 같다. 알리바바, 바이두, 바이트댄스(字节跳动, ByteDance), 징동(京东, JD.com). 테크 대기업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채용을 닫고, 기존 인력을 줄이고, AI 도구로 간극을 메웠다.

대졸 취업 시장의 지각 변동

35세 위기가 위에서 작동한다면, 신규 졸업자 시장은 아래에서 동시에 압박한다.

2025년 상반기 대졸 구인 공고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채용을 줄이는 속도가 졸업자 증가 속도를 훨씬 앞질렀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는 구조다.

졸업생들은 이 신호를 빠르게 읽었다. 2024년 취업 선호도 조사(자오핀(招聘) 기준)에서 대졸자의 47.7%가 국유기업을 1순위로 선택했다. 민간기업은 12.5%에 불과했다. 불과 5년 전 민간기업 선호도가 4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이 수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한다.

첫째, 청년들이 민간 섹터의 불안정성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3년 만에 직원 절반을 내보내는 것을 지켜봤다. 쾌쇼우의 "석회석"을 소셜미디어에서 읽었다. 부모 세대에서 대기업 취직이 성공의 상징이었던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 국유기업이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다. 민간기업이 더 위험하다는 계산이다.

둘째, 혁신 생태계에서 인재가 이탈한다는 것이다. 국유기업으로의 쏠림은 안전 추구인 동시에 기업가 정신으로부터의 후퇴다. 중국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해온 민간 테크 섹터가 최우수 인재 유입을 잃어가는 구조다. 이것이 중국 혁신 생태계의 장기 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전개 중인 변수다.

두 개의 압박이 동시에 작용한다. 위에서는 35세 위기로 숙련 인력이 빠져나가고, 아래에서는 신규 인재가 국유기업으로 흡수된다. 민간 테크 섹터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인적 자본을 잃고 있다.


섹션 B: 탕핑과 바이란 — 드러눕기와 그냥 썩기

2,000위안으로 사는 법

바이두 티에바(贴吧)에 2023년 어느 날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그러나 스크린샷이 이미 위챗(微信, WeChat) 그룹채팅방을 돌고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나는 매달 2,000위안으로 산다. 월세 800위안, 밥값 600위안, 통신비 200위안, 여유 400위안. 카오얀(考研, 대학원 입시)도 안 한다. 공무원 시험도 안 본다. 996도 하지 않는다. 부모님께 미안하지만, 이 게임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기지 못할 게임에 체력을 쏟지 않기로 했다. 그게 전부다."

쓴 사람은 27세 남성으로 추정됐다. 사범대 졸업 후 교원임용시험에 두 번 떨어졌다. 다시 준비할 의욕이 없었다. 도시 외곽 고시원급 원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2,000위안.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최소한이었다.

게시물은 삭제됐다. 그러나 그가 표현한 감각은 이미 수백만 명의 것이기도 했다.

탕핑: 경제학적 해석

탕핑(躺平)은 2021년 중국 인터넷에서 확산된 표현이다. 직역하면 드러눕다. 고강도 경쟁과 996 노동 문화를 거부하고, 소비를 최소화하며 최소한으로 살겠다는 선언이다.

바이란(摆烂)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썩히다, 망가지게 내버려두다가 직역에 가깝다. 탕핑이 "나는 최소한으로 살겠다"라면, 바이란은 "나는 더 이상 상황을 개선하려 하지 않겠다"에 가깝다. 퇴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다.

청년 세대의 나태함으로 읽으면 틀린 것이다.

경제학적 틀로 보면 다르다. 기대비용 대비 기대수익이 마이너스인 게임에서 참여를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 행동이다. 996으로 일해도 주택을 살 수 없다.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조건에서 "왜 996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납득할 수 있는 답이 없을 때, 합리적 행위자는 시스템 참여를 줄인다.

탕핑과 바이란은 그 집단적 결론이다.

숫자로 보는 닫힌 문들

2025년 8월 기준 청년(16~24세, 재학생 제외) 실업률은 18.8%다. 새 방법론 도입 이후 최고치였다.

이 수치의 이면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은 2023년 청년 실업률이 21.3%로 최고치를 기록하자 통계 공표를 일시 중단했다. 이후 재학생을 제외한 새 방법론으로 발표를 재개했다. 그 새 방법론으로도 18.8%다. 뉴스위크는 도시 지역 Z세대 실업자를 2,000만 명으로 추정했다.

2026년 졸업 예정자는 약 1,270만 명이다. 역대 최다다. 이들이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AI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문이 닫혀 있으면 다른 문을 두드린다. 두 가지 경로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카오얀(考研, 대학원 입시) 지원자는 2025년 388만 명이다. 10년 전의 두 배가 넘는다. 이들이 모두 학문적 열망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취업 시장이 막혀 있으니 학위를 하나 더 쌓는 것이다. 취업 재수다. 그러나 대학원 자리도 한정되어 있다. 경쟁률이 올라갈수록 탈락자가 늘어난다.

공무원 시험(国考, 국가공무원시험) 지원자는 2024년 341만 명이었다. 경쟁률이 평균 77 대 1이다. 77명이 지원해서 1명이 뽑힌다. 특정 인기 직종은 수백 대 1을 넘는다. 이것이 안전의 마지막 출구다.

경쟁은 폭발하는데 자리는 늘지 않는다. 게임의 구조가 이렇게 되면 일부는 참여 자체를 거부한다. 탕핑이 그 거부의 언어다.

탕핑은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중국 청년만의 특이한 심리로 읽으면 오해다.

한국의 N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세대를 가리킨다. 일본의 사토리(さとり) 세대는 욕망 자체를 내려놓은 세대다. 미국에서 2021년 대규모 자발적 이직(Great Resignation)이 일어났을 때,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고용 관계 자체를 재고했다.

구조가 비슷하다. 고강도 경쟁 속에서 기대 수익이 낮아질 때, 합리적 행위자들이 집합적으로 선택하는 경로는 국적과 무관하게 유사하다.

중국의 특수성은 두 가지다. 첫째, 규모다. 14억 인구 중에서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수억 명이면 거시경제 구조가 바뀐다. 둘째, 제도적 선택지가 더 좁다. 미국에서 대기업을 그만두면 스타트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민간 기업을 포기하면 국유기업 공채에 줄을 서거나 긱 이코노미로 내려가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탕핑 청년들이 소비를 줄이면 내수가 위축된다. 결혼을 미루면 출산율이 떨어진다. 기업가 정신을 접으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약해진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합산되면 거시경제 비용이 된다.

정부의 반응과 그 역설

중국 정부는 탕핑을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국가 서사는 분투(奋斗, 굳세게 노력한다는 뜻)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华民族伟大复兴)이다. 청년의 집단적 이탈은 그 서사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2021년 시진핑(习近平)은 청년들이 "분투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탕핑 문화를 간접 비판했다. 사이버공간관리국(CAC, 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은 2025년 소셜미디어에서 탕핑 관련 표현을 검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검열은 오히려 화제를 키운다. 삭제된 게시물이 스크린샷으로 더 널리 퍼진다. 이미 일상어가 된 단어를 플랫폼에서 지운다고 해서 현실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 티에바에서 지워진 그 게시물의 내용은 지금도 위챗 그룹채팅방에서 공유된다.


섹션 C: 부동산 붕괴의 세대적 충격

어떤 돈으로요

항저우. 2025년 가을 어느 주말.

류 씨(가명)와 아내(30대 초반, 가명)는 2020년 결혼하면서 500만 위안짜리 아파트를 샀다. 항저우 테크 클러스터 인근이었다. 두 가족이 보유한 자산을 합치고 대출을 끌어모았다. 당시 결혼과 내 집 마련은 세트 패키지였다. 집이 없으면 결혼이 어려운 사회적 압력이 있었다.

남편의 월급은 1만 5,000위안이다. 그 가운데 1만 2,000위안이 매달 대출 상환으로 빠져나간다. 두 명이 3,000위안으로 생활한다.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간 것이 2년 전이 마지막이다.

2025년 그 아파트의 시가는 350만 위안이다. 대출 잔액은 380만 위안이다. 팔면 빚이 남는다. 그렇다고 버티면 이자가 쌓인다. 시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공포도 있다.

기자가 물었다. 아이 계획이 있느냐고.

아내가 웃었다. "어떤 돈으로요?"

분노가 아니었다. 체념도 아니었다. 그냥 계산이었다. 지금 상황의 숫자를 보면 답이 나오는 질문이었다.

무너진 자산의 도시

선전(深圳)은 중국 부동산 붕괴의 최전선이다.

선전 푸톈(福田)구와 난산(南山)구는 텐센트, 화웨이, 대형 금융기관이 밀집한 고급 업무 지구다. 2021년 피크 기준 이 지역 고급 아파트는 ㎡당 10만 위안을 넘었다. 2025년 현재 같은 물건의 호가는 피크 대비 30~40% 하락했다. 일부 급매물은 그 이상의 낙폭을 보이기도 한다. 10억을 투자했다면 6~7억이 남은 셈이다.

100대 도시 중고 주택 가격은 2025년 10월 기준 전년 대비 7.60% 하락했다. 수치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를 감안하면 전혀 다른 의미다.

왜 부동산에 이렇게 집중됐는가. 선택지가 없었다. 중국의 주식시장은 불안정하다. 은행 예금 금리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시기가 많았다. 해외 자산 이전은 외환 통제로 엄격히 제한된다. 부동산이 사실상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였다. 20년간 중국 부동산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위로. 그 믿음 위에 수천만 가구의 자산 계획이 세워졌다.

그 믿음이 붕괴하는 속도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2025년 1~3분기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부동산 침체가 2024~2025년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을 연간 약 2%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상장은행 모기지 부실채권(NPL)율은 2025년 상반기에 20bp 이상 상승했다.

역전세(负资产) 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하다. 소득의 큰 부분이 대출 상환에 묶이고 가처분소득이 사라진다. 2025년 국가통계국(NBS) 데이터가 이 구조를 보여준다. 가구 소득이 전년 대비 5.1% 늘었는데 소비 지출은 4.6%만 증가했다. 소득이 느는 만큼 쓰지 못하는 것이다. IMF는 중국 가계 저축률이 구조적으로 높은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역(逆)자산 효과를 지목했다(IMF WP, 2025.12). 소비가 죽는다. 소비가 줄면 내수가 위축된다. 내수가 위축되면 경기가 나빠진다. 경기가 나빠지면 취업 시장이 더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은 다음 세대의 대출 상환 능력을 위협한다. 순환이 자기 강화된다.

세대별로 다른 충격

세대마다 충격의 모양이 다르다.

1980년대생, 지금 40대 초반이다. 이들은 2005~2015년에 가장 활발하게 부동산을 매입했다. 중간 가격에 들어간 세대다. 지금은 35세 위기와 부동산 손실을 동시에 맞는다. 테크 기업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나이가 됐는데, 집도 역전세에 들어갔다. 두 개의 충격이 겹친다.

1990년대생, 지금 30대다. 최대 피해층이다. 2016~2021년 피크 가격에 결혼과 동시에 집을 샀다. 가족 전체가 대출을 모았다. 인생 최대의 재무 결정이 최악의 시기와 일치했다. 항저우의 류 씨 부부가 이 세대다.

2000년대생, 지금 20대다. 가격 자체는 이들에게 유리해졌다. 2021년 피크에 비해 집값이 많이 내렸다. 그러나 취업이 안 된다. 취업이 안 되면 대출 자격이 없다. 싸진 집을 살 돈이 없는 세대다.

세 세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구조 안에 눌려 있다.

믿음의 붕괴가 더 깊다

부동산 붕괴의 진짜 충격은 자산 손실 수치 뒤에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중국 도시 중산층을 작동시킨 믿음이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부동산을 사면 자산이 늘어난다. 이 서사는 1980년대 개혁개방 이래 한 세대를 관통했다. 그 믿음이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 형태로 박혀 있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이 아파트였다.

그 믿음이 붕괴했다.

열심히 일했다. 부동산을 샀다. 자산이 줄었다. 대출은 그대로다. 이 경험이 수천만 가구에 동시에 일어났다. 소비가 줄고, 출산이 멈추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내려갔다. 부동산 붕괴는 자산 위기가 아니다. 사회 계약의 붕괴다.

그리고 그 사회 계약의 파편이 탕핑과 바이란 문화와 만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모 세대의 부동산 자산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은 노력의 포기로, 소비의 포기로, 결혼의 포기로, 출산의 포기로 이어진다. 각각의 포기가 연결되어 구조를 강화한다.


섹션 D: 인구 절벽 — 이미 확정된 미래

기자는 질문하지 않았다

2026년 1월 17일. 베이징 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 기자회견.

한 국장이 연단에 섰다. 2025년 인구 통계 발표였다. 목소리는 담담했다.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2025년 출생아 수. 792만 명.

전년 대비 17.2% 감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저치.

기자석이 조용했다.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질문이 없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었다.

회견장을 나서며 한 기자가 동료에게 말했다. "저 792만 명은 2045년 노동시장을 이미 결정한 거야. 2055년 소비시장도."

인구 통계는 사회과학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변수다. 오늘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20년 후 노동시장에 없다. 30년 후 소비시장에 없다. 40년 후 납세자가 아니다. 이 확정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사실상 없다.

역사적 저점의 연속

792만 명을 맥락 안에 놓아야 한다.

중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2016년 1,786만 명이었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4년 연속 감소다. 2021년 1,062만, 2022년 956만, 2023년 902만, 2024년 954만, 2025년 792만. 2024년 954만에서 2025년 792만으로 내려간 것이 특히 급격했다. 한 해 만에 162만 명이 줄었다.

조출생률은 1,000명당 5.6명이다. 합계출산율(TFR)은 여성 1명당 약 1.0명이다.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0.6~0.7명 수준으로 세계 최저군에 들어간다.

총인구는 4년 연속 감소해 14억 500만 명이 됐다. 2025년 한 해 순감소가 340만 명이다. 1959~1961년 대기근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5년 23%다. 2035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약 4억 2,000만 명이 노인층이 되는 사회. 생산가능인구 한 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했다. 2015년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다. 2021년에는 세 자녀 정책으로 한 번 더 바꿨다. 보조금을 내놓았다. 세금 감면을 주었다. 주택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하락했다.

왜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가. 출산율 저하는 경제적 인센티브 부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학력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 도시 생활의 비용이 너무 높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교육비와 주거비가 감당이 안 된다. 이것은 부동산 붕괴, 취업 시장 불안, 탕핑 문화 모두와 연결된 복합 변수다. 일본과 한국의 경험이 이미 예고한 결과였다. 경제적 인센티브로 되돌리기 어려운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미부선로(未富先老)의 함정

일본은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겼을 때 고령화를 맞았다.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갖춘 뒤에 인구 구조가 바뀌었다.

중국은 다르다. 1인당 GDP 약 1만 3,000달러 수준에서 초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을 미부선로(未富先老)라고 부른다. 부유해지기 전에 늙는다는 뜻이다.

연금 시스템, 의료 인프라,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구축되기 전에 노인 부양 부담이 폭발한다. 지금 이미 역전세로 소득의 80%가 대출 상환에 들어가는 30대에게 부모 부양 비용까지 더해진다. 취업 시장에서 막혀 있는 청년에게 국가는 부모를 부양하라고 요구한다. 이것이 탕핑 구조의 마지막 층이다.

중국사회과학원(中国社会科学院) 채팡(蔡昉) 원사는 이 구조적 모순을 2025년 5월 공개 강연에서 이렇게 짚었다. "현재 기술 혁명이 고용에 미치는 충격은 속도, 폭, 깊이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와 새 일자리가 창출되는 속도 사이의 시간적 비대칭, 그리고 구조적 모순은 '낙관론을 유지하며 러다이즘(Luddism)을 비판한다'는 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 채팡(蔡昉),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고단즈쿠(国家高端智库) 수석 전문가, 2025년 5월(텐센트뉴스 보도)

역설: 인구 감소가 AI를 부른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구조가 나타난다.

인구가 줄면 노동력이 부족해진다. 특히 제조업과 물류에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진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자동화 투자 유인이 생긴다. 자동화 투자가 늘면 AI 도입이 가속한다.

중국은 2023년 기준 산업용 로봇 도입 세계 1위다. 연간 약 27만 대, 전 세계 도입량의 70%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로봇 밀도)는 470대로 세계 3위다. 이 수치들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선택인 동시에 인구 절벽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역설이 여기서 완성된다.

배달 라이더로 하향 이동한 대졸자들이 존재하는 동시에, 공장에서는 그들을 대체할 로봇이 들어온다. 기술은 한쪽에서 일자리를 없앤다.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더 빠른 자동화를 정당화한다.

왕 씨는 배달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파이썬 강의를 듣는다. 그 파이썬이 언젠가 배달 드론의 운영 알고리즘을 쓸 수도 있다. 그 드론이 왕 씨의 자리를 없앨 수도 있다. 같은 기술이 두 방향으로 동시에 작동한다. 일부를 밀어내고, 밀려난 자리에 들어오고, 들어온 이유를 만들면서 더 많이 들어온다.

이것이 중국판 엥겔스의 일시정지(Engels' Pause)다. 1780~1840년 영국에서 생산성은 올라갔지만 실질 임금이 수십 년간 정체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노동에게 돌아가지 않는 기간이 전개되고 있다. 그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1권 연결점: 로마 소농과 중국의 긱 노동자

1권에서 우리는 로마 소농의 몰락을 분석했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의 정복 전쟁이 낳은 두 가지 결과가 소농을 쥐어짰다. 전쟁 포로로 잡혀온 노예 노동이 농업 비용 구조를 무너뜨렸다. 정복지에서 얻은 자본이 대지주의 라티푼디움(latifundium, 대농장)을 키웠다. 소농은 이 비용 구조와 경쟁할 수 없었다. 땅을 팔고 도시로 떠났다.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i, 재산 없는 자유민)가 됐다.

소농이 무너지면서 로마 시민군의 기반도 흔들렸다. 당시 로마 군대는 일정 재산을 가진 시민만 복무할 수 있었다. 재산 없는 자유민은 군인이 아니었다. 프롤레타리아트가 늘어날수록 시민군이 줄었다.

기원전 107년 마리우스(Gaius Marius)의 군제 개혁이 그 간극을 메웠다. 재산 기준을 폐지하고 무산 시민도 군에 편입했다. 용병화의 시작이었다. 군대의 충성이 '로마'에서 '사령관 개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은 그 구조에서 자랐다. 정복의 성과가 역설적으로 정복자들을 몰아냈다.

중국의 2020년대가 이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2000년대 중국 제조업 호황이 농촌 청년을 공장 노동자로 불러들였다. 그들이 세계의 공장을 가동시켰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만든 노동이었다. 정복의 성과였다.

2010년대, 자동화와 인건비 상승이 그 노동자들을 밀어냈다. 공장이 로봇을 들였다. 저임금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다. 노동자들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갔다. 긱 이코노미. 배달 라이더. 플랫폼 일용직.

2020년대, AI와 플랫폼 자동화가 다음 층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졸자들이다. 컴퓨터공학 석사가 배달 라이더가 된다. 긱 이코노미 참여자는 약 2억 명. 배달 라이더만 1,000만 명이 넘는다. 정확한 학력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장 보도들은 고학력 라이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한다.

로마에서 소농이 프롤레타리아트가 된 것처럼, 중국에서 대졸자가 긱 노동자가 된다.

충성의 이동도 유사하다. 로마 소농이 프롤레타리아트가 되면서 '로마 시민'의 정체성에서 '사령관 개인'에 대한 의존으로 이동했듯, 중국 청년들이 탕핑과 바이란으로 이동하면서 '분투'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서사로부터 조용히 이탈하고 있다. 그 이탈은 국가 동원 서사의 기반을 잠식한다. 소리 없이,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라쿠스(Gracchi) 형제의 이야기가 있다. 기원전 130~120년대, 티베리우스와 가이우스 그라쿠스는 대지주들이 점거한 국유지를 소농에게 재분배하려 했다. 기득권인 원로원 귀족층이 저항했다. 두 형제 모두 정치적 폭력으로 생을 마감했다. 구조 개혁은 실패했다. 소농 몰락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2021년 시진핑은 공동부유(共同富裕, 함께 잘 살자)를 선언했다. 빅테크 기업 규제, 부유층 과세 강화, 사교육 산업 단속이 뒤따랐다. 알리바바의 마윈(马云)은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가 조용히 귀환했다. 기득권인 빅테크 창업자들의 저항은 공개적이지 않았지만 효과적이었다. 공동부유 캠페인이 가라앉으면서 규제도 완화됐다. 취업 시장은 개선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내려갔다.

구조적으로 그라쿠스 형제의 시도와 닮아 있다.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혔고, 두 경우 모두 근본 구조 개혁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상의 성과가 만들어낸 힘이 그 성과를 만든 사람들을 밀어내는 흐름을 멈추지 못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성과가 만들어낸 자동화와 AI가, 그 공장을 가동시킨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 로마에서 반복된 구조가 중국에서 다시 반복된다. 시대와 장소가 다를 뿐이다.


전환부: 네 개의 벽이 서로를 조인다

35세 위기, 탕핑과 바이란, 부동산 역전세, 인구 절벽. 이 네 가지는 독립된 문제가 아니다.

35세 위기가 탕핑으로 이어지고, 탕핑이 출산을 미루며 인구 절벽을 앞당긴다. 부동산 역전세가 소비를 죽이면 경기가 꺾이고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며 탕핑이 강해진다. 각각의 벽이 다른 벽을 단단하게 한다. 중국은 이 문제들이 더 큰 규모에서, 더 빠른 속도로, AI 충격이라는 새 레이어가 얹힌 채 전개되고 있다.

왕 씨는 오늘도 항저우의 도로를 달린다. 알림이 온다. 1.2킬로미터. 12분. 파이썬 강의는 에어팟 안에서 계속된다. 컴퓨터공학 석사가 배달을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조의 반대편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같은 제재, 같은 인구 절벽의 조건 속에서 부족한 GPU로 세계를 놀라게 한 사람들. 제한된 자원이 오히려 알고리즘 혁신을 강제한 사람들.

중국의 밀린 자들이 존재하는 같은 공간에서, 중국의 읽은 자들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DeepSeek(深度求索)가 그 답의 일부라면, 전체 그림은 어떤 모습인가.


다음 챕터 Ch.11: 중국의 읽은 자들 — 제재 속의 혁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