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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 — 마지막 직업

10장: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 이정훈의 딸에게


1. 화상통화

2025년 11월, 하이퐁. 밤 9시.

기숙사 방은 좁다. 싱글 침대, 플라스틱 선반, 벽에 걸린 달력. 이정훈은 노트북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화면을 연다. 하이퐁의 밤은 습하다. 창문 너머로 오토바이 경적과 쌀국수 가게의 김이 섞인다. 에어컨을 틀어도 11월의 하이퐁은 여전히 끈적하다.

벽의 달력에는 다음 달 한국 방문 일정이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12월 19일에서 1월 2일까지. 딸의 겨울방학에 맞춘 날짜다.

화면이 켜진다. 딸의 방이 보인다. 포스터가 또 바뀌었다. 지난달까지 걸려 있던 아이돌 포스터 대신 무언가 새로운 것이 붙어 있는데, 화면이 작아서 알아보기 어렵다. 딸은 교복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있다. 인천의 11월은 이미 춥다.

화면 속 방이 좁아 보인다. 이정훈이 떠난 뒤로 방 구조가 바뀌었는지, 아니면 화면이 그렇게 보여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책상 위에 문제집이 쌓여 있다. 수학, 영어, 과학. 세 과목의 문제집이 같은 높이로 쌓여 있다는 것은 세 과목 모두 풀다 만 상태라는 뜻이다.

"아빠."

"응."

잠시 침묵이 흐른다. 딸의 얼굴에 형광등 빛이 비친다. 교과서가 펼쳐져 있고, 옆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화면 너머로 딸의 표정을 읽으려 하지만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

딸이 말한다.

"아빠, 나 뭘 공부해야 해."

이정훈의 손이 멈춘다. 질문이 아니라 문장이다. 물음표가 빠져 있다. 담임이 대학 진학 상담을 했다고 한다. 3학년이 되면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야 한다.

친구들은 코딩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월 120만 원짜리 학원이다. 이정훈의 치킨집이 한 달에 벌던 순이익이 150만 원이었다는 것을 딸은 안다. 숫자의 무게를 이 아이가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정훈은 28년 동안 프레스 소리를 들으며 금형 상태를 판단해왔다. 그 귀는 0.03밀리미터의 편마모가 만드는 마찰음을 잡아냈다. 그러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AI 품질 예측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영원히 가치 있으리라고 믿었다.

시스템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이 가장 깊이 밀린다. 이정훈은 그 역설의 정확한 예시였다.

딸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코딩을 배우라고 할 수 있다. SKY를 목표로 삼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정훈은 3개월 전부터 하이퐁의 공장에서 매일 새벽 5시 47분에 출근하면서 한 가지를 배우고 있다. 가장 확실해 보이는 경로가 가장 위험한 경로일 수 있다는 것을.

대답 대신 질문을 돌려준다.

"네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게 뭐야."

딸이 잠시 멈춘다. 이정훈은 기다린다. 하이퐁의 습기가 창문에 맺힌다. 이 질문이 딸에게 닿기까지 위성 신호가 3만 6,000킬로미터를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 거리만큼 이정훈과 딸 사이에 시간이 놓여 있다.

딸이 말한다. "수학. 아니, 잘 모르겠어." 문제집 세 권을 가리키며 씩 웃는다. "다 이해가 안 돼."

이정훈은 그 답이 마음에 걸린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프레스의 소리, 금형의 떨림, 0.03밀리미터의 편마모 —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3년 만에 "구식 데이터"로 분류되었다. "다 이해한다"는 확신보다 "다 모르겠다"는 솔직함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이정훈은 하이퐁에 와서야 배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열여섯 살에게 어떻게 전하는가. 이정훈은 화면을 보며 입을 연다. 닫는다. 창문의 습기가 한 줄기 흘러내린다.


2. 숫자의 무게

이정훈의 딸에게 매달 80만 원이 흘러간다.

2024년 기준 한국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000억 원이다.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사교육비는 늘었다. 2019년 약 21조 원에서 5년 만에 8조 원이 불어났다. GDP 대비 1.2에서 1.3퍼센트. 국방비 59조 원의 절반 규모다. 한국은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는 비용의 절반을 자녀의 시험 점수에 쓰고 있다.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전국 평균 47만 4,000원이다. 고등학생은 70만 원, 중학생은 54만 원, 초등학생은 36만 원이다. 이정훈의 딸에게 지출하는 월 80만 원은 서울 중학생 평균에 근접한다.

이정훈은 "평균적인 한국 부모"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치킨집 순이익 150만 원의 절반 이상을 딸의 교육에 쏟으면서. 치킨집이 문을 닫은 지금, 그 80만 원은 아내의 급여와 이정훈의 하이퐁 송금에서 나온다.

이 투자의 누적 규모를 계산하면 윤곽이 보인다. 초등학교 6년에 약 2,600만 원, 중학교 3년에 약 1,900만 원, 고등학교 3년에 약 2,500만 원. 사교육비만으로 약 7,000만 원이다. 대학 4년 등록금과 취업 준비 비용까지 합산하면, 하한 9,000만 원에서 상한 3억 원이다. 한 아이를 한국 사회의 "정상 경로"에 올려놓기 위한 투자 총액이다.

이 금액은 서울 외곽 소형 아파트 전세금에 해당한다. 한국의 부모는 집 한 채 값을 자녀의 머리에 넣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고등교육 민간 부담 비율은 37.2퍼센트다. OECD 평균은 16퍼센트다. 핀란드는 2에서 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 부모는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을 사비로 지출한다. 교육의 보험적 기능이 개인에게 전가된 구조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부모의 지갑이 대신하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이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강제에 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년 한국 합계출산율 0.72. 세계 최저다. 사교육비가 4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는 동안 출산율은 바닥을 찍는 역설은 모순이 아니다. 완벽하게 논리적인 결과다.

자녀를 적게 낳고 한 명에게 집중 투자한다. 한 명에게 3억 원을 쓸 수 있지만 세 명에게 각 1억 원을 쓰기는 어렵다. 저출산과 고사교육비는 동일한 결정의 두 얼굴이다. 이정훈의 딸이 외동딸이라는 사실이 이 구조를 압축한다.

이정훈은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 "모든 것"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아직 정확히 모른 채.

사교육비 29조 2,000억 원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가면, AI 노출도 지도가 나온다.


3. 목적지의 취약성

29조 원이 겨냥하는 최종 목적지는 대기업 화이트칼라, 금융, 공무원, 전문직이다. SKY 졸업생의 주요 취업 경로를 따라가면 이 네 방향이 뚜렷하다. 대기업 기획, 전략, 재무에 40에서 50퍼센트. 금융권에 10에서 15퍼센트. 공무원에 8에서 12퍼센트. 전문직에 10에서 15퍼센트. 그리고 바로 이 네 방향이 AI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Eloundou 등이 2023년 발표한 LLM 노출도 분석과 Goldman Sachs의 동년 보고서를 결합하면, 직관에 반하는 지도가 그려진다. 사무직과 행정직 업무의 46퍼센트가 AI로 대체될 잠재성이 있다. 법률 서비스 44퍼센트, 금융 43퍼센트. 반면 건설업은 6퍼센트, 시설 유지보수는 4퍼센트에 머문다.

스펙이 높을수록, 학벌이 화려할수록, AI에 더 취약한 역설이다. 이정훈이 쌓아온 금형 판단 능력은 AI에 의해 대체되었지만, 그가 하이퐁에서 하고 있는 일 — 현장에서 사람을 가르치고 설비 상태를 몸으로 감지하는 것 — 은 아직 대체되지 않았다. 공장의 데이터가 아니라 공장의 맥락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세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언어 처리가 핵심인 직무는 대규모 언어 모델의 직격 대상이다. 보고서 작성, 계약서 검토, 분석 메모 작성은 SKY 화이트칼라의 핵심 업무이자 GPT-4 이후 LLM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표준화된 절차가 있는 전문직 업무가 비표준 육체 노동보다 자동화하기 쉽다. 배관공의 손기술은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렵지만 변호사의 표준 계약서 검토는 LLM으로 대체하기 쉽다.

셋째, 재무제표, 판례, 행정 문서처럼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이 먼저 자동화된다.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감각으로 판단하는 작업은 데이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AI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적 구분이 필요하다. AI가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직업 안의 태스크를 분해한다. 4장에서 분석한 그 논리가 여기에서 교육 투자의 문제로 번역된다.

법률 사무소 전체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신입 변호사가 하던 계약서 검토 작업이 AI로 대체되고, 신입 변호사 채용이 줄어든다. 은행 지점이 닫히고, AI 심사 시스템이 도입되고, 하급 심사역이 줄어든다. 진입 경로가 막히는 것이다.

직업의 꼭대기는 남지만 사다리의 하단이 철거된다. 파트너급 변호사의 고급 자문 수요는 유지되지만, 파트너가 되기까지의 경험 축적 경로 — 주니어 시절의 반복적 계약 검토가 법적 위험 감각을 키우는 과정 — 가 사라진다.

대졸 임금 프리미엄의 추이가 이 구조를 수치로 보여준다. 2000년대 초 대졸 임금 대비 고졸 임금의 비율은 150에서 160퍼센트였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 130에서 140퍼센트로 축소되었다. 월 임금 차이로 환산하면 약 80만에서 100만 원이다.

교육 투자 총액 약 1억 5,000만 원을 연 임금 차이 약 1,050만 원으로 나누면 투자 회수 기간은 약 14.3년이다. 대학 졸업 후 14년이면 36세에서 37세다. 이 시점에 AI가 해당 직무의 태스크를 분해하기 시작한다면, 투자 회수는 더 짧아지거나 불가능해진다.

사교육 투자의 기대 수익률을 확률 경로로 분해하면 숫자가 더 날카로워진다. 사교육 집중 투자가 SKY 입학으로 이어질 확률 4에서 7퍼센트. SKY 입학이 대기업이나 전문직 취업으로 이어질 확률 50에서 60퍼센트. 대기업 취업 후 10년 이상 근속할 확률 50에서 60퍼센트.

전체 성공 경로의 확률은 1에서 2.5퍼센트다. 이정훈의 딸에게 월 80만 원씩, 6년이면 약 5,760만 원이다. 그 투자가 목표로 삼는 경로의 성공 확률 1에서 2.5퍼센트. 그리고 그 경로의 종착점인 직업군이 AI 태스크 분해의 최전선에 있다.

구글, 애플, IBM이 4년제 학위 요건을 폐지하기 시작한 것은 교육의 신호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선행 신호다. 이정훈은 이 숫자들을 모른다. 그러나 경력이 3년 만에 "구식 데이터"로 분류된 경험에서, 숫자가 전달하는 것과 같은 직관을 갖고 있다.


4. 네 개의 거울

사교육비 29조 원의 투자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작동하는가. 네 나라의 교육 실험이 거울이 된다.

핀란드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생각하게 한다. 2016년 국가 핵심 교육과정 전면 개정 이후, 현상 기반 학습이 공식화되었다. 수학 시간에 방정식을 배우는 대신 "기후 변화"라는 현상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지리로 탄소 배출 지도를 그리고, 화학으로 이산화탄소의 특성을 이해하고, 경제학으로 탄소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언어로 기후 협약 문서를 읽는다. 교과목의 경계가 현상 앞에서 녹아내린다.

핵심 역량 7가지 중 "다중 리터러시"가 중심이다. 텍스트 읽기, 데이터 읽기, 이미지 읽기, 코드 읽기, 사회적 상황 읽기를 하나의 능력으로 통합한다. 구조를 읽는 능력이 핵심 목표다.

교사 선발 경쟁률 10대 1, 석사 학위 의무, 표준화 시험 없음. 핀란드 학생의 하루 수업 시간은 4에서 5시간이다. 숙제는 OECD 최소 수준이다. PISA 2022 과학 511점으로 OECD 평균 485점을 넘긴다. 적게 가르치는데 결과가 좋은 역설은, 가르치는 것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과소평가된 요소는 교사의 지위다. 교사를 전문가로 대우하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교과서 없이 수업해도 되고, 장학 감독도 없다.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은 교사가 전문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사회가 신뢰한다는 뜻이다. 이 조건이 없으면 방법론만 수입해도 작동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교육의 시간 범위를 전 생애로 확장했다. 2015년 출범한 스킬스퓨처는 25세 이상 시민 전원에게 학습 크레딧 500싱가포르달러를 지급한다. 40세 이상에게는 교육비의 최대 90퍼센트를 보조한다.

30개 이상 산업별로 "지금 필요한 기술, 5년 후 필요할 기술"을 매핑한 스킬스 프레임워크가 훈련의 방향을 결정한다. 수요가 공급을 이끄는 구조다. 훈련기관이 과정을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는 한국과는 방향이 반대다.

성인 학습 참여율은 2015년 35퍼센트에서 2022년 51퍼센트로 올랐다. 40세에서 60대 중장년층 학습 참여 증가율이 청년층보다 높았다. 리콴유의 표현대로 "우리가 가진 것은 사람뿐"인 도시국가에서, 인적 자본의 지속적 갱신은 복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정훈이 53세에 하이퐁에서 다시 배우고 있다는 것은 개인적 결단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그것이 국가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은 18세에 실전 문제 해결을 시킨다. 8200부대는 미국 NSA에 해당하는 신호정보 부대로, 고등학교 때 선발된 상위 약 2퍼센트가 교실이 아닌 실전에서 분석, 코딩, 시스템 설계, 팀워크를 동시에 배운다. 불완전한 정보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 위계가 낮고 횡적 소통이 활발한 구조.

이 파이프라인에서 나온 사람들이 체크포인트, 웨이즈, 모빌아이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나스닥 상장 기업 수는 인구 930만 명 대비 세계 최다다.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 문화와 "시험 몇 점 맞았니"라고 묻는 문화 사이의 차이는 문화적 취향이 아니다. AI가 "알려진 정답"을 모두 저장하고 있는 시대에, "알려진 범위 안에서 탁월함"의 가치는 하락한다. AI가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독일은 배움과 일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원제 직업교육에서 훈련생은 주 3에서 4일 기업에서 실습하고 주 1에서 2일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운다. 325개 공인 훈련 직종, 2023년 기준 49만 훈련 계약. 기업이 훈련 비용으로 연간 170억 유로를 투자한다.

훈련 기간 중 급여가 지급된다. 월 600에서 1,200유로. 배우면서 번다. 청년 실업률 5.9퍼센트로 OECD 최저권이다.

이원제 이수 후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면 창업도 가능하고 일부는 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사회적 낙인이 없다. 독일 대학 진학률 33퍼센트는 한국의 76퍼센트와 대조적이지만, 대학을 가지 않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선택인 사회에서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AI 시대 대응도 빠르다. 2020년 이후 약 100개 직종이 디지털 기술 내용을 포함하도록 개정되었다. 메카트로닉스 훈련생은 AI 예지보전 시스템의 경보를 받고 실제 설비를 점검하며, AI의 출력을 읽는 법을 현장에서 배운다. 이정훈이 아산 공장에서 했던 일 — 설비의 소리와 진동을 읽는 것 — 을 독일의 18세 훈련생은 AI와 함께 배우고 있다.

네 나라의 표면은 다르다. 그러나 AI 시대에 공통으로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 지식보다 역량을 가르친다. 시험보다 실전을 겪게 한다. 학령기에 멈추지 않고 전 생애에 걸쳐 배움을 설계한다. 한국의 교육 투자 29조 원은 이 세 방향 중 어느 것과도 정렬되지 않는다.


5. 수익률 방정식의 균열

제이컵 민서가 1974년 제안한 인적자본 수익률 방정식은 교육 투자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표준 도구다. 교육 1년 추가의 임금 수익률은 7에서 12퍼센트로 추정된다. 반세기 동안 전 세계 노동경제학자들이 이 방정식을 사용해왔다.

이 방정식은 "현재까지의 시장이 교육에 어떤 가격을 매겨왔는가"를 측정한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수치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 과거 수익률이 미래에도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첫째, 민서 방정식의 수익률은 교육이 특정 태스크 수행 능력을 높인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AI가 그 태스크를 직접 수행하기 시작하면, 태스크 수행 능력의 임금 프리미엄은 하락한다. 법률 리서치, 재무제표 분석, 보고서 초안 작성은 대학 교육이 가르치는 핵심 태스크이면서 동시에 LLM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태스크이기도 하다.

민서 방정식은 기술이 인간 노동을 보완한다고 가정했다. 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방정식의 전제가 무너진다.

둘째, SKY 학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능력 신호와 학교 효과 양쪽에서 온다. 고용주가 AI 도구를 활용해 직무 적합성을 직접 평가할 수 있게 되면 학위의 신호 기능은 약화된다. 이미 구글, 애플, IBM 등 다수의 빅테크 기업이 4년제 학위 요건을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위가 아니라 포트폴리오가 신호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펙은 현재 시스템의 순위다. 시스템이 바뀌면 순위가 바뀐다. 읽는 능력은 시스템이 바뀔 때 새 순위를 만드는 능력이다.

이정훈의 28년이 증명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에 입사한 1996년, 그의 교육 투자 수익률은 민서 방정식이 예측하는 범위 안에 있었다. 대기업 생산기술부 부장까지 올라간 궤적은 교육 투자의 성공 사례였다.

그러나 2023년 AI 품질 예측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축적한 수익률이 3년 만에 소진되었다. 방정식 자체가 바뀐 것이다. 민서의 방정식은 기술 체제가 안정적일 때 작동한다. 기술 체제가 전환되는 순간, 과거의 수익률은 미래의 수익률을 예측하지 못한다.

5권 14장에서 이미 분석한 과잉자격의 역설이 여기에서 교육의 언어로 번역된다. 한국 대학 진학률 약 76퍼센트는 OECD 최고 수준이다. 독일의 33퍼센트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 대졸 실업률 약 6.7퍼센트는 고졸 실업률 약 5.5퍼센트보다 높다.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높아지는 이 역설은 통계적 오류가 아니라 구조적 결과다. 대졸자가 대졸에 걸맞다고 여기는 일자리만 노리는 눈높이 효과, 매년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자 수가 고학력 일자리 창출 속도를 초과하는 공급 과잉, 대기업이 학력을 스크리닝 도구로 쓰는 승자 독식 구조가 겹친다. 한국 4년제 대학 약 190개, 전문대 약 130개. OECD에서 인구 대비 대학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이정훈의 딸은 2010년생이다.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2090년에서 2095년까지 산다. 65세 은퇴를 가정해도 은퇴 이후가 25에서 30년이다.

교육에서 취업으로, 취업에서 은퇴로 이어지는 3단계 모델은 이 세대에게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을 학령기에 끝내고 나머지 인생을 그 교육의 수익으로 살아가는 설계는, 60년 이상의 노동 생애 앞에서 무너진다. 이정훈의 경험도 충분하지 않았다. 딸의 60년은 더더욱 하나의 교육으로 버틸 수 없다. 다단계 설계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세대다.


6. 탄광과 학원 — 선의의 맹점

1833년, 영국 요크셔.

아홉 살 소녀가 탄광 갱도에서 석탄 수레를 끈다. 네 발로 기어가며 어둠 속을 이동한다. 하루 열네 시간. 갱도의 높이는 60센티미터. 성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아이의 몸이 작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부모가 이 아이를 탄광에 보낸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탄광 노동은 현실적 선택이었다.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아이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그리고 탄광이 석탄을 필요로 하는 한, 이것이 열린 가장 확실한 경로였다.

부모의 의도에 악의는 없다. 선의와 현실적 판단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일하면 당장 먹고살 수 있다." 현재 작동하는 시스템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2025년, 서울 대치동.

열여섯 살 학생이 학원 세 곳을 돌며 하루 네 시간의 사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 7시간, 학원에서 4시간, 자습 2시간. 하루 13시간을 공부에 쓴다. 부모가 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도 단순하다. SKY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은 현실적 선택이다. "여기서 공부하면 대기업에 갈 수 있다." 현재 작동하는 시스템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두 의자에 앉은 부모에게 공통점이 있다. 선의, 현재 작동하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시스템 변화의 신호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차이도 있다. 탄광 아이에게 가해진 피해는 즉각적이고 신체적이었다. 허리가 굽었다. 폐가 망가졌다. 그래서 문제가 가시적이었고, 결국 1833년 공장법이 제정되었다. 그 공장법조차 독립 감독관 4인이 배치되기까지는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4권에서 확인했다. 법이 있어도 집행이 없으면 종이에 불과하다.

과잉 사교육이 가하는 피해는 지연적이고 구조적이다. 9,000만 원에서 3억 원을 투자한 아이가 30대 초반에 AI 태스크 분해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피해가 비로소 가시화된다. 투자와 피해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인식하기가 어렵다.

1권 10장에서 분석한 수치가 여기에서 메아리친다. 방적기 특허 1769년, 실효적 공장법 1833년. 64년이 걸렸다. 그 64년 동안 탄광의 아이들은 계속 갱도를 기어다녔다. 의무교육이 실현된 것은 1880년, 기술 기점으로부터 111년 후였다. 제도는 항상 늦었다. 그러나 한 번도 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AI 기점을 2022년으로 잡으면 아직 3년이다. 공장법이 64년 늦었듯, AI 시대 교육법도 늦을 것이다. 문제는 그 지연의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가 작동하지 않는 경로에 투자되는가이다. 이정훈의 딸도 그 아이들 중 한 명이다.

교육 개혁의 저항 세력은 네 곳에서 온다. 29조 2,000억 원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교육 산업, 교육 비용 증가에 저항하는 납세자, 학벌을 스크리닝 도구로 사용하는 대기업, 그리고 현행 체제 안에서 존재 이유를 갖는 대학 자체.

네 세력의 이해가 교차하는 곳에서 개혁은 지연된다. 4권에서 분석한 제도 지연의 다섯 가지 패턴 — 정보 비대칭, 기득권 포획, 합의 비용, 위기의 점진성, 이념적 장벽 — 이 교육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AI에 의한 직업 태스크 분해는 "점진적 위기"다. 매년 조금씩 진입 경로가 좁아지지만, 각각의 변화는 거시 지표에 나타나지 않을 만큼 작다. 촉발 사건이 없으면 정책의 창은 열리지 않는다.

1833년 탄광의 부모와 2025년 대치동의 부모는 같은 선의 안에 있다. 그리고 같은 맹점 안에 있다.


7. 읽는 능력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스펙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구조적 문해력이란 표면에 보이는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만들어내는 규칙과 힘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AI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 읽기다. "AI의 발전으로 가장 먼저 대체될 태스크는 디지털화된 반복 업무이며, 그 태스크가 많은 직종이 위험에 처하며, 나의 경로가 그 범주에 들어가는가"는 구조 읽기다.

"한국 사교육비가 29.2조 원이다"는 사실이다. "그 투자가 겨냥하는 직업들이 AI에 의해 태스크 분해되고 있는데 투자 규모는 오히려 늘고 있으며, 이것이 정보 부재의 결과인지 대안 부재의 결과인지"를 묻는 것이 구조다. 사실과 구조 사이의 거리가 곧 문해력의 깊이다.

네 나라의 교육 실험에서 추출되는 접근법이 있다.

핀란드의 다층적 읽기 훈련은 하나의 현상을 여러 렌즈로 보게 한다. 경제학 렌즈, 역사 렌즈, 사회학 렌즈, 수학적 렌즈로 같은 숫자를 다르게 읽는 연습이다. "이 숫자가 왜 이 크기인가." "이 추세는 언제 역전될 것인가." "이 규칙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질문의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교 분석은 같은 현상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묻게 한다. "한국은 왜 대학 진학률이 76퍼센트이고, 독일은 왜 33퍼센트인가.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어떤 조건에서." 이분법을 거부하는 훈련이다. "옳다/그르다"가 아니라 "이것은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가"를 묻는다.

이스라엘의 지연된 판단 훈련은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즉각 판단하지 않는 습관을 만든다.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누가 손해를 보는가. 이 정보는 누가 왜 만들었는가." 정보의 출처와 동기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뉴스피드에 떠오르는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왜 지금 내 화면에 나타났는지를 묻는 것이다.

독일과 이스라엘의 실패 분석 훈련은 성공 사례가 아니라 실패 사례를 해부한다. "이정훈은 왜 밀렸는가"가 "누군가는 왜 성공했는가"보다 구조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실패의 패턴을 읽으면 그 패턴이 다음에 어디서 반복될지 예측할 수 있다.

AI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맥락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 신뢰 판단을 내리는 것, 어떤 목표를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불완전한 정보로 행동하는 것, 이해관계자와 협상하는 것. 이 다섯 가지의 공통점은 모두 "읽는 능력"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구조를 읽고, 사람을 읽고, 상황을 읽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정답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생성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은 "AI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코딩 학원 월 120만 원이 겨냥하는 것은 AI를 만드는 능력이지만, 그 능력조차 AI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GitHub Copilot과 Cursor가 보일러플레이트 코드와 단순 디버깅을 대체하는 속도는 코딩 학원의 커리큘럼이 갱신되는 속도보다 빠르다.

코딩을 배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코딩만 배우는 것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정훈이 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은 퇴직금이 아니다. 28년을 분석한 데이터다. "아빠가 왜 밀렸는지 아니. AI가 아빠보다 빠르고 정확해서가 아니야. 아빠가 구조가 바뀌는 것을 미리 읽지 못했기 때문이야. 같은 방향으로만 달렸는데, 출발선이 이미 이동한 거야." 이 문장이 곧 실패 분석이고, 실패 분석이 곧 읽는 능력의 교육이다.

5권 14장에서 분석한 과잉자격의 역설 —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높아지는 구조 — 은 스펙을 더 쌓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구조를 읽는 눈이 스펙을 대체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제도가 도착하기 전에 개인이 먼저 읽어야 한다." 1833년 공장법이 오기까지 64년이 걸렸다. 1880년 의무교육이 오기까지 111년이 걸렸다. AI 시대의 교육법이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 사이에 이정훈의 딸은 이미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에 가거나 가지 않고, 첫 직업을 갖거나 갖지 못한다. 제도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8. 문턱의 질문

화상통화로 돌아온다.

딸이 대답한다. "왜 한국은 공부를 이렇게 많이 해야 해."

이정훈이 웃는다. 하이퐁에 온 뒤 딸 앞에서 웃는 횟수가 늘었다. 박상호의 별실에서 돌아온 이후부터다. "같이"가 가능해진 이후부터다. 딸의 질문이 정확히 구조를 건드렸다는 것을 이정훈은 모른다. 그러나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느낀다.

"좋은 질문이야. 그걸 파고들어."

이정훈은 더 말하고 싶다.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금형을 판단하고, 불량률을 낮추었다. 그 모든 시간이 데이터로 변환되지 않은 채 공장 밖으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구식"이었던 그 경험이 하이퐁에서는 "아직 사람 없이는 안 되는 지식"으로 부활했다. 위치를 바꾸니 가치가 바뀌었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공장 벽에 붙은 "스마트팩토리 2027" 포스터가 그의 유효 기간을 가리키고 있다.

2년 후에는 하이퐁에서도 AI가 그의 자리에 올 수 있다. 그때까지 이정훈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체될 때를 읽을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다.

딸에게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말할 수 있는 것. 아빠가 밀린 이유는 무능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는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시험 성적은 현재 시스템의 순위이고, 시스템은 바뀐다는 것.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말할 수 없는 것. 딸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답. 어떤 전공이 안전한지,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코딩 학원에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정훈은 경력자가 3년 만에 밀린 사람이다. 그에게 확실한 답은 없다.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줄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실패 데이터로 변환해서 딸에게 건네는 것이다. "왜 밀렸는가"에 대한 솔직한 분석. 그것이 읽는 능력의 가장 직접적인 교육이다.

이정훈이 아산 공장에서 축적한 암묵지 — 소리로 금형을 판단하는 감각, 납품업체의 행동 패턴을 읽는 경험 — 는 한국에서 "구식 데이터"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그 경험을 "왜 이런 결과가 되었는가"의 프레임으로 분석하면, 그것은 구식이 아니라 교훈이 된다. 실패 데이터가 가장 정직한 교과서다.

통화가 끝난다. 이정훈은 노트북을 닫고 창밖을 본다. 하이퐁의 밤거리에 오토바이 불빛이 흐른다. 멀리 항구의 조명이 보인다. 아산 공장의 야간 조명과 겹친다. 같은 불빛, 다른 나라, 같은 질문.

노트북의 열기가 식어간다. 방금 전까지 딸의 얼굴이 있던 화면이 어둡다.

다음 장의 이야기는 최은정(52세)에게서 시작된다. 이정훈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묻는 동안, 최은정은 "무엇이 희소해지는가"를 묻고 있다.

교육이 개인의 미래를 설계하는 문제라면, 희소성의 이동은 사회 전체의 가치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문제다. Part 3이 개인과 집단의 적응을 다루었다면, Part 4는 그 적응이 향하는 곳의 좌표를 묻는다.

이정훈의 딸은 교과서를 펼치지만 아버지의 질문이 머리에 남는다. "네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게 뭐야." 이정훈은 이 질문에 자신이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가 줄 수 있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의 무게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는 법은 가르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당신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면 — 무엇인가.


10장 끝 — 리서치 소스: R-09, R-04, C-01, C-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