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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6 — 마지막 직업

9장: 함께 건너는 법 — 비공식 제도의 탄생


1. 박상호의 별실

2025년 9월, 하이퐁. 저녁 7시.

응우옌반린 거리의 한국 식당 2층 별실에서 형광등이 켜졌다. 테이블 세 개를 밀어 붙인 긴 자리에 플라스틱 의자가 열네 개 놓여 있다. 벽에는 소주 포스터가 붙어 있고, 창문 너머로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에어컨이 가동되지만 9월의 하이퐁 습기를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한다.

박상호(51세)가 먼저 와 있다. 흰 칠판을 벽에 세워두고 마커로 세 줄을 적었다. 신규 의뢰 3건. LG 클러스터 반경 협력업체의 프레스 금형 정비, 삼성 2차 벤더의 QC 시스템 구축,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 한국 섬유 공장의 설비 점검.

마커 잉크 냄새가 소주잔 냄새와 섞인다. 칠판 아래에는 지난달 모임에서 배분한 의뢰 결과가 적혀 있다. 4건 완료, 1건 진행 중, 1건 취소. 취소된 건은 베트남 현지 업체가 한국인 기술자 대신 중국인 기술자를 고용한 경우다. 가격 경쟁이다. 이미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한다. 48세에서 63세. 전직 — 섬유, 조선, 자동차, 철강. 한국에서의 마지막 직함은 각기 다르지만, 여기에서의 현재 위치는 같다. 공식 제도가 끝나는 지점의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현대중공업 용접 기술자 출신인 박상호가 이 모임을 시작한 것은 2024년 초다.

처음에는 세 명이었다. 박상호 자신, 포스코 설비 엔지니어 출신의 58세, 삼성 협력업체 QC 전문가 출신의 54세. 하이퐁의 한국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누군가 말했다. "우리끼리 일감을 나누면 안 되나."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정훈이 별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상호가 손짓한다. 빈자리는 두 개. 이정훈은 창가 쪽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다. 옆자리의 63세 — 대우조선 출신 배관 기술자 — 가 소주잔을 내민다.

이정훈은 받지 않는다. 아직은 관찰하는 자리다. 옆자리 사람의 손등에 용접 화상 흉터가 있다. 이정훈의 손에도 같은 종류의 흉터가 있다. 같은 시대, 같은 산업, 같은 몸의 언어.

"한국에서는 우리 같은 사람 쓸모없다고 하잖아. 근데 여기 사람들은 우리 없으면 라인 못 돌려."

박상호가 칠판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정훈은 칠판의 세 줄을 읽는다. 첫 번째 의뢰 — 프레스 금형 정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8년 동안 해온 일이다. 한국에서는 AI 품질 예측 시스템이 대체한 일이지만, 여기에서는 아직 사람의 귀가 필요한 일이다.

세 번째 의뢰가 눈에 걸린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 하이퐁에서 비행기로 네 시간. 이 네트워크의 반경이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열두 명이 자리를 채운다. 소주가 돌고, 삼겹살이 구워지고, 칠판 앞에서 의뢰 배분이 시작된다.

이것은 비즈니스인가. 상호부조인가. 누군가에게는 소득의 원천이고, 누군가에게는 고립의 해소이고, 누군가에게는 한국에서 잃어버린 직함 대신 여기서 새로 얻은 역할이다. 이정훈은 아직 이 모임의 성격을 규정하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혼자였을 때와 다르다는 것.

8장에서 이정훈의 개인 전략을 따라갔다. 위치 차익, 도메인 교차점, 불가결 노드의 개인판. 그러나 개인의 전략만으로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썼다. 계약 분쟁이 생겼을 때 혼자 대응해야 하고, 비자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해결해야 하고, 일감이 끊겼을 때 혼자 찾아야 한다.

이 별실의 열두 명은 그 "혼자"를 "함께"로 바꾸려는 시도다.


2. 씨앗

개인의 적응이 다른 사람의 경로가 되는 과정은 계획되지 않는다. 박상호가 하이퐁에 온 것은 개인적 결단이었다. 그가 세 명의 동료를 불러 소주를 마신 것도 개인적 필요였다. 그러나 세 명이 다섯 명이 되고, 다섯 명이 열두 명이 되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행위가 아니었다.

구조가 생긴 것이다.

비공식 전환 지원 제도는 어디에서든 같은 특성을 띤다.

자발성 — 누가 만들라고 해서가 아니라 필요가 있어서 생겨난다. 호혜성 — 단방향 수혜가 아니라 쌍방향 교환이다. 오늘 일감을 소개받은 사람이 다음 달에 일감을 소개한다. 약한 연결 — 기존의 강한 연결(가족, 동창, 직장 동료)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가 핵심이다. 박상호의 네트워크에서 열두 명은 서로 이전 직장이 다르고, 출신 지역이 다르고, 전문 분야가 다르다. 그들을 묶는 것은 과거의 인연이 아니라 현재의 처지다.

그리고 점진적 공식화 — 규칙이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반복을 통해 관행이 된다. 월례 모임, 의뢰 배분 순서, 중개 수수료 없음의 원칙. 누가 정한 것이 아니라 여섯 달의 반복이 굳힌 것이다.

한국에는 중장년 전환 지원의 공식 제도가 존재한다. 서울의 50플러스 캠퍼스는 2016년 개관 이후 다섯 곳으로 확대되어 연간 15만 명이 이용한다. 50세에서 64세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인생 재설계 상담, 직업 전환 교육, 커뮤니티 연결을 제공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시니어 전문가 활용사업은 대기업 퇴직 전문가를 중소기업에 연결하는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제도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구조적 공백이 남는다.

40세에서 55세, 전문 기술직 출신, 공식 퇴직 직전 또는 직후 단계의 중장년을 위한 전환 지원이 가장 취약하다. 50플러스 캠퍼스는 50세 이상 집합 교육 중심이고, 시니어클럽은 60세 이상 단순 서비스직 중심이다. 이정훈이나 박상호처럼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기술 전환이 필요한 제조 엔지니어링 분야 종사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부재한다.

박상호의 네트워크는 그 부재에서 자생했다. KOTRA의 K-Move 프로그램은 20대에서 30대 청년 취업에 특화되어 있다. 해외취업지원센터의 연령 상한은 대부분 39세다.

국가가 설계하지 못한 빈자리를 개인들이 채운다. 비공식 제도의 씨앗은 언제나 이런 공백에서 싹튼다.


3. 올슨의 역설과 박상호의 임계점

그러나 공백이 있다고 씨앗이 반드시 싹트는 것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는데 왜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는가.

맨서 올슨(Mancur Olson)은 1965년 집합행위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에서 이 질문에 답했다. 합리적 개인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비용은 자신이 지불하지만 이익은 전체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무임승차(free-riding)가 합리적 선택이 된다.

집단이 클수록 이 문제는 심해진다. 하이퐁에 한국인 기술자가 200명 이상 있다는 추정이 있다. 페이스북 그룹에는 대부분이 가입해 있다. 그러나 정작 의뢰 정보를 올리는 사람은 없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300명이 가입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아무도 먼저 일감을 공유하지 않는 침묵. 올슨의 역설이다.

올슨이 제시한 해법은 두 가지였다. 소집단 — 구성원이 적으면 각자의 기여가 눈에 보이고, 무임승차가 어렵다. 선택적 유인 — 참여자에게만 돌아가는 구체적 이익이 있으면 행동 동기가 생긴다.

박상호의 12명은 올슨의 첫 번째 해법에 정확히 부합한다. 12명이면 누가 일감을 소개했고 누가 하지 않았는지가 즉각 드러난다. 선택적 유인도 존재한다.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뢰 배분에서 빠진다.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1990년 공유자원의 관리(Governing the Commons)에서 올슨의 결론을 뒤집었다. 공유지의 비극은 필연이 아니다. 자치적 관리가 가능한 조건이 있다. 오스트롬은 전 세계 사례를 분석해 여덟 가지 설계 원칙을 도출했다. 명확한 경계, 적합한 규칙, 집합적 선택, 감시, 점진적 제재, 분쟁 해결, 자기 결정권, 중첩적 거버넌스.

박상호의 네트워크는 이 중 네 가지를 충족한다.

명확한 경계 — 월례 모임에 참석하는 12명으로 한정된다. 적합한 규칙 — 의뢰는 전문 분야에 따라 배분하고 중개 수수료는 없다. 감시 — 12명의 소집단에서 기여와 무임승차는 즉각 가시적이다. 집합적 선택 — 의뢰 배분은 모임에서 합의로 결정된다.

나머지 네 가지 — 점진적 제재, 분쟁 해결 기제, 외부로부터의 자기 결정권, 중첩적 거버넌스 — 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12명의 비공식 네트워크가 지속 가능한 제도로 발전하려면 이 네 가지가 필요하다.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1978년 임계점 모형(threshold model)을 제안했다. 각 개인에게는 "최소한 이만큼의 사람이 행동해야 나도 행동한다"는 고유한 숫자가 있다.

광장에 100명이 모여 있다고 가정하자. 임계점이 0인 사람이 한 명 있다 — 아무도 행동하지 않아도 혼자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가 행동하면, 임계점이 1인 사람이 합류한다. 그러면 임계점이 2인 사람이 합류한다. 연쇄가 시작된다.

그러나 임계점이 0인 사람이 없으면 — 모든 사람이 "누군가 먼저 하면 나도 한다"고 생각하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상호는 임계점이 0인 사람이다. 이미 한국에서 밀려났고, 하이퐁에서 새로운 경로를 개척했고, 잃을 것이 적어 행동의 비용이 낮았다. 그가 먼저 세 명을 불렀다. 세 명이 각자 한두 명을 데려왔다. 다섯 명이 되었을 때 의뢰를 분배하는 규칙이 생겼고, 열두 명이 되었을 때 월례 모임이 정례화되었다.

그라노베터의 연쇄가 작동한 것이다.

이전 시스템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이 밀려났을 때, 그 충실함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에너지가 되는 역설이다. 박상호의 "비합리적" 선택 — 자신의 시간과 인맥을 무보수로 네트워크에 투입한 것 — 이 열두 명의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4. 제도의 거울: 스웨덴, 덴마크, 싱가포르

박상호의 12명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을 국가가 제도로 만든 곳이 있다.

스웨덴의 TRR(Trygghetsrådet, 직업안정위원회)은 1974년 노사가 합의해 설립한 전환 지원 기구다.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 사용자단체와 화이트칼라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으로 만들었다. 연간 약 4만 명의 해고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고용주가 해고 예정자를 6개월 전에 통보하면, TRR 컨설턴트가 1대1로 역량을 진단하고, 개인화된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재취업까지 동행한다. "당신이 가장 잘한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TRR 상담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직무 기술서가 아니라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12개월 내 재취업률 83퍼센트. 재취업자 중 69퍼센트가 이전 임금 이상을 유지한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효율이 아니다. "밀린 자를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전환의 인프라"로 설계된 제도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TRR은 해고 예정자의 과거 — 시스템에 충실했던 시간 — 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덴마크의 유연안전성(flexicurity)은 황금 삼각형이라 불린다. 유연한 해고, 관대한 실업급여,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 세 꼭짓점이 서로를 지지한다.

해고가 쉬운 대신 실업급여는 이전 임금의 최대 90퍼센트를 최장 2년간 지급한다. 그 기간 동안 재취업 활동이나 직업훈련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의무이자 권리다.

GDP 대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지출은 약 1.9퍼센트로 OECD 최상위권이다. 한국은 약 0.4퍼센트다. 다섯 배에 가까운 격차다.

싱가포르의 스킬스퓨처(SkillsFuture)는 국가가 평생학습을 생존 전략으로 규정한 제도다. 25세 이상 시민 전원에게 학습 크레딧 500싱가포르달러를 지급한다. 40세 이상에게는 추가 크레딧을 제공하고, 교육비의 최대 90퍼센트를 보조한다.

30개 이상 산업별로 "지금 필요한 기술, 5년 후 필요할 기술"을 매핑한 스킬스 프레임워크(Skills Framework)가 훈련의 방향을 결정한다. 수요가 공급을 이끄는 구조다. 훈련기관이 과정을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는 한국과는 방향이 반대다.

세 제도의 공통점은 하나다. 국가 또는 노사가 "전환"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인프라의 문제로 정의했다는 것.

한국에는 이것이 없다.


5. 내일배움카드의 한계

한국의 내일배움카드는 연간 152만 명에게 발급되고 98만 명이 훈련에 참여한다. 훈련 수료 후 6개월 기준 취업률은 54.6퍼센트다. 취업한 사람의 임금은 훈련 전 대비 중위 기준 91.3퍼센트 — 오히려 낮아진다.

구조적 문제는 네 가지다.

첫째, 공급자 중심이다. 훈련 과정은 훈련기관이 개설하고 정부가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TRR이 "시장이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에서 출발하여 역방향으로 훈련을 설계하는 것과 반대다. 40대에서 50대 재취업 교육 참여자의 41.2퍼센트가 "취업 수요가 많다고 들어서" 과정을 선택한다. 구조적 필요가 아니라 소문에 의한 선택이다.

둘째, 사용자 주권이 없다. TRR은 개인화된 역량 진단과 전환 계획을 제공한다. 내일배움카드는 카드만 제공하고 진단은 없다. 고용센터 상담사 한 명이 담당하는 구직자 수가 수백 명에 달하는 구조에서 개인화는 불가능하다.

셋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반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3퍼센트 수준이다.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된 50대가 훈련을 받아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면, 그 격차를 감수해야 한다. "어차피 임금이 낮아질 텐데 왜 훈련을 받아야 하나"라는 합리적 계산이 참여 저조로 이어진다.

TRR이 재취업자의 69퍼센트에서 이전 임금을 회복하는 것은, 스웨덴 노동시장의 임금 압축 구조 —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한국보다 작은 구조 — 가 배경이다. 제도의 효과는 제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제도가 작동하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함께 결정한다.

넷째, 사회적 낙인이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이직과 직업 전환은 정상적인 경력 경로로 수용된다. 한국에서 40대에서 50대의 직장 상실은 여전히 실패의 낙인을 동반한다. 훈련이 성장이 아니라 재기의 언어로 인식되는 한, 참여의 심리적 장벽은 높다.

라이더유니온의 궤적이 이 한계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2018년 한여름, 서울 마포구. 맥딜리버리 3년차 라이더 박정훈이 "올해는 컵라면 말고 폭염수당을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한 달간 1인 시위를 했다. 임계점이 0인 사람이었다.

2019년 41명이 모여 라이더유니온을 출범했다. 8,000명까지 성장했다. 2023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흡수되었고,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리더는 제도 안으로 갔다. 그러나 배달 라이더 40만 명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자영업자"다. 최저임금 보장 없고, 유급 병가 없고, 부당해고 보호 없다.

리더는 제도 안으로 들어갔지만, 매일 배달 앱에 접속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산재보험 없이 도로를 달리는 40만 명은 제도 밖에 남아 있다. 비공식에서 공식으로의 전환이 리더의 전환에서 멈춘 사례다.


6. 법이 선을 긋고, 자본이 선 위에서 춤을 추다

비공식 제도가 공식 제도로 전환된 사례도 있고, 전환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스페인. 2017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배달 라이더들이 페이스북 그룹 "RidersXDerechos(라이더들의 권리)"를 만들었다. 노조가 아니었다. 법인도 아니었다. 배달 대기 중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SNS 그룹이었다.

2019년 Glovo 라이더 한 명이 바르셀로나에서 자전거 사고로 사망했다. 산재보험이 없었다. 자영업자였기 때문이다.

2020년 스페인 대법원이 판결했다. Glovo 라이더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다. 알고리즘이 업무 배정, 가격 설정, 성과 평가를 통제하므로 실질적 종속 관계가 존재한다. 2021년 라이더법(Ley Rider)이 제정되었다. 유럽 최초의 플랫폼 노동 입법이었다.

그러나 법이 제정된 뒤에도 전환은 완료되지 않았다. Glovo는 라이더의 80퍼센트를 자영업자로 유지했다. 국가는 물러서지 않았다. 노동감독관이 반복 제재를 가했고, 사회보장청이 누적 벌금 7억 7천만 유로를 부과했고, 2022년 형법 개정으로 위장 자영업이 형사범죄가 되었다. 2024년 형사처벌 위협 끝에 Glovo는 15,000명의 라이더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비공식 페이스북 그룹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3년. 판결에서 입법까지 1년. 입법에서 실질 전환까지 다시 3년. 총 7년. 법이 선을 긋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국가가 선 위에서 춤추는 기업을 반복적으로 제재해야 했다.

반대편에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T) 워커가 있다. 2009년 연구자 릴리 이라니와 식스 실버만이 터크옵티콘(Turkopticon)을 만들었다 — 워커들이 요청자의 신뢰도를 공유하는 브라우저 플러그인이었다. 2014년 집합행동 플랫폼 다이나모(Dynamo)가 구축되었다. 그러나 캠페인은 두 건에서 멈추었고, 플랫폼은 사실상 소멸했다.

왜 실패했는가. 140개국에 흩어진 50만 명은 같은 작업을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다. 아마존은 플랫폼 내부에 워커 간 소통 채널을 허용하지 않았다. 시간당 실효 임금 2달러로는 조직화에 쓸 시간 자체가 없었다.

공간적 차단, 구조적 차단, 경제적 차단. 세 겹의 벽이 동시에 작동했다. 물리적 벽이 아니라 아키텍처 자체가 연대를 차단한 것이다.

박상호의 별실이 가능한 것은 열두 명이 같은 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식당에서 소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근접성은 연대의 전제 조건이다.

영국에서는 IWGB(독립노동자조합)가 우버(Uber) 기사의 법적 지위를 다투어 2021년 대법원에서 만장일치 승리를 거뒀다. 우버 기사는 "워커"다. 그러나 같은 시기 딜리버루(Deliveroo) 기사는 계약서 한 줄 — 대체인력 조항(substitution clause) — 때문에 "독립계약자"로 분류되었다.

법원이 선을 그었다. 기업은 선 위에서 춤을 췄다.

세 사례가 가르치는 것은 하나다. 비공식에서 공식으로의 전환은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사법적 돌파, 정치적 의지, 사회적 압력이 동시에 갖춰질 때만 전환이 일어난다. 스페인에서는 세 가지가 모두 갖춰졌다. 한국에서는 아직 하나도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7. 공식 체크포인트 — 공식의 궤적

이 시리즈는 하나의 공식을 따라왔다.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폭발시킨다. 자본이 집중된다. 사회가 불안해진다. 제도가 재설계된다. 1권에서 정립하고, 매 권마다 확인한 공식이다.

6권에서 이 공식은 변형되었다. 기술 혁신에서 자본 집중까지는 같다. 사회 불안 이후에 두 개의 항이 추가된다. 개인의 적응, 그리고 비공식 제도의 형성이다. 공식 제도의 재설계는 그 뒤에 온다 — 만약 온다면.

9장까지의 궤적을 추적하면 이렇다. 1장에서 4장까지 기술 혁신을 따라갔다. AI가 인지 노동을 해체하고, 직업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밀림의 선행 신호가 나타나는 과정이었다. 5장에서 6장이 사회 불안의 양상을 드러냈다. 7장에서 8장이 개인의 적응 전략을 분석했다.

그리고 9장 — 비공식 제도의 형성. 박상호의 12명, 라이더유니온의 41명에서 8,000명, 스페인 RidersXDerechos의 페이스북 그룹.

두 개의 의자가 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크라수스의 사설 소방대가 화재를 자본화하던 시기, 시민들은 콜레기아를 만들었다. 직업별, 지역별로 조직된 상호부조 모임이었다. 빵 만드는 자들의 콜레기움, 목수들의 콜레기움, 방직공들의 콜레기움. 각 콜레기움에는 정기적 회합이 있었고, 공동 식사가 있었으며, 장례 기금이 있었다.

로마에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사후의 사회적 소멸이었다. 콜레기아는 그 소멸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크라수스의 사설 소방대가 사라지고 비질레스가 창설되기까지 59년. 그 59년 동안 공식 소방대가 없는 자리를 콜레기아가 채웠다. 비공식 제도는 공식 제도의 토양이었다. 기원후 6년 아우구스투스가 비질레스를 창설했을 때, 그것은 콜레기아가 59년간 임시방편으로 해오던 것을 국가가 흡수한 것이었다.

2025년, 하이퐁. 박상호의 12명은 콜레기아의 현대판이다. 한국에 퇴직 기술자의 해외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공식 제도가 없는 동안, 이 12명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공식 소방대가 오기 전의 59년처럼.

4권에서 적응형 규제가 기존 제도의 빈자리를 채우는 과정을 분석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한정된 공간에서 규칙을 실험하듯, 비공식 제도는 공식 제도가 도착하기 전에 사회적 실험을 수행한다.

박상호의 네트워크는 "한국 퇴직 기술자의 해외 기술 이전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적 샌드박스다. 이 실험의 결과가 축적되면, 국가가 참조할 수 있는 모델이 된다. 4권의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을 실험하는 공간이었듯, 비공식 제도는 전환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영국의 우애조합이 그랬고, 한국의 새마을금고가 그랬다.

그러나 공식의 마지막 항 — 공식 제도의 재설계 — 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비공식 제도의 씨앗은 아래에서 올라온다. 그러나 공식화의 조건은 위에서 만들어진다.


8. 전환의 네 조건

어떤 비공식 제도는 공식화되고, 어떤 것은 소멸한다. 그 차이를 결정하는 조건은 네 가지다.

첫째, 규모 임계점(Critical Mass). 올리버와 마웰(Pamela Oliver & Gerald Marwell)의 수리 모델에 따르면, 소규모의 고도로 동기화된 임계 집단이 집합행동을 촉발한다.

영국 우애조합은 1801년 70만 명에서 1872년 400만 명으로 성장했다. 20세기 초에는 영국 성인 남성의 절반 이상이 가입해 있었다. 이 규모가 1911년 국민보험법의 전제 조건이었다. 로이드 조지는 우애조합을 폐지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규모를 "인정 단체"로 편입시켰다.

박상호의 12명은 소집단 내부의 임계점은 넘었으나 사회적 임계점에는 미달인 상태다.

둘째, 제도적 기업가(Institutional Entrepreneur). 디마지오(DiMaggio)가 정의한 개념이다.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시작하고, 그 변화의 실행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자.

로이드 조지는 재무장관의 권한으로 의사 단체, 보험 회사, 우애조합, 노동조합 사이를 직접 협상하며 국민보험법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퇴직 기술자의 해외 기술 이전을 공식 제도로 만들겠다고 자임하는 행위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셋째, 위기 가시성(Crisis Visibility). 킹던(John Kingdon)의 다중흐름 모형에서 "정책의 창(policy window)"은 문제 흐름, 정치 흐름, 정책 흐름이 만날 때 열린다. 스페인에서 Glovo 라이더의 사망이 정책의 창을 열었다.

AI에 의한 직업 대체는 "점진적 위기"다. 매주 어딘가에서 소규모 해고가 반복되지만, 각각의 사건은 거시 고용 지표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작다. 촉발 사건이 없으면 정책의 창은 열리지 않는다.

넷째, 기존 제도 실패의 가시성. 내일배움카드의 취업률 54.6퍼센트, 임금 회복률 91.3퍼센트는 "어중간한 성과"다. 완전한 성공도 완전한 실패도 아니다. 절반은 취업하고 절반은 취업하지 못하는 결과는 제도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하기에는 모호하다.

실패가 가시적이지 않으면 제도 변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형성되지 않는다.

역사적 패턴에 따르면, 네 조건 중 최소 세 가지가 충족될 때 비공식 제도의 공식화가 진행된다. 영국 우애조합에서 국민보험법으로의 전환은 네 가지 모두가 충족된 사례다. 스페인 라이더법은 세 가지가 충족되었다.

한국의 퇴직 기술자 전환 지원은 네 조건 모두 미충족이다.

박상호의 12명은 사회적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네트워크를 공식 제도로 전환할 정치적 행위자가 없다. AI 대체는 점진적이어서 정책의 창을 열 촉발 사건이 부재한다. 내일배움카드는 어중간하게 작동하여 실패의 가시성이 낮다.

네 조건 모두 미충족. 이것이 한국의 현재 좌표다.

5권에서 국가의 불가결성을 논할 때, 전환은 개인의 각성이 아니라 제도적 인프라의 문제라고 썼다. 개인의 각성은 박상호와 이정훈에게 이미 일어났다. 부재한 것은 인프라다.


9. 문턱의 질문

이정훈은 박상호의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영상통화를 건다. 일요일 저녁이다. 하이퐁의 거리에는 오토바이가 줄지어 달리고, 길가의 쌀국수 가게에서 김이 오른다. 이정훈은 걸으면서 화면을 든다.

딸은 이제 열일곱이다. 화면 너머 방의 포스터가 또 바뀌었다. 이정훈은 그것을 알아채지만 묻지 않는다. 딸의 세계는 이정훈이 알지 못하는 속도로 바뀌고 있다.

딸이 묻는다.

"아빠, 거기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이야."

이정훈은 잠시 생각한다. 한국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은 정확하지 않다. 이 사람들은 밀려났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국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여기에서는 이 사람들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전 시스템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들이 밀려났고, 밀려난 자리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야."

딸의 질문은 단순하지만, 이정훈에게는 단순하지 않다. "같이"라는 단어가 가능해진 것은 박상호의 별실에서다. 두 달 전까지 이정훈에게 하이퐁은 혼자 버티는 곳이었다. 오늘부터는 다르다.

크라수스의 소방대가 로마를 자본화하던 시대에 시민들이 콜레기아를 만들었듯, 공식 제도가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찾는다.

이정훈의 28년은 한국에서 "구식 데이터"였다. 하이퐁에서는 "아직 사람 없이는 안 되는 지식"이었다. 그러나 개인의 지식이 지속 가능한 구조가 되려면, "같이"가 필요하다. 콜레기아의 장례 기금이 개인의 죽음을 공동체의 책임으로 만들었듯, 박상호의 칠판이 개인의 생존을 집단의 구조로 만들었듯.

딸이 화면 너머에서 웃는다. 그 웃음에 이정훈도 웃는다. 하이퐁에 온 뒤 처음으로 딸 앞에서 웃는다.

다음 장의 이야기는 이정훈의 딸에게서 시작된다. "아빠, 나는 뭘 공부해야 해." 이정훈이 하이퐁에서 겪고 있는 전환이 딸의 세대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비공식 제도가 개인의 전환을 돕지만, 다음 세대의 전환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영상통화를 끊고 이정훈은 창밖을 본다. 하이퐁의 밤은 습하다. 당신이 속한 비공식 제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언제, 누구의 임계점 0에서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그것이 공식 제도가 되려면, 아직 무엇이 부족한가.


9장 끝 — 리서치 소스: R-14, R-13, C-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