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 두 개의 아침
시카고, 2025년 1월 어느 화요일
사라 코왈스키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오전 6시 47분. 더 이상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됐다. 출근할 곳이 없으니까. 그녀는 침대 옆 서랍에서 레보티록신 한 알을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만성 피로, 체중 증가, 우울 증상이 찾아온다. 약값은 보험 없이 월 180달러다.
시카고 링컨파크 인근의 1BR 아파트. 월세 1,700달러. 창밖으로 1월의 미시간 호가 보인다. 회색 호수, 회색 하늘.
커피를 내리면서 우편물을 열었다. 세 통.
첫 번째, COBRA 건강보험 고지서. 월 1,200달러. COBRA 개인 가입 전국 평균은 월 584달러(KFF 2024)이지만,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PPO 플랜은 이보다 비싸다. 더 싼 플랜으로 바꾸면 주치의를 잃는다. 두 번째,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통지. 월 541달러. 잔액 47,000달러. 세 번째, 401(k) 분기 보고서. 잔액 28,000달러. 조기 인출하면 10% 페널티에 소득세까지 뗀다. 손대면 안 된다. 아직은.
2주 전, 12년간 일한 시카고 중형 로펌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소송 지원팀 12명이 5명으로 줄었다. Harvey AI가 판례 리서치를 맡고, Relativity가 증거개시 문서 검토를 처리하기 시작한 이후였다. 사라의 연봉 62,000달러. Harvey AI 구독료 연 3,000~6,000달러. 로펌 입장에서 계산은 간단했다.
해고 당일, 시니어 파트너는 사라가 훌륭한 파라리걸이었다고 말했다. 이건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고.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더 잔인했다.
선전, 같은 날 오전 8시
왕레이(王磊)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룽강구(龙岗区) 70m² 아파트. 2020년에 455만 위안(元)에 샀다. 양가 부모가 모아준 계약금 137만 위안. 나머지 318만 위안은 30년 대출이다. 월 상환액 16,900위안.
그는 스마트폰에서 부동산 앱 안쥐커(安居客)를 열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매물 시세. 350만 위안. 5년 전 455만에 산 것이 지금 350만이다. 대출 잔액 318만 위안. 시가에서 대출을 빼면 32만이 남는다. 다만 이 집을 팔면 중개 수수료와 세금으로 30만이 나간다.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거의 없다. 사실상 역전세(负资产)다.
어제, 10년간 일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통보를 받았다.
CS 매니저 직책 폐지. 30명이던 고객 서비스팀이 6명으로 줄었다. 즈치과기(智齿科技)의 AI 고객응대 시스템이 상담의 95%를 처리한다. 남은 6명은 AI가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클레임을 맡는다. 관리할 팀이 없으면 매니저도 필요 없다. 회사는 N+1 보상금 132,000위안을 제시했다. 10년 근속에 대한 가격이다.
132,000위안. 월 상환액 16,900위안으로 나누면, 8개월이 채 안 된다.
왕레이는 부동산 앱을 닫았다. 그리고 위챗(微信)을 열었다. 전 동료 장하오(张浩)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이퇀(美团) 배달원 등록 링크. 한마디가 덧붙여져 있었다.
전직 매니저, 후직 기수(前经理, 后骑手)라는 말.
왕레이는 메시지를 읽고, 화면을 껐다.
12,000킬로미터
시카고와 선전 사이의 거리는 약 12,000킬로미터다.
사라 코왈스키와 왕레이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다. 같은 날 아침, 같은 종류의 통보를 받았다는 것도 모른다. 두 사람을 밀어낸 힘의 이름은 같다.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두 삶을 같은 방향으로 밀고 있다. 그런데 낙하의 모양은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는 빠르게 떨어진다. 6개월의 절벽이 기다린다. 중국에서는 느리게 가라앉는다. 2년간 바닥을 향해 미끄러진다.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아래로.
이 챕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로 엮는다. 미국의 도입, 중국의 도입, 미국의 몰락, 중국의 몰락, 그리고 교차 비교. 마지막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운가?"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드러내는 것.
섹션 A: 두 사람의 세계
A-1. 사라의 세계 — 15분의 시연
2024년 3월의 어느 오후였다.
시니어 파트너 마크 홀란더가 회의실에 팀을 모았다. 노트북 화면에 Harvey AI 인터페이스가 떠 있었다. 2022년 전 OpenAI 연구원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시리즈 C에서 1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인정받은 상태였다. 세쿼이아 캐피털이 리드한 투자. Allen & Overy가 대형 로펌 최초로 도입한 뒤, 업계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홀란더가 검색창에 질의를 입력했다. 일리노이주 상업 소송에서 비밀유지 조항 위반 관련 판례를 찾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사라가 이 작업을 하면 6시간이 걸린다. Westlaw에 접속하고, 키워드를 조합하고, 관련 판례를 하나씩 읽고, 적용 가능한 것을 골라내고, 요약을 작성한다. 12년 동안 수천 번 반복한 작업이다.
Harvey AI가 15분 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판례 12건, 각각에 대한 관련성 분석, 적용 가능한 법리의 요약, 그리고 원고 측과 피고 측 각각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까지. 사라가 하루 종일 할 일을 15분에 끝냈다. 비용은 시간당 1~5달러 수준이다. 사라의 시급은 복리후생 포함 50~75달러.
사라는 그때 생각했다. 멋지다. 이 도구를 활용하면 더 복잡한 분석에 집중할 수 있겠다.
그것이 자신의 해고 통보서라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2024년 법률 산업에서는 하나의 수치가 떠돌고 있었다. 69%. 파라리걸 업무 시간의 69%가 AI로 자동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2024 Legal Trends Report가 제시한 수치다. 법률 전문가의 77%가 AI가 자신의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했다. Thomson Reuters의 2024년 4월 보고서. 다만 "상당한 영향"이라는 표현은 모호했다. 보조할 것인지, 대체할 것인지. 두 단어 사이의 거리는 해고 통보서 한 장만큼이었다.
파라리걸은 미국에 약 345,800명이 있다. 중위 연봉은 61,010달러. BLS가 2024년 5월 기준으로 발표한 수치다. 여성이 85~87%를 차지한다. 많은 이들이 커뮤니티 칼리지 2년제 과정을 거쳐 이 직종에 진입한다. 파라리걸의 약 40%가 준학사(associate's degree) 경로다.
사라는 그 경로의 전형이었다.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출신. 폴란드계 가정. 해럴드 워싱턴 칼리지에서 2년을 공부하고, ABA 인가 파라리걸 수료증을 취득한 것이 2013년. 교육 2년, 이 로펌에서 경력 12년. 그 전문성이 월 250달러짜리 소프트웨어에 의해 대체되고 있었다.
A-2. 왕레이의 세계 — 도입자가 도입당하다
왕레이가 AI를 처음 만난 것은 2023년 초였다.
그가 도입했다.
회사가 비용 절감을 요구했다. 왕레이는 시장 조사를 거쳐 즈치과기(智齿科技)의 AI 고객응대 솔루션을 선택했다. 월 2,000위안이면 기본 패키지를 쓸 수 있었다. 30명 CS팀의 월 인건비 약 24만 위안과 비교하면, AI 시스템 비용은 1~3만 위안 수준이었다. 8~17배의 차이.
왕레이는 팀에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단순 반복 문의를 처리하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는지, 아니면 경영진의 언어를 반복한 것인지, 지금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AI 고객응대 전환은 이미 거대한 흐름이었다. 타오바오(淘宝)의 AI 고객응대 시스템 알리 샤오미(阿里小蜜)는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2024년 기준, 타오바오/티몰(天猫) 고객 문의의 97%를 AI가 1차 처리한다. 알리바바 투자자 보고서의 수치다. 징동(京东)의 JIMI는 고객 문의의 90% 이상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핀둬둬(拼多多)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상담원 연결을 아예 어렵게 설계했다. 핀둬둬의 직원 수는 약 13,000명이다. 알리바바의 1/17 수준. 극단적 효율.
2023년 중반, 통이치엔원(通义千问)이 통합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형 언어모델이 기존 규칙 기반 챗봇을 대체했다. 이전에는 단순 FAQ만 처리하던 AI가 이제 복잡한 클레임, 감정적 불만, 다중 턴(turn) 대화까지 처리한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의 범위가 급격히 좁아졌다.
왕레이의 팀은 2023년 말 30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2024년 하반기에 12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2025년 1월, 매니저 직책이 폐지되었다. AI가 상담원 대부분을 대체하면, "관리"할 인력이 없다. 관리자가 관리할 대상을 잃는다. 이것은 AI가 실무 노동뿐 아니라 관리 노동까지 해체하는 새로운 단계였다.
역설은 완벽했다. AI를 도입한 사람이 AI에 밀려났다.
왕레이는 후난성(湖南省) 창사시(长沙市) 출신이다. 2선 도시. 전문대(大专)에서 전자상거래를 전공하고 2008년에 졸업했다. 2012년 선전으로 왔다. 10년 동안 CS팀에서 일하며 2017년에 매니저로 승진했다. 30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매니저. 그것이 왕레이의 정체성이었다.
CS 매니저의 월급은 선전 기준 10,000~12,000위안이다. BOSS直聘(보스즈핀) 2024년 데이터. 왕레이는 경력 10년의 매니저로서 12,000위안을 받았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약 55위안. AI 시스템의 시간당 비용은 한 자릿수 위안이다.
이 격차 앞에서 경영진의 결정은 이미 끝나 있었다.
섹션 B: 몰락의 해부
B-1. 사라의 낙하 — 세 개의 시계
해고 후 사라의 재정 상황은 이렇다.
수입: 월 2,537달러. 일리노이주 실업급여 최대 주 586달러, 월로 환산하면 이 금액이다.
지출: COBRA 건강보험 1,200달러. 학자금 대출 541달러. 임대료 1,700달러. 생활비(식비, 교통, 공과금, 통신) 450달러. 합산 3,891달러.
월간 적자, 1,354달러.
저축 잔액 9,200달러. 이 속도로 가면 약 7개월 뒤에 바닥이 난다.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째깍거린다. 첫 번째 시계: 실업급여 26주. 일리노이주는 최대 26주간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6개월 반. 두 번째 시계: 저축 소진 7개월. 실업급여 종료 시점과 거의 겹친다. 세 번째 시계: COBRA 18개월. 해고 후 최대 18개월간 기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비용은 전액 본인 부담이다. 고용주가 내던 몫까지 합쳐서.
이 세 시계가 겹치는 지점이 절벽이다.
6~7개월 뒤, 실업급여가 끊기고, 저축이 바닥나고, COBRA는 아직 11~12개월이 남아 있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돈이 없다. COBRA를 포기하면 갑상선약을 보험 없이 사야 한다. ACA(Affordable Care Act) 마켓플레이스로 전환하면 보험료는 낮아지지만, 주치의가 바뀌고 보장 범위가 줄어든다.
미국에서 직업을 잃는다는 것은 소득만 잃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을 잃는다. OECD 국가 중 고용과 건강보험이 이렇게 단단히 결합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사라는 Indeed에서 파라리걸 채용 공고를 검색했다. 시카고 반경 50마일.
2년 전이라면 한 페이지에 20개 이상의 공고가 떴다. 지금은 7개다. Indeed Hiring Lab 분석에 따르면 파라리걸 채용 공고 수는 2022년 대비 2024년에 18% 감소했다. 동시에 "법률 기술 전문가(Legal Technology Specialist)" 공고는 156% 증가했다.
7개의 공고 중 3개가 이 문구를 포함하고 있었다.
"AI tool proficiency required: Harvey AI, CoCounsel, or equivalent experience."
AI에 의해 해고된 사람에게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구조. 아이러니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사라에게는 아이러니가 아니라 현실이다. Robert Half의 2024년 법률 분야 채용 가이드에 따르면, "AI/법률 기술 숙련도"를 요구하는 채용 공고 비율은 2023년 12%에서 2024년 34%로 급증했다.
오후, 사라는 커뮤니티 칼리지 웹사이트에서 "법률 기술 전문가" 수료증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12개월 과정. 비용 12,000달러.
12,000달러. 학자금 대출 47,000달러가 아직 남아 있다. 그 위에 12,000달러를 더 빌려야 한다. 12개월 동안 소득이 없다. 수료증을 따더라도 재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42세.
AARP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구직자의 78%가 연령 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미국 고용평등법(ADEA)은 40세 이상에 대한 연령 차별을 금지하지만, 증명이 어렵고 소송 비용은 비현실적이다. Sullivan과 von Wachter의 2009년 연구(American Economic Review)는 해고된 고소득 근로자가 재취업하더라도 평균 15~20%의 장기적 소득 감소를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라는 노트북을 닫았다.
창밖으로 미시간 호가 보인다. 1월의 호수는 완전히 얼지 않는다. 표면이 부분적으로 얼고, 그 아래로 물이 흐른다. 얼음 위를 걸을 수도 없고, 물에 뛰어들 수도 없는 상태. 사라의 상황이 그랬다. 완전히 무너진 것도, 괜찮은 것도 아닌. 표면이 갈라진 호수 위에 서 있는 것.
B-2. 왕레이의 정체 — 보이지 않는 만료일
왕레이의 재정 상황은 사라보다 숫자가 크다.
수입: 월 2,360위안. 선전시 실업보험 수급액이다. 선전 최저임금의 90% 수준. 다만 이마저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중국 전체 실업보험 가입자 약 2억 4,000만 명 중 실제 수급자는 약 230만 명이다. 수급률 약 1%. 인력자원사회보장부(人力资源社会保障部) 2023년 통계 공보의 수치다. 복잡한 신청 절차, 비자발적 실직 증명의 어려움, 수급액이 너무 낮아 신청을 포기하는 구조.
지출: 주택 대출 상환 16,900위안. 생활비(식비, 공과금, 교통) 2,000위안. 합산 18,900위안.
월간 적자, 16,540위안.
배우자의 소매업 소득 8,000위안을 합산해도 적자가 8,540위안이다.
N+1 보상금 132,000위안. 적자 8,540위안으로 나누면 약 15개월. 여기에 자녀 교육비 월 2,000위안을 더하면 약 12개월. 1년.
1년 안에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왕레이는 38세다.
35세 위기(35岁危机). 중국 노동시장에서 35세를 기점으로 채용 기회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다.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사실상 업계 관행이다.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国考)의 응시 연령 상한이 만 35세다. 2024년부터 일부 지방정부가 40세로 상향했지만, 민간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35세 기준을 적용한다.
왕레이는 BOSS直聘에서 "고객서비스 관리" 직종을 검색했다. 기본 필터에 "35세 이하"가 설정되어 있다. 자신의 나이 38세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필터를 "40세 이하"로 바꿔도, 남는 공고는 더 줄어든다. 40세 이하를 수용하는 기업조차 드물다는 뜻이다.
BOSS直聘 2024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인터넷/IT 기업 채용 공고의 약 80% 이상이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연령 제한을 적용한다. 바이트댄스(字节跳动) 직원 평균 연령 27세. 텐센트(腾讯) 직원 평균 연령 29세. 핀둬둬 직원 평균 연령 26~27세.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38세가 지원해도 면접 초대조차 받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즈롄자오핀(智联招聘) 2024년 보고서: 35세 이상 구직자가 면접 초대를 받을 확률이 25~30세 대비 60% 낮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 2024년 조사: 35~45세 실직자의 6개월 이내 재취업률 42%. 25~34세의 68%에 비해 현저히 낮다.
왕레이에게 35세 위기는 이미 3년 전에 시작된 위기였다. AI 해고 이전에도 커리어에는 보이지 않는 만료일이 찍혀 있었다. AI가 그 만료일을 앞당겼을 뿐이다.
그리고 부동산이 있다.
2020년, 왕레이는 선전에 뿌리를 내렸다고 믿었다. 2019년에 적분입호(积分入户) 제도를 통해 선전 호적(户口)을 취득했다. 10년간 납부한 사회보험, 안정적 거주지, 전문대 학력 — 이 모든 점수를 합산해 간신히 통과했다. 선전 호적은 자녀의 공립학교 입학, 의료보험 보장 범위, 주택 구매 자격과 직결된다. 호적을 얻은 날, 아내와 함께 축하 식사를 했다. 이제 이 도시의 사람이 되었다고.
1년 뒤 아파트를 샀다. 선전 주택 가격은 2021년 정점에서 m²당 약 87,000위안을 찍었다.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왕레이가 산 룽강구는 외곽이라 m²당 65,000위안이었다. 70m², 455만 위안. 그래도 부부 합산 연소득의 15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2024년 말, 선전 평균 주택 가격은 정점 대비 약 30~35% 하락했다. 중지연구원(中指研究院)의 데이터다. 룽강구는 하락폭이 더 컸다. m²당 50,000위안 이하. 왕레이의 아파트 시가는 약 350만 위안이 되었다.
역전세. 집의 시장 가치보다 대출 잔액이 더 큰 상태. 왕레이의 경우 대출 잔액 318만 위안, 시가 350만 위안. 매각하면 중개 수수료와 세금을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 그런데 매월 16,900위안씩 30년간 갚아야 할 대출은 남아 있다. 팔 수도 없고, 안고 가기도 어렵다.
역전세 가구의 소비는 급격히 위축된다. 소득이 늘어도 지출이 따라가지 못한다 — 2025년 가구 소득 증가율 5.1%에 소비 증가율은 4.6%에 그쳤다(NBS). 대출 상환에 묶인 가처분소득이 소비로 흐르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주변 상권이 무너지고, 상권이 무너지면 일자리가 줄고, 일자리가 줄면 집값이 더 떨어진다. 연쇄의 고리.
왕레이의 실업보험 2,360위안은 대출 상환액 16,900위안의 14%에 불과하다. 수학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면 선택지는 무엇인가.
첫째, 배달원이 된다. 메이퇀 배달원은 선전에서 매일 10~12시간, 주 6~7일 일하면 월 6,000~10,000위안을 벌 수 있다. 건당 배달료 4~8위안. 하루 30~50건. 사회보험은 없다. 산재 보상도 없다. 교통사고가 나면 본인이 감당한다.
하지만 배달원 소득 10,000위안으로는 대출 상환액 16,900위안을 감당할 수 없다. 배우자 소득 8,000위안을 합쳐야 18,000위안. 대출과 최소 생활비를 겨우 맞추는 수준이다. 자녀 교육비는 사라진다. 저축은 불가능하다.
둘째, 고향 창사로 돌아간다. 다만 선전 호적을 포기해야 한다. 아이의 학교를 옮겨야 한다. 그리고 창사에서 CS 매니저 자리를 구한다 해도, 월급은 5,000~8,000위안이다. 선전의 대출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집을 팔면 손실이 확정된다. 안 팔면 매달 적자가 쌓인다.
막다른 골목. 왕레이는 위챗 모멘트(朋友圈)를 스크롤한다. 전 동료들의 근황이 올라온다. 한 명은 디디(滴滴) 기사를 시작했다. 한 명은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를 시도하고 있다. 한 명은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다. 소식이 없다는 것이 가장 걱정되는 소식이다.
밤 11시. 아이는 잠들었다. 아내는 내일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왕레이는 발코니에 나선다. 룽강구의 밤.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군데군데 꺼져 있다. 예전에는 밤 11시에도 대부분의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 지금은 절반 이상이 어둡다. 빈 집들이 늘고 있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 떠나지 못하고 불을 끄는 사람들.
왕레이는 어둠 속의 창문들을 세지 않는다. 세면 자신의 차례가 언제인지 계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섹션 C: 교차 비교 — 같은 공식, 다른 고통
거울에 비친 두 삶
같은 AI가 두 제도를 통과하면 다른 형태의 고통이 만들어진다.
| 차원 | 사라 (미국, 42세) | 왕레이 (중국, 38세) |
|---|---|---|
| AI 대체 비용 비율 | 1:10~20 (연봉 vs AI 구독) | 1:8~17 (CS팀 인건비 vs AI) |
| 실직 후 월간 적자 | $1,354 (약 9,800위안) | 16,540위안 (약 $2,286) |
| 실업급여 대체율 | 40~50% (이전 소득 대비) | 16~20% (수급률 1%) |
| 핵심 부채 | 학자금 $47,000 | 주택 대출 318만 위안 (~$440,000) |
| 연령 장벽 | 40세 (ADEA 보호, 집행 미약) | 35세 (법적 보호 사실상 부재) |
| 기그 전환 시 소득 하락 | 40~60% | 60~75% |
| 정치적 표현 | 투표, SNS, 노조 시도 | 탕핑(躺平), 바이란(摆烂) |
이 표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절대적 수치만 보면 왕레이의 월간 적자가 사라의 두 배에 가깝다. 핵심 부채의 규모도 왕레이가 압도적으로 크다. 학자금 대출 47,000달러와 주택 대출 44만 달러 상당 사이에는 거의 10배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라의 적자에는 왕레이에게 없는 항목이 있다. 건강보험 월 1,200달러. 미국에서 직업을 잃으면 건강보험을 잃는다. 중국에서는 실직 후에도 연 300~500위안(42~70달러)의 주민 의료보험(城镇居民医保)에 가입할 수 있다. 보장 범위가 재직 시보다 좁아지지만, 입원비의 50~60%는 보장된다. 사라에게 COBRA를 포기한다는 것은 만성질환 관리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왕레이의 부채에는 사라에게 없는 특성이 있다. 탈출 불가능성.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은 사실상 파산으로도 면책받기 어렵지만, 소득연동 상환(IDR)으로 전환하면 월 상환액을 300~400달러로 낮출 수 있다. 이자가 누적되지만 당장의 현금 흐름은 개선된다. 왕레이의 주택 대출에는 이런 유연성이 없다. 16,900위안을 매달 내거나, 연체하거나. 선전시에서 개인 파산 제도가 2021년에 시범 도입되었지만, 아직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속도와 기간
미국에서의 밀림은 빠르다. 절벽형이다.
해고 → 6개월 → 실업급여 종료 + 저축 소진 → 절벽. 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바닥에 도달한 뒤, 재기할 법적·사회적 경로는 존재한다. ADEA가 (미약하지만) 보호하고, ACA가 (부족하지만)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파산 보호가 (학자금 제외) 새 출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과 그 가능성이 실현된다는 것은 다르지만, 문이 있다.
중국에서의 밀림은 느리다. 침하형이다.
N+1 보상금 → 12~15개월 → 보상금 소진 → 배달원 전환 또는 고향 회귀. 이 과정은 급격하지 않다. 왕레이는 당장 내일 거리에 나앉지 않는다. 그러나 매달 적자가 쌓이면서, 선택지가 하나씩 사라진다. 2년간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바닥에서 재기할 경로가 구조적으로 좁다. 35세 위기가 재취업의 문을 닫고, 부동산 역전세가 이동성을 묶고, 실업보험 수급률 1%가 안전망의 부재를 보여준다.
"자유 속의 낙하" 대 "통제 속의 정체."
미국의 사라는 자유롭다. 자유롭게 떨어진다. 모든 안전망이 개인의 행위에 달려 있다. COBRA를 신청하고, ACA에 가입하고, 재교육을 받는 것 모두 사라 자신이 해야 한다. 자유라는 이름의 부담.
중국의 왕레이는 통제 안에 있다. 국가가 흡수하려 한다. 실업보험, 공적 의료보험, 재교육 프로그램이 형식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실업보험 수급률 1%가 그 형식과 실질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통제라는 이름의 공백.
밤의 두 장면
시카고, 밤 10시. 사라는 넷플릭스를 켜놓은 채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는 드라마가 흐르고, 시선은 연방 학자금 대출 웹사이트에 있다. 소득연동 상환(Income-Driven Repayment)으로 전환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IDR로 바꾸면 월 상환액이 541달러에서 300~400달러로 줄어든다. 그러나 상환 기간이 늘어나고, 그 사이에 이자가 쌓인다. 빚을 지금 덜 갚는 대가로 나중에 더 갚는 구조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옮기는 것이다.
서류의 "현재 고용 상태" 란에서 사라의 손이 멈추었다. "실직(Unemployed)"에 체크하는 것. 그것은 행정적 절차일 뿐이다. 그런데 손가락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브라우저의 다른 탭에는 Westlaw의 "AI-Assisted Legal Research" 온라인 과정이 열려 있다. 수료비 299달러. COBRA 보험료 한 달치의 6분의 1이다. 사라는 이미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 AI를 활용한 법률 리서치를 배우면 다음 직장에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가르치는 기술은 정확히, 사라를 대체한 그 기술이다. 자신을 밀어낸 도구를 배우기 위해 돈을 쓰는 것. 모순을 알면서도 탭을 닫지 못한다. 12년간 "찾는 사람"이었던 사라에게, 찾는 법을 잊는 것은 직업을 잃는 것보다 더 두렵다.
선전, 밤 11시. 왕레이는 위챗 모멘트를 스크롤하다가 부동산 포럼(豆瓣小组)으로 넘어갔다. "역전세에서 탈출하는 법(负资产如何脱身)"이라는 게시글에 댓글이 수백 개 달려 있다. 대부분은 같은 결론이다. 탈출할 수 없다. 경매에 넘기면 신용이 무너진다. 버티면 매달 피가 흐른다.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버텨. 3년이면 집값이 회복될 수도 있어." 그 아래에 답글이 달려 있다. "3년이면 내 대출 이자만 60만 위안이 더 쌓인다."
왕레이는 포럼을 닫았다. 그리고 매일 밤 하는 일을 또 했다. 메이퇀(美团) 배달원 가입 페이지를 열었다. "가입 조건: 18세 이상, 건강한 신체, 스마트폰 보유." 세 줄이다. 그의 이력서에는 CS팀 관리 10년, 고객만족도 KPI 12분기 연속 달성, 30명 팀원 평가 경험이 적혀 있다. 그 이력서로 갈 수 있는 곳과, 세 줄의 조건만 충족하면 되는 곳 사이에서 왕레이는 매일 밤 멈춘다. 내일은 인재시장(人才市场)에 간다고 아내에게 말할 것이다. CS 매니저 자리를 찾으러. 35세 이상은 서류조차 받지 않는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말할 것이다. 한 주만 더.
왕레이는 메이퇀 페이지를 닫고, 아이 방의 불을 확인하러 일어섰다.
두 사람 모두, 밤에, 화면 앞에서, 숫자와 씨름하고 있다. 하나는 학자금 대출 사이트. 하나는 부동산 포럼. 숫자의 종류는 다르지만, 숫자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같다.
섹션 D: 메타 논점 — "공존의 환상"과 1권의 귀환
네 번의 환상
모든 생산성 폭발에는 "공존의 환상"이 있었다.
기존 체제와 새 체제가 일시적으로 공존하는 기간.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말한다. "이번에는 다르다. 새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보완할 것이다. 공존할 것이다." 그리고 매번, 기술이 "충분히 좋아지는(good enough)" 임계점을 넘는 순간, 환상이 깨진다.
공존의 환상은 이미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로마의 소농(proletarii). BC 2세기 초중반, 소농들은 전쟁에서 돌아오면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니발 전쟁이 끝난 뒤, 노획물과 노예 노동에 기반한 대농장(라티푼디움)이 급팽창했다. 소규모 농지는 대농장에 흡수되었다. 전쟁에서 싸우는 동안 자신의 생존 기반이 사라졌다.
두 번째. 랭커셔의 수직공(handloom weaver). 1790~1810년대, 산업혁명 초기에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직공에게도 일감이 넘쳤다. 공장의 방적기가 실을 대량 생산하면 그 실을 짜는 수직공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계가 오히려 우리 일을 늘린다." 그러나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역직기(power loom)가 본격 보급되면서, 수직공의 주급은 25실링에서 4.5실링으로 떨어졌다. 84% 붕괴. 기술이 그들의 일을 늘려주다가, 그들의 일을 없앴다.
2권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환상이 지금 깨지고 있다.
세 번째. 사라의 환상. 2023~2024년. "AI는 도구일 뿐,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로펌들은 AI를 파라리걸의 보조 도구로 소개했다. "6시간짜리 리서치를 15분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 더 높은 가치의 일을 하세요." 그러나 GPT-4급 모델이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수준의 점수를 기록했을 때, "보조"와 "대체" 사이의 경계가 무너졌다. 파라리걸의 "더 높은 가치의 일"이란 무엇이었는가? AI가 처리하지 못하는 일. 그 범위가 매달 좁아졌다.
네 번째. 왕레이의 환상. 2020~2022년. "AI는 간단한 FAQ만 처리한다. 복잡한 건 사람이 해야 한다." 규칙 기반 챗봇의 한계가 명확했던 시기에는 이 말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2023년 대형 언어모델이 고객응대 시스템에 통합되면서, "복잡한 건"의 정의 자체가 바뀌었다. 감정적 불만, 다중 조건의 환불 요청, 교차 문의. AI의 처리 범위가 확장될 때마다, 인간 상담원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왕레이가 "AI가 처리 못하는 건"이라고 설명했던 영역이 1년 만에 AI의 영역이 되었다.
네 번의 환상에는 공통 구조가 있다.
| 시대 | 공존 기간 | 환상의 내용 | 임계점 |
|---|---|---|---|
| 로마 소농 | ~100년 | "전쟁에서 돌아오면 농사지을 수 있다" | 한니발 전쟁 후 라티푼디움 급팽창 |
| 수직공 | ~40년 | "수요가 늘어서 수직공도 필요하다" | 나폴레옹 전쟁 종료 + 역직기 보급 |
| 사라 | ~2년 | "AI는 보조할 뿐, 판단은 인간의 몫" | GPT-4, 변호사 시험 상위 10% |
| 왕레이 | ~2년 | "AI는 간단한 FAQ만, 복잡한 건 사람이" | 대형 언어모델 통합, 복잡 문의 처리 |
공존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로마 소농은 100년이었다. 수직공은 40년이었다. 사라와 왕레이는 2년이었다. 기술이 "충분히 좋아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응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엥겔스의 일시정지, 21세기 판
"엥겔스의 일시정지(Engels' Pause)"라는 개념이 있다.
1780~1840년, 영국에서 노동생산성은 약 46% 상승했지만 실질임금 상승은 약 12%에 그쳤다. 로버트 앨런(Robert Allen)의 계산이다. 생산성 향상분의 3분의 2 이상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기술이 만들어낸 부가 노동자에게 충분히 도달하지 않는 기간.
수직공의 주급은 이 일시정지의 체현이었다. 25실링에서 4.5실링으로. 공장의 생산성이 급등하는 동안, 수직공의 임금은 급락했다. 기술이 가져온 부는 공장주에게 갔고, 수직공에게는 빈곤이 남았다.
사라와 왕레이는 21세기판 엥겔스의 일시정지 안에 있다.
AI가 법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Allen & Overy에서 리서치 시간 40% 단축.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생산성 향상의 과실은 로펌 파트너와 빅테크에 돌아간다. 사라에게는 해고 통보서가 돌아왔다.
AI가 중국 전자상거래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타오바오 AI가 고객 문의의 97%를 처리한다. 30명이 하던 일을 AI가 한다. 비용은 1/8~1/17로 줄었다. 그러나 그 절감액은 플랫폼 기업의 이익이 된다. 왕레이에게는 N+1 보상금 132,000위안이 돌아왔다. 대출 8개월분.
생산성은 올라가고, 노동자의 소득은 떨어진다. 1760년 랭커셔와 2025년 시카고/선전 사이에 265년의 시간이 있지만, 구조는 동일하다.
그러나 이번에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로마의 소농이 대체된 것은 육체노동이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
수직공이 대체된 것도 육체노동이었다. 실을 잣고, 천을 짜는 일. 손과 발.
사라가 대체된 것은 인지노동이다. 판례를 읽고, 분석하고, 요약하는 일. 왕레이가 대체된 것도 인지노동이다. 고객의 말을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 머리.
"머리로 먹고사는 사람"이 직접적 대체 대상이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 처음이다.
이것이 1권의 패턴이 2권에서 확장되는 지점이다. 1권의 밀린 자들은 실행 레이어(execution layer)에서 밀려났다. 소농의 경작, 수직공의 직조, 러스트벨트 노동자의 용접과 조립. 신체적 실행이 기계에 대체되었다.
2권의 밀린 자들은 인지 레이어에서 밀려나고 있다. 사라의 법률 리서치, 왕레이의 고객 관리 판단. 정보를 읽고, 패턴을 찾고, 판단을 내리는 일. 이 영역은 오랫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기계가 손을 대체한 것은 200년 전이다. 기계가 머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이다.
1권에서 사라의 구조적 위치는 로마 소농의 현대판이다. 군복무 후 돌아온 소농이 자신의 땅이 대농장에 흡수된 것을 발견하듯, 사라는 12년간 성실히 일한 뒤 자신의 일이 소프트웨어에 흡수된 것을 발견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내 일이 사라졌다."
왕레이의 구조적 위치는 랭커셔 수직공의 현대판이다. 수직공이 극도로 낮은 임금에도 직조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직조가 기술인 동시에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직조공이다." 왕레이가 배달원 전환을 거부하는 이유도 같다. "나는 매니저다." 30명을 이끌었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감의 기반이다. 배달을 시작하는 것은 소득의 문제이기 전에 정체성의 문제다. 체면(面子)의 문제다.
수직공은 결국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왕레이도 결국 배달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직공에게는 수십 년의 전환 기간이 주어졌다. 왕레이에게는 N+1 보상금이 소진되는 12~15개월뿐이다.
1권 연결점: 대비쌍의 확장
1권에서 대비쌍은 한 사회 안의 두 인물 — 수직공과 아크라이트 — 이었다. 한 사람은 밀려나고 한 사람은 올라섰다. 갈림길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시스템으로 조직하는 능력이었다.
2권의 대비쌍은 축이 다르다. 사라와 왕레이는 둘 다 밀려나고 있다. 차이는 "누가 밀렸느냐"가 아니라 "어떤 제도 안에서 밀렸느냐"에 있다. 1권의 질문이 "밀림과 읽음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가"였다면, 2권이 추가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 같은 기술, 다른 제도, 다른 형태의 고통. 기술은 보편적이다. 고통의 형태는 제도가 결정한다.
전환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마지막 장면
시카고, 2025년 1월의 어느 저녁.
사라 코왈스키는 아파트 창가에 서 있다. 미시간 호수가 보인다. 해질녘의 호수는 납색이다. 얼음과 물이 공존하는 1월의 수면. 그녀는 커뮤니티 칼리지에 전화를 걸 것인지, Indeed를 다시 열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 둘 다 하겠지. 아마 둘 다 결과가 없겠지. 그래도 해야 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같은 시각(시카고 저녁 7시는 선전 아침 9시다), 선전 룽강구.
왕레이는 발코니에서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침 햇살이 건물 사이로 들어온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을 계산한다. 오후 4시. BOSS直聘을 열면 35세 필터에 걸릴 것이고, 메이퇀 앱을 열면 배달원 등록 화면이 뜰 것이다. 그는 어느 쪽도 열지 않은 채 발코니에 서 있다.
두 사람 모두 모른다. 지구 반대편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독자는 안다. 두 사람을 밀어낸 것이 같은 기술이었다는 것을. 두 제국이 경쟁적으로 발전시킨 AI가, 두 제국의 평범한 시민을 동시에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1권의 공식은 작동하고 있다.
기술 혁신 → 자본 집중 → 사회 불안.
세 번째 단계까지 왔다. 사라의 월간 적자 1,354달러가 사회 불안이다. 왕레이의 역전세 105만 위안이 사회 불안이다. 불안은 개인의 밤에, 숫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네 번째 단계 — 제도 재설계 — 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산업혁명에서 실효적 공장법이 등장하기까지 64년이 걸렸다. 1769년 아크라이트의 최초 공장에서 1833년의 공장법까지. 그 64년 동안 수직공의 주급은 25실링에서 4.5실링으로 떨어졌고, 맨체스터 노동자의 평균 사망 연령은 17세였다. 제도는 그 사이에 도착하지 않았다.
AI 시대의 "공장법"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포괄적 AI 규제법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AI 관련 법안 100건 이상이 발의됐지만 서명된 것은 TAKE IT DOWN Act 하나뿐이다. AI 로비스트 3,570명이 전체의 26%를 차지한다. 국민의 79%가 AI 규제에 찬성한다. 그러나 법은 통과되지 않는다.
중국은 ChatGPT 등장 9개월 만에 생성형 AI 잠정 조치를 시행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그 규제는 AI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것이지, AI에 밀려난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실업보험 수급률 1%가, 제도의 속도와 실질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양국 모두에서, 사라와 왕레이를 위한 제도 재설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14년에서 64년이라는 역사적 밴드. AI 시대에 그 기간이 압축될 수 있을까. 아니면 수십 년간의 고통 뒤에야 제도가 따라올 것인가.
사라는 창가에서 돌아서서 노트북을 열 것이다. 왕레이는 발코니에서 들어와 아이의 점심을 준비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제도가 도착하기 전에 자신의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밀린 자의 조건이다. 언제나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Investor Lens: Part 4를 읽은 투자자에게
Part 4가 보여주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칩 전쟁(Ch.13)과 대비쌍(Ch.14)에서 투자자가 읽어야 할 신호는 세 가지다.
첫째, 디커플링은 비용이다. ASML의 중국 매출이 연간 36.1%(2024년)에서 약 33%(2025년)로 축소된 것은 수출 규제의 효과이자, 동시에 공급망 재편 비용의 시작이다. 이중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기업(반도체 장비, 소재, 패키징)은 단기 마진이 압축되지만, 장기적으로 양쪽 시장 모두에 인프라를 공급하는 위치를 확보한다. 한국, 일본, 독일의 중간재 기업이 이 범주에 있다.
둘째, 밀린 자의 규모가 정치적 임계점을 결정한다. 사라(미국)와 왕레이(중국)의 이야기는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구조적 추세의 표본이다. 미국에서 AI 관련 해고가 화이트칼라로 확산되면, 규제 압력은 기술 섹터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압축한다. 중국에서 청년 실업과 부동산 역전세가 겹치면, 내수 소비 회복의 시점이 지연된다. 양국의 밀린 자 규모를 추적하는 것은 매크로 포지셔닝의 선행 지표다.
셋째, "자유 속의 낙하" vs "통제 속의 정체"는 자산군의 성격을 가른다. 미국형 리스크(높은 변동성, 급격한 조정, 빠른 회복)에는 옵션 전략이 유효하다. 중국형 리스크(낮은 변동성, 느린 침식, 불투명한 전환점)에는 밸류 트랩을 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AI 수혜"라는 라벨 아래에서도, 리스크의 형태가 다르다.
이 세 가지 신호는 제15장의 세 시나리오와 직결된다. 디커플링이 가속되면 시나리오 C(분열된 세계)가 강화된다. 밀린 자의 규모가 정치적 임계점을 넘으면, 양국 모두에서 시나리오 A와 B의 조건이 약화된다 — 규제 압력이 혁신을 제약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리스크의 비대칭 — 미국의 급락 vs 중국의 침식 — 은 같은 "미중 비중"이라도 변동성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16장의 10개 핵심 시그널과 시나리오별 자산 배분은 이 구조 위에 놓인다.
질문이 바뀐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에서 "무엇이 일어날 수 있는가"로. 제도 재설계가 도착하는 시나리오, 도착하지 않는 시나리오, 그리고 도착하되 너무 늦는 시나리오. 세 가지 길 위에서, 사라와 왕레이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다음 물음이다.
사라 코왈스키와 왕레이는 합성 인물이다. 각각 미국과 중국의 실제 사례, 공개 보도, 노동시장 데이터를 토대로 구성했다. 구체적 디테일(직장, 가족 구성, 재무 상황)은 전형적 사례를 반영하되, 특정 개인을 재현한 것은 아니다. 이 챕터에 사용된 모든 수치는 facts_registry.md에 등록된 검증 값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