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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 두 제국의 알고리즘

2장. 공식을 두 제국에 적용한다


도입부: 3,000억 달러의 계절

2025년 1월 29일, 뉴욕 시각 오후 5시 30분.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이 시작된다. CFO 에이미 후드가 숫자를 읽는다. "2025 회계연도 AI 관련 자본 지출, 약 800억 달러."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스프레드시트에 숫자가 입력된다. 같은 주, 메타가 600억에서 650억 달러를 예고한다. 알파벳이 750억 달러를 제시한다. 아마존이 1,000억 달러 이상을 선언한다.

네 개 기업의 합산. 약 3,000억 달러(발표 시점 예고치). 한국 GDP의 약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국 국방 예산의 34%에 육박한다. 이 돈은 어디로 가는가. 대부분은 NVIDIA GPU를 사는 데 쓰인다. NVIDIA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분기 512억 달러(FY2026 Q3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 한 회사가 파는 칩이 AI 시대의 석유가 되었다.

3,000억 달러.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투자 붐이 아니다. 기술 혁신이 자본을 집중시키고, 자본의 집중이 사회를 흔들고, 흔들린 사회가 제도를 재설계하도록 압박한다. 로마에서 한 번, 영국에서 한 번 작동했던 그 공식이, 지금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제국에서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같은 입력 — AI. 다른 제도. 다른 출력.

이 챕터는 그 공식을 두 제국에 나란히 대입한다. 기술 역량, 자본 구조, 밀린 자의 프로필, 제도 적응 속도. 네 가지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읽는다.


A. 기술 — 설계 레이어 vs 실행 레이어

아키텍트와 빌더

2025년 1월 20일. 딥시크가 R1 모델을 공개한다. 수학 올림피아드 예선(AIME 2024) 정답률 79.8%. OpenAI o1의 83.3%에 육박하는 수치다. 코딩 벤치마크 코드포스(Codeforces) 96.3 퍼센타일. 그리고 이 모델의 무게 — 오픈 웨이트(open weights)로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다.

딥시크를 만든 사람은 량원펑(梁文锋)이다. 퀀트 헤지펀드 출신의 수학자. 그가 2023년 5월 항저우에서 설립한 회사가, 2년도 되지 않아 실리콘밸리를 멈추게 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최신 H100 칩에 접근할 수 없었기에, 성능이 제한된 H800 칩과 MoE(Mixture of Experts) 아키텍처라는 효율적 알고리즘으로 대응했다. 제약이 혁신을 죽인 것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혁신을 낳았다. 1권의 프레임으로 말하면 GPU는 AI 시대의 "토지"이고, 딥시크는 토지가 부족한 환경에서 경작법 자체를 다시 발명한 자다.

이 장면이 드러내는 것은 미중 AI 경쟁의 구조다. 양국은 같은 기술을 두고 경쟁하지만, 다른 레이어에서 싸우고 있다.

미국은 설계 레이어(architecture layer)를 지배한다.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의 최고 성능은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다. OpenAI의 GPT 시리즈,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니(Gemini),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스탠퍼드 HAI 보고서(2024)에 따르면, 피인용 상위 1% AI 논문 중 미국 비중은 약 40%다. 맥로폴로(MacroPolo) AI 인재 추적기(2024)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AI 연구자의 약 60%가 미국 기관 소속이다. 반도체 설계에서도 NVIDIA가 AI 칩 시장의 90%를, GPU 시장의 92%를 장악한다.

중국은 실행 레이어(execution layer)를 지배한다. AI 응용과 배포 속도에서 앞선다. 위챗 미니프로그램, 알리페이, 더우인(Douyin, 틱톡 중국판) 안에 AI 기능이 즉시 배포된다. 사용자 기반 10억 명 이상. AI 논문 수에서 중국은 세계 1위로, 전 세계 발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에 등록된 파운데이션 모델만 150개가 넘는다. STEM 졸업생은 연간 약 470만 명. 미국의 5배 이상이다. 산업용 로봇 연간 설치 대수 약 27만 6,000대로 세계 1위.

설계 레이어와 실행 레이어. 이 구분은 1권에서 다룬 산업혁명의 구조와 겹친다. 영국이 금융과 무역을 지배하는 동안 독일이 화학과 전기 산업을 장악했다. 1913년, 독일의 세계 제조업 비중은 14.8%로 영국의 13.6%를 넘어섰다. 발명한 쪽과 활용한 쪽이 달랐던 것이다. 지금 AI에서도 비슷한 분기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AI의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중국이 AI의 배포를 실행한다.

격차는 줄고 있다

에포크 AI(Epoch AI)의 분석에 따르면, 미중 AI 모델 성능 격차는 평균 7개월이다. 2025년 기준으로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로 축소되었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도 "수개월 차이"라고 인정했다. 2026년 2월 기준, 중국의 프론티어 모델 — GLM-4.7, 통이치엔원(通义千问, Qwen) 3.5, 키미(Kimi) K2.5 — 은 서구 프론티어 모델과 동급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격차를 "줄어드는 거리"로만 읽으면 구조를 놓친다. 핵심은 격차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의 우위는 기초 연구와 반도체 설계에 있고, 중국의 우위는 응용 속도와 비용 효율에 있다. 딥시크 R1의 API 비용은 입력 기준 100만 토큰당 0.55달러. OpenAI o1은 같은 기준 15달러. 20배에서 50배 저렴하다. "더 많은 돈이 더 좋은 AI를 만든다"는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문제는 어느 레이어가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가이다. 아키텍트가 이기는가, 빌더가 이기는가. 1권의 역사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로마에서는 제도를 설계한 쪽이 이겼다. 산업혁명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먼저 활용한 쪽이 이겼다. AI 시대에 그 답은 아직 열려 있다.


B. 자본 — 달러 해자 vs 궁핍의 혁신

제국의 도로

빅테크 4사의 2025년 자본 지출 합산은 약 4,000억 달러. 2026년 전망은 6,350억에서 6,650억 달러로 뛴다. 전년 대비 67%에서 74% 증가. 아마존 2,000억 달러, 알파벳 1,750억에서 1,8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450억 달러, 메타 1,150억에서 1,350억 달러. 이 지출의 75%가 AI 인프라 — 서버, GPU, 데이터센터 — 에 직접 투입된다.

이 규모가 가능한 것은 달러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는 달러 표시 회사채를 5%에서 6%의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달러채 금리는 7%에서 10%. 미국 주식 시장 시가총액은 약 50조 달러로 전 세계의 45%. AI 기업들의 자본 조달 경로가 중국보다 구조적으로 깊다.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고 비중은 약 56%다. 2001년 정점(72%)에서 하락했지만, 여전히 2위인 유로(약 20%)의 세 배에 가깝다. 위안화(元/CNY)의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이 격차가 AI 투자 경쟁에서 미국에 구조적 우위를 제공한다.

1권의 프레임으로 말하면, 달러는 로마의 도로다. 로마 도로망 약 8만 킬로미터가 군단의 이동과 상품의 흐름을 지배했듯, 달러는 자본의 흐름을 지배하고 그 흐름이 기술 우위를 결정한다. 달러 패권이 저비용 자본을 만들고, 저비용 자본이 AI 투자를 확대하고, AI 투자가 기술 우위를 강화하고, 기술 우위가 달러 패권을 다시 강화한다. 이 순환 구조가 미국 AI 투자의 토대다.

궁핍이 낳은 것

중국의 자본 구조는 다르다. 정부 AI 자본지출은 약 4,000억 위안(元). 모건스탠리 추정이다. 2017년 국무원이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계획(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이 방향을 설정하고, 민간이 실행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腾讯), 바이트댄스(字节跳动, ByteDance), 화웨이(华为)가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를 AI에 쏟고 있다. 그러나 미국 빅테크 4사 합산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딥시크의 의미가 드러난다. 딥시크 V3의 훈련 비용 약 600만 달러. 메타(Meta)의 유사 규모 모델 라마(Llama) 3.1 405B가 3,080만 GPU 시간을 사용한 반면, 딥시크 V3는 278만 GPU 시간으로 훈련되었다. GPU 컴퓨트 비용만 비교하면 10분의 1 이하. 돈이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경쟁할 수 있다면 달러 해자의 의미가 달라진다.

2024년 6월,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이 하나의 분석을 내놓았다. AI 인프라에 투자된 금액과 AI 응용에서 실현된 수익 사이에 약 5,000억 달러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3,000억 달러를 쏟아붓는 빅테크의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는 경로가 아직 불명확하다. "규모가 곧 승리"라는 등식에 의문이 붙는다.

미국에서는 규모의 게임이 진행된다. 중국에서는 효율의 게임이 진행된다. 어느 게임이 이기는지는 이 책의 마지막까지 답을 유보한다. 확실한 것은 두 게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3,000억 달러와 600만 달러를 나란히 놓아보자. 전자가 후자의 5만 배다. 그 5만 배의 차이가 5만 배의 성능 격차를 만들었는가. 딥시크 R1의 벤치마크가 보여주듯, 아니다. 이 불비례가 무엇을 뜻하는지 — 버블인지, 전략적 선투자인지, 혹은 둘 다인지 — 를 이 책의 Part 2와 Part 3에서 추적한다.


C. 밀린 자 — 자유 속의 낙하 vs 통제 속의 정체

시카고, 링컨파크

공식의 세 번째 단계. 사회 불안. 기술이 자본을 집중시킨 뒤에 오는 것. 밀려나는 사람들이다.

시카고. 42세 파라리걸 사라(가명)가 있다. 12년간 중형 로펌에서 판례 리서치와 문서 검토를 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2024년 5월 기준, 파라리걸 중위 연봉은 6만 1,010달러. 2024 리걸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파라리걸 업무의 69%가 AI 자동화 가능 범위에 들어간다. AI 통합 행정 업무의 시간 절감 효과는 50%. 하비 AI(Harvey AI)가 그녀가 6시간 걸리던 판례 리서치를 15분 만에 완료한다. 그녀의 연봉 6만 2,000달러. AI 구독료 연간 3,000달러에서 6,000달러. 비용 차이 10배에서 20배.

마이크로소프트 AI 수장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18개월 내 모든 화이트칼라 업무 자동화"를 예고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AI가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 해고가 5만 5,000명이다. 사라는 그 숫자 속의 한 사람이다.

해고 후의 산술. 실업급여 주당 586달러, 26주 한도. COBRA 건강보험 전국 평균 월 584달러. 학자금 대출 상환. 시카고 임대료. 숫자들이 빠르게 소진 시한을 만든다. 미국의 실업보험 대체율은 40%에서 50%. OECD 평균 60% 이상보다 낮다. 수급 기간은 최대 26주. 6개월 반이 지나면 절벽이다.

미국의 밀린 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자유 속의 낙하"다. 안전망의 모든 결절이 개인의 행위에 의존한다. COBRA를 신청하는 것, ACA(건강보험 거래소)에 가입하는 것, 재교육 프로그램을 찾는 것, 이력서에 "AI 활용 능력"을 추가하는 것.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비용이다.

선전, 룽강구

같은 시기. 지구 반대편. 선전(深圳) 룽강구(龙岗区). 38세 왕레이(가명).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고객 서비스(CS) 매니저로 10년을 일했다. 30명이었던 팀이 12명으로, 다시 6명으로 줄었다. AI 고객응대 시스템이 상담의 대부분을 처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阿里巴巴) 산하 타오바오(淘宝)의 AI는 1차 고객 문의의 97%를 자동 처리한다. 징동(京东) 지미(JIMI) 시스템의 자동처리율은 90% 이상이다. CS팀 인건비와 AI 비용의 차이는 8배에서 17배.

왕레이의 문제는 해고만이 아니다. 중국 테크 산업의 비공식적 연령 장벽. "35세 위기(35岁危机)"라 불린다. 바이트댄스 직원 평균 연령은 27세. 채용 공고의 80% 이상이 연령 제한을 둔다. 왕레이는 38세다. 그의 이력서는 구직 플랫폼 BOSS직빙(BOSS直聘)의 검색 필터에 걸린다.

알리바바의 정규직 수는 2022년 3월 25만 4,941명에서 2025년 3월 12만 4,320명으로 줄었다. 51.2% 감소. 바이두(百度) 직원 수는 2021년 정점 대비 21.1% 줄어 2024년 말 3만 5,900명이다. 중국 청년 실업률(16~24세, 재학생 제외)은 2025년 8월 기준 18.8%다. 대졸자의 선호 직장 조사에서 국유기업이 47.7%, 민간기업은 12.5%로 추락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청년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중국의 밀린 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통제 속의 정체"다. 국가가 안전망을 제공하려 하지만 재원에 한계가 있다. 실업보험의 실질 수급률은 1% 미만이다. 배달 라이더 1,000만 명 이상의 월 수입은 도시 등급에 따라 6,650~9,344위안 수준이다(美团 2025 보고서, 고빈도 라이더 기준). 대졸 이상 학력의 배달 라이더가 적지 않다는 현장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미투안 측은 라이더 학력 통계 자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구체적 수치는 미확인 상태다. "전직 매니저, 후직 기수(前经理, 后骑手)" — 위챗에서 돌아다니는 자조적 표현이다.

같은 공식, 다른 형태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보인다. 사라와 왕레이를 밀어낸 것은 같은 기술이다. AI가 인지 노동의 비용을 10분의 1 이하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낙하의 모양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낙하의 속도가 빠르다. 실업급여 26주가 끝나면 소득이 0에 수렴한다. 그러나 바닥에서 재기할 법적, 사회적 자유는 존재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고, 다른 도시로 갈 수 있다. 중국에서는 정체의 기간이 길다. 35세 위기, 호적(户口) 제약, 부동산 역전세가 구조적 함정을 만든다. 선전 룽화(龙华)와 룽강의 주택 가격은 제곱미터당 5만 위안 이하로 떨어졌다. 피크 대비 30%에서 35% 하락. 부동산 역자산 효과가 가계 소비를 구조적으로 억누르고 있다(IMF). 골드만삭스 추정으로 부동산 침체가 GDP 성장률을 연간 약 2%포인트 깎아내리고 있다.

1권의 프레임이 여기에 겹친다. 미국의 밀린 자는 로마 소농이 라티푼디움에 밀려 도시로 쏟아져 나온 구조와 닮았다. 자유는 있으나 보호는 없다. 중국의 밀린 자는 랭커셔 수직공이 역직기에 밀려 임금이 무너진 구조와 닮았다. 어딘가에 속해 있으나 빠져나갈 길이 좁다.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운가"라는 질문은 이 챕터의 질문이 아니다. 이 챕터의 질문은 "같은 공식이 다른 제도를 통과하면 다른 형태의 고통을 만드는가"이다. 답은, 그렇다. 사라와 왕레이의 이야기는 Part 4 챕터 14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여기서는 예고편이다. 두 사람이 마주할 구체적인 숫자들 — 월간 적자, 저축 소진 시한, 재취업 장벽의 높이 — 은 그때 펼쳐진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공식의 세 번째 단계가 양국 모두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D. 제도 적응 — 9개월 vs 아직

가장 빠른 대응, 가장 느린 대응

공식의 네 번째 단계. 제도 재설계. 이 단계가 작동해야 사회가 새로운 균형을 찾는다. 1권에서 제시한 대표 사례는 64년이었다.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최초의 수력 방적 공장을 세운 1769년에서 실효적인 공장법(Factory Act)이 제정된 1833년까지. 이후 역사에서 범용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간극이 반복됐다. 철도는 14년, 자동차는 20~30년, 인터넷은 27년이 걸렸다. 민간 기술의 제도 적응은 14년에서 64년 사이의 밴드에서 움직였고, 64년은 그 밴드의 상한이다.

AI에서 그 시계는 2022년 11월에 시작되었다. ChatGPT가 공개된 날이다.

중국이 먼저 움직였다. 2023년 8월 15일,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잠정 조치(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가 시행되었다. ChatGPT 등장으로부터 9개월. 세계 최초의 구속력 있는 생성형 AI 규제다. 이 규정은 생성형 AI 서비스의 사전 등록(备案)을 의무화하고, 훈련 데이터의 합법성과 정확성을 요구했다. 바이두의 어니봇(ERNIE Bot/文心一言), 알리바바의 통이치엔원(通义千问) 등은 이 등록을 마친 뒤에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의 규제는 가속했다. 2024년 11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 CAC)이 "청랑(清朗)" 알고리즘 거버넌스 캠페인을 개시했다. 2025년 4월, 생성형 AI 보안 국가표준 3종이 발표되었다. 같은 해 9월, AI 생성 콘텐츠 라벨링 규칙이 시행되었다. 명시적 라벨과 암시적 라벨 모두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3년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AI 안전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대규모 AI 모델 개발 시 정부에 안전 테스트 결과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다. 그러나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이 행정명령은 폐기되었다. "AI 혁신에 대한 장벽 제거"가 명목이었다.

그 사이 의회에서는 AI 관련 법안이 100건 넘게 발의되었다. 통과된 포괄적 AI 규제법의 수. 0건이다. 유일하게 통과된 AI 관련 연방 법안은 TAKE IT DOWN Act 하나뿐이다. 국민의 79%가 AI 규제에 찬성한다. 공화당 지지층 84%, 민주당 지지층 81%. 양당 지지자 모두 압도적으로 규제를 원하지만, 의회는 움직이지 못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7대 테크 기업이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의회에 쏟은 로비 자금은 5,000만 달러다. 의회 개회일 기준 하루 약 40만 달러. AI 관련 등록 로비스트는 3,570명으로 전체 로비스트의 26%에 달한다. 2022년 대비 168% 증가한 숫자다. 메타 한 회사의 로비스트가 87명이다. 하원의원 6명당 1명꼴이다.

2024년 9월,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이 SB 1047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대규모 AI 모델의 안전 평가를 의무화하는 법안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이 정도 규제는 혁신을 저해한다." 같은 달, 중국에서는 AI 안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人工智能安全治理框架)가 발표되었다. 한쪽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른 쪽은 "이미 했다"라고 말한다.

속도와 품질은 다른 문제다

그런데 빠른 것이 좋은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중국의 빠른 대응에는 메커니즘이 있다. 당 중앙이 결정하면 국무원이 시행하고 지방이 집행하는 단선적 구조다. 의회 교착이 없다. 사전 허가제(备案)가 작동한다. 먼저 규제하고 나중에 완화하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 속도에는 비용이 따른다. 사전 허가제는 서비스 출시를 지연시킨다. 2023년 상반기, 중국 기업들이 대형 언어 모델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 것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규제 대기 때문이었다. 규제의 내용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준수"가 포함된다. 기술 안전과 무관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기술 규제와 혼합되어 있다. 규제 기준의 모호성이 기업의 자기 검열을 유발한다.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

미국의 느린 대응에도 메커니즘이 있다. 규제 부재는 빠른 실험을 허용한다. OpenAI, 앤트로픽이 빠르게 모델을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기업·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 각 주가 다른 접근을 시도하여 최적 규제를 탐색하는 연방주의의 실험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 느림에도 비용이 따른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규제 없이 확산된다. 빅테크의 로비가 규제를 약화시킨다. 1권의 프레임으로 말하면 이것은 "크라수스의 귀환"이다. 부가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되고, 정치적 영향력이 제도 변화를 가로막는다. 행정명령은 정권 교체 시 폐기된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AI 행정명령을 폐기한 것이 그 증거다.

민주적 숙의의 느림이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가, 아니면 기술 속도 앞에서 치명적 지연이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의 마지막 챕터까지 유보한다. 여기서는 조건부 프레임만 제시한다. 제도 적응 속도가 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그 간극이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된다. ChatGPT가 1억 사용자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2개월이다. 범용 기술의 제도 적응에 역사적으로 14~64년이 걸렸다. 기술 확산과 제도 적응 사이의 간극이 역사상 가장 클 수 있다.


1권 연결점: 같은 공식, 다른 입력

1권의 핵심 공식은 이렇다. 기술 혁신이 자본을 집중시키고, 자본의 집중이 사회를 흔들고, 흔들린 사회가 제도를 재설계하도록 압박한다. 로마에서 이 공식은 라티푼디움의 확산, 소농의 밀림,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실패를 거쳐 원수정이라는 제도 재설계로 귀결되었다. 영국에서는 공장의 확산, 수직공의 붕괴, 러다이트 운동을 거쳐 공장법이라는 제도 재설계로 귀결되었다.

1권은 이 공식을 하나의 사회 안에서 추적했다. 2권의 질문은 다르다. 같은 기술이 두 개의 사회에 동시에 투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 챕터에서 확인한 것은 네 가지다. 첫째, 기술 역량에서 미국은 설계 레이어를, 중국은 실행 레이어를 지배한다. 둘째, 자본 구조에서 미국은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기반한 규모의 게임을, 중국은 효율의 게임을 한다. 셋째, 밀린 자는 양국 모두에서 발생하되, 미국에서는 "자유 속의 낙하"로, 중국에서는 "통제 속의 정체"로 나타난다. 넷째, 제도 적응에서 중국은 9개월 만에 움직였고 미국은 아직 포괄적 입법을 이루지 못했으나, 속도와 품질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같은 공식이 두 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 그리고 정말 다른 한 가지

매 시대마다 같은 주장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로마에서 라티푼디움이 확산될 때도 "로마의 법과 도로는 영구적 번영을 보장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산업혁명 초기 앤드루 유어(Andrew Ure)는 1835년 "기계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 것"이라고 썼다. 현실은 달랐다. 수직공의 주급은 25실링에서 4.5실링으로, 84% 붕괴했다. 노동생산성이 급등하는 동안 실질임금은 수십 년간 크게 뒤처졌다. 경제학자 로버트 앨런이 명명한 "엥겔스의 일시정지(Engels' Pause)" — 생산성의 과실이 노동에 도달하지 않는 긴 공백기다.*

*저자 주: 1권에서 엥겔스의 일시정지를 설명하며 특정 수치를 사용했다. 이후 로버트 앨런의 2009년 원전을 재검토한 결과, 앨런이 제시한 1780~1840년 기준 수치는 노동생산성 약 +46%, 실질임금 약 +12%였다. 1권의 수치는 기간 정의(1760년 vs 1780년)와 데이터셋 선택에 따른 추정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본 2권에서는 앨런 원전의 수치를 기준으로 서술을 수정했다. 핵심 논지 —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수십 년간 노동자에게 충분히 도달하지 않았다는 구조적 현상 — 는 어떤 데이터셋을 사용하더라도 유효하다.

AI 시대에도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이 쏟아진다. 기술이 모든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낙관, AI가 도구일 뿐이라는 안심. 그런데 이번에 정말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대체 대상이 인지 노동이라는 것이다. 역사상 모든 기술 혁명에서 인지 노동자는 상대적 안전지대에 있었다. 로마의 스케일 혁명은 소규모 농업을 대체했다. 인간의 물리적 노동과 인지 능력 모두 건재했다. 산업혁명은 물리적 노동 — 방적, 직조, 운반 — 을 대체했다. "기계는 생각할 수 없다"가 인간의 남은 고지였다. 전기와 자동차 혁명 이후에도 "화이트칼라는 안전하다"는 합의가 유지되었다. 200년간의 처방이 "교육받으면 안전하다"였다.

AI는 이 처방 자체를 무력화한다. 번역, 법률 리서치, 코딩, 분석, 기초적 창작.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이 존재한다. 엘론두 외(Eloundou et al.)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노동력의 약 80%가 최소 10%의 업무에서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에 노출되어 있다. 1권 프레임으로 말하면, 수직공의 물리적 숙련이 역직기에 대체된 것처럼 번역가의 인지적 숙련이 AI에 대체되고 있다. 실행 레이어의 인지 버전이 무너지는 것이다.

확산 속도의 차원도 다르다. 라티푼디움이 이탈리아 전역에 확산되는 데 약 150년이 걸렸다. 파워룸이 수직공을 대체하는 데 약 30년. 인터넷이 10억 사용자에 도달하는 데 약 15년. ChatGPT가 1억 사용자에 도달하는 데 2개월. 자본 집중 속도도 가속한다. NVIDIA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서 3조 달러로 뛴 데 9개월이 걸렸다. 1권에서 다룬 "레버리지의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 of leverage)"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기술 혁신이 자본을 집중시키고, 자본의 집중이 사회를 흔들고, 흔들린 사회가 제도를 재설계하도록 압박한다. 달라진 것은 공식의 작동 속도와 대체 대상의 범위다. 공식의 네 번째 단계 — 제도 재설계 — 가 작동할 시간이 있는가. 64년이 걸렸던 그 단계가, 기술 확산이 수백 배 빨라진 세상에서 제때 도착할 수 있는가. 이것이 2권의 핵심 질문 중 하나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대체 대상과 확산 속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의 작동 여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제도 재설계에 남은 시간이다. 그 시간이 역사상 가장 짧을 수 있다.


전환부: 두 경로, 그리고 충돌

같은 AI가 두 제국에서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

미국에서는 설계 레이어 우위 → 달러 기반 대규모 투자 → 화이트칼라 밀림 → 제도 교착. 중국에서는 실행 레이어 우위 → 효율 기반 투자 → 전 계층 밀림 → 빠르지만 불투명한 제도 대응.

Part 2(챕터 3~7)는 미국의 경로를 추적한다. 실리콘밸리의 AI 생태계, 달러와 GPU가 만드는 자본 순환, 화이트칼라의 자유 속 낙하, AI 네이티브 기업의 부상, 로비가 제도를 잠그는 메커니즘.

Part 3(챕터 8~12)는 중국의 경로를 해부한다. 국가 주도 AI 전략, 14억 데이터의 스케일, 35세 위기와 배달 라이더, 제재 속 읽은 자, 부동산·인구·부채의 구조적 제약.

Part 4에서 두 경로가 충돌한다. 칩 전쟁이 병목을 만들고, 시카고의 파라리걸과 선전의 CS 매니저는 같은 AI에 밀리되 전혀 다른 모양으로 떨어진다.

제도 재설계가 양국에서 제때 작동할 수 있는가. 그 제도가 충돌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 질문을 안고, 먼저 미국으로 간다.


Investor Lens: Part 1을 읽은 투자자에게

Part 1이 제시한 프레임에서 투자자가 가져갈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공식의 네 단계는 자산 가격에 순서대로 반영된다. 기술 혁신 단계에서는 혁신 기업의 주가가 먼저 움직인다(NVIDIA, TSMC). 자본 집중 단계에서는 인프라 자산이 따라온다(데이터센터 REITs, 에너지). 사회 불안 단계에서는 방어적 자산의 프리미엄이 올라간다(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제도 재설계 단계에서는 규제 수혜주가 부상한다(사이버보안, 컴플라이언스). 지금 시장은 두 번째 단계의 중반에 있다.

둘째, 14~64년의 밴드가 투자 시계(time horizon)를 결정한다. 제도 적응이 빠르면(밴드의 하한) 규제 확정 → 수혜 섹터 조기 확인이 가능하다. 느리면(밴드의 상한)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오래 유지되고, 변동성이 곧 기회가 된다. 자신의 투자 시계가 밴드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아는 것이 첫 번째 포지셔닝이다.

셋째, 두 제국의 경로 분기가 지역 배분의 핵심 변수다. 같은 AI라는 입력이 미국과 중국에서 다른 출력을 만든다는 것은,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미중 비중을 단일 "테크" 테마로 묶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Part 2와 Part 3에서 각 경로의 구체적 차이를 추적한 뒤, Part 5에서 이를 자산 배분으로 번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