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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 — 사이의 전략

8장: 니켈 사다리 — 인도네시아


1. 조코위의 도박

2020년 1월 1일 자정, 새해 첫날이 밝기도 전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조용히 스위치를 내렸다. 니켈 원광 수출 전면 금지. 세계 니켈 매장량의 40퍼센트 이상을 보유한 나라가 원자재 수출을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카르타 이스타나 궁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은 단호했다. 전 세계 광산업계,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 EU 집행위원회, 일본 철강사들이 경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EU의 항의도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조코위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미 계산을 마쳤다.

조코위는 목수의 아들이다. 솔로(Solo) 강변의 단칸 목조 가옥에서 자랐다. 재래 가구 회사를 직접 일으켜 사업가가 됐고, 솔로 시장을 거쳐 자카르타 주지사를 지냈다. 엘리트 군부 출신도 아니고, 수하르토 시대 권력 네트워크의 일원도 아니었다. 그 배경이 그의 판단을 만들었다. 원자재를 팔아 부유해진 나라를 그는 한 번도 믿지 않았다. 자카르타 빈민가의 경제는 원자재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공이 일어나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야 중산층이 자란다.

원광을 그대로 팔면 톤당 수십 달러. 페로니켈로 가공하면 수백 달러. 배터리 전구체 소재가 되면 수천 달러. 사다리의 각 단을 오를수록 가치가 불어났다.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1단에서 팔아왔다. 이제 2단으로, 3단으로 오를 것이다. 조코위가 이 결정을 내린 것은 2020년이었지만, 그 구상은 2015년 국가산업발전 마스터플랜(RIPIN)에 이미 새겨져 있었다.

세계는 이 도박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제련소가 없었다. 기술도 없었다. 자본도 없었다. 그러나 조코위에게는 다른 것이 있었다 — 땅속에 묻힌 것.


2. 수치가 말하는 것

숫자로 보자. 수출 금지 이전인 2020년, 인도네시아의 니켈 관련 수출 가치는 약 40억 달러였다. 2023년, 그 수치는 220억 달러를 넘었다. 3년 만에 450퍼센트 이상 상승. 원광을 팔던 나라가 중간재와 가공품을 팔기 시작한 결과였다.

페로니켈(Ferronickel) 수출액은 2020년 50억 달러에서 2023년 150억 달러로 세 배 뛰었다. 니켈 중간재 수출은 같은 기간 8억 달러에서 70억 달러로, 거의 9배 급등했다. 이것이 자원 사다리의 실체다. 원자재를 팔면 40억 달러. 가공품을 팔면 220억 달러. 그 차이가 인도네시아의 선택이 만들어낸 가치였다.

사다리의 구조는 단순했다. 수출을 막는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인도네시아 땅에 제련소를 짓는다. 인도네시아 안에서 가공이 일어난다. 수출 가치가 올라간다. 일자리가 생긴다. 조코위는 이 논리를 니켈에서 멈추지 않았다. 2023년 6월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료) 수출도 금지했다. 구리, 주석, 코발트로의 확장도 예고했다. 자원 사다리 전략이 하나의 광물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운영 원리가 된 것이다.

WTO는 2022년 인도네시아에 패소 판정을 내렸다. GATT 협정 위반. 인도네시아는 항소했다. 그리고 항소 기구가 사실상 마비된 WTO의 구조적 취약성 덕분에 분쟁은 동결됐다. 조코위는 국제 규범의 공백을 정확히 이용했다. 힘이 있는 자원 보유국에게 WTO 패소 판정은 결정적 장벽이 아니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타이밍이었다. 2020년은 전기차 시장이 임계 질량에 도달하기 직전의 해였다. 니켈은 리튬 다음으로 배터리에서 중요한 금속이 되고 있었다. 테슬라, GM,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환을 공언하던 순간에, 세계 공급량의 절반을 쥔 나라가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조코위의 도박은 무모한 것이 아니었다. 공급망의 취약점을 정확히 짚은 수순이었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니켈 광산 생산량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한다. 같은 해 호주와 필리핀의 생산이 각각 감소하는 동안 인도네시아의 생산량은 오히려 8퍼센트 늘었다. 대체 공급원을 찾으려는 세계의 시도와 반비례하듯, 인도네시아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갔다. 자원 레버리지의 물리적 기반이 그만큼 단단했다.


3. 중국의 그림자

그러나 이 성공의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

2025년 초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44개의 니켈 제련소가 가동 중이다. 추가로 21개가 건설 중이다. 이 제련소의 90퍼센트 이상을 중국 기업이 지었다. 전체 정제 능력의 75퍼센트 이상이 중국 이해관계자들의 통제 하에 있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기업들의 누적 투자액은 6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니켈 수출의 82퍼센트가 중국으로 향한다. 단일 고객. 페로니켈 수출의 97퍼센트가 중국이다. 가치사슬을 올라가긴 했는데, 그 사다리의 꼭대기에 중국이 서 있다. 조코위가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제련소를 지었는데, 그 자본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왔고, 그 제련소의 산출물 대부분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형태의 의존성이 만들어졌다. 원자재 의존에서 가공 의존으로.

술라웨시섬 모로왈리(Morowali). 중국 칭산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이 주도해 건설한 IMIP(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다. 산업단지 정문을 지나면 중국어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 식당, 숙소, 부품 창고까지 중국어가 인도네시아어보다 앞선다. 24시간 쉬지 않는 제련소의 굉음과 분진 속에서 중국인 관리자들이 중국어로 지시를 내리고,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통역 없이 손짓과 몇 마디 중국어로 응답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작업 현장에서 안전 사고가 반복되고, 임금 격차에 대한 불만이 쌓이지만, 고용주가 중국 기업인 이상 항의의 통로는 좁다. 제련소 용광로에서 6시간마다 솟아오르는 연기가 하늘을 회색으로 물들이고 주민들의 기와지붕을 부식시킨다. 광산 토사 유출로 논과 강이 오염된다. 해안 어촌 주민 조사에서 98.4퍼센트가 "환경이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니켈 광산 인근 바다가 붉게 변색된다.

같은 술라웨시 섬, 모로왈리에서 동쪽으로 400킬로미터 떨어진 소로와코(Sorowako). 바그스 수토모(Bagus Sutomo, 38세), PT Vale Indonesia의 덤프트럭 운전사다. 150톤급 트럭을 몰아 니켈 원광을 채굴 현장에서 제련소까지 나르는 일을 15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내가 싸준 나시 고랭 도시락을 들고 광산으로 향하고, 12시간 교대 근무를 마치면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월 약 1,200만 루피아 — 약 75만 원. 솔로에서 농사짓는 아버지 소득의 세 배였다. 두 아이의 학비를 댔고 소로와코에 작은 집을 샀다. 2024년, 카마쓰(Komatsu)의 자율주행 하울링 시스템(AHS)이 확대 도입되면서 하울링 팀 70명 중 28명이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바그스는 원격 모니터링 보조로 재배치됐다 — 에어컨이 나오는 컨트롤룸에서 화면 속 무인 트럭의 경로를 감시하는 일이다. 월급은 30퍼센트 줄었고, 트럭 위에서 15년간 쌓은 노면 감각과 적재 판단은 더 이상 쓸 곳이 없다. 조코위의 자원 사다리 전략이 인도네시아의 수출 가치를 450퍼센트 끌어올리는 동안, 그 사다리의 밑단에 서 있는 바그스의 삶은 오히려 내려갔다. 가공 공장은 중국 기업이 지었고, 숙련 기술자도 중국에서 왔다. 자원의 부가가치가 올라간다는 정부 발표가 소로와코까지는 닿지 않았다.

카라왕의 첨단 배터리 공장에서는 클린룸의 흰 불빛 아래 로봇팔이 배터리 셀을 조립한다. 6시간 거리의 술라웨시에서는 그 배터리를 가능하게 하는 니켈이 이렇게 나온다. 전기차의 녹색 이미지는 공급망 전체를 비추지 않는다.

자원 민족주의가 낳은 이 역설을 조코위도 알았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하류 산업화(hilirisasi)"였다 — 자원의 흐름을 막아 부가가치를 국내에 가두겠다는 의지. 그러나 자본도 기술도 외국에서 끌어와야 하는 조건에서, 하류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외국 기업의 이해관계와 뒤섞인다. 중국 자본을 활용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 한다 — 이 역설이 인도네시아 자원 전략의 핵심 모순이다.


4. 기술 없는 자원 민족주의의 역설

7장에서 ASML의 기술 독점을 보았다. 인도네시아의 독점은 다르다 — 기술이 아니라 땅속에 묻힌 것이다. 이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ASML의 독점은 30년에 걸쳐 인간이 만든 것이다. 90억 달러의 연구개발, 수천 명의 엔지니어, 자이스와 트럼프와의 심층 협력이 만들어낸 해자. 자이스의 거울을 복제하려면 자이스의 15년이 필요하고, 트럼프의 레이저를 만들려면 트럼프의 10년이 필요하다. 이 해자를 넘는 방법은 시간을 사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인도네시아의 독점은 다르다.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만든 것이 아니다. 지질학이 부여한 것이다. 이것의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여기서 온다. 강점은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 이미 땅속에 있다. 약점은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LFP(리튬인산철, 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가 부상하고 있다. 니켈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이 싸고 안전하며 수명이 길다. CATL과 BYD가 주도하는 이 기술은 니켈을 전혀 쓰지 않는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FP 점유율은 40퍼센트를 넘었다. 단거리 도심 전기차, 버스, 상업용 차량 시장에서 LFP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CATL은 2024년 셴싱(Shenxing) LFP 배터리로 1회 충전 주행거리 700킬로미터를 달성했고,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못 관통 시험을 통과하며 안전성의 기준을 바꿨다. 두 기업 모두 LFP의 에너지 밀도를 매년 끌어올리고 있으며, 니켈계 배터리가 유일하게 우위를 유지하던 장거리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하는 경로가 열리고 있다. 이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완성될지에 대한 추정치는 엇갈린다. 낙관론자는 2028년까지 LFP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7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 보고, 보수적 분석은 2032년을 제시한다. 어느 쪽이든 인도네시아에게 남은 시간은 10년 미만이다 — 자원 레버리지를 기술 역량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간.

인도네시아의 자원 불가결성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조코위는 그 유효기간 안에 기술 역량을 쌓아 사다리를 계속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수출액은 약 1,200만 달러다. 태국 3억 6,300만 달러, 베트남 1억 9,2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니켈은 있다. 배터리는 중국이 만든다. 완성차는 태국과 베트남이 앞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사다리 중간쯤에 서 있다.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다. 인도네시아는 자원으로 레버리지를 얻었다. 그 레버리지로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가공 단계를 높였다. 그러나 가공 단계의 기술과 자본은 여전히 외국 — 주로 중국 — 의 손에 있다. 수출 가치는 올랐지만, 그 가치사슬을 통제하는 주체는 바뀌지 않았다. 레버리지는 협상력을 높였지만, 자립을 만들지는 못했다. 이것이 자원 민족주의의 구조적 천장이다.


5. 자원 레버리지의 구조적 한계

대만은 반도체 제조라는 단 하나의 역량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집중이 TSMC를 만들었고, TSMC가 대만을 대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대만의 불가결성은 설계된 것이다 — 1985년 모리스 창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 의도적 선택의 산물.

인도네시아의 불가결성은 다르다. 니켈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것에 기반한 불가결성은 기술이 그것을 우회하는 순간 사라진다. 이 구조적 취약성을 조코위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배터리 셀 생산으로, 전기차 조립으로, 가치사슬을 올리려 했다. 그러나 가치사슬을 올라가려면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을 가진 자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과 일본이다.

인도네시아의 딜레마는 이렇다. 자원 레버리지를 행사해 외국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이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으면, 인도네시아는 영원히 가공 단계에 머물 수 있다.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으면 사다리가 멈춘다. 이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 많은 자원 부국이 경험한 "자원 저주"의 현대적 변형이다.

1인당 GDP 약 5,200달러.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가 2045년 고소득 국가가 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산층 비율은 2019년 21.4퍼센트에서 2024년 17.1퍼센트로 오히려 줄었다. 니켈 붐이 만들어낸 부가 경제 전반으로 스며들지 않고 있다.

인적 자본의 문제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적자본지수(HCI)는 0.54로, 싱가포르(0.88)의 60퍼센트 수준이다. 2030년까지 900만 명의 ICT 전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되지만, 연간 배출되는 정보통신·컴퓨팅 분야 졸업생은 4~5만 명에 불과하다. 제련소를 지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제련소를 운영하고 개선하고 다음 단계로 가는 기술 인력을 국내에서 길러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불가결성의 5가지 조건 중 인적 자본의 재생산이 흔들리면, 나머지 조건들도 함께 흔들린다.


6. 역사가 반복하는 경고

1장에서 한자동맹의 세 겹 독점이 기술 혁신에 의해 우회된 것을 보았다. 한자동맹은 발트해와 북해 무역로의 핵심 상품—청어, 소금, 목재, 밀—에 대한 독점적 통제로 200년간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15세기 후반, 더 먼 바다로 나가는 선박 기술과 새로운 무역로의 발견이 이 독점을 우회했다. 상품이 여전히 가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가는 경로가 바뀐 것이다.

자원 독점도 같은 패턴을 따른다. 19세기 고래기름은 조명과 기계 윤활유로 필수불가결했다. 그러나 석유가 등장하자 고래기름의 불가결성은 하룻밤에 사라졌다. 20세기 초 칠레 초석(질산염)은 화약과 비료의 핵심 원료였다. 하버-보슈 공정이 공기에서 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하자 칠레의 독점은 끝났다.

기술이 자원 독점을 우회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역사의 법칙에 가깝다. LFP 배터리의 부상은 이 법칙의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 삼성SDI와 토요타가 2027년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 배터리의 물리적 설계 자체가 바뀌어 어떤 광물이 필수불가결해질지도 달라진다. 한자동맹의 청어가 가치를 잃은 것은 청어의 수가 줄어서가 아니었다. 새로운 무역로가 청어를 우회했기 때문이었다. 니켈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자원 레버리지를 기술 역량으로 전환하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조코위가 2020년 스위치를 내렸을 때, 그 시계가 시작됐다.

이 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자동차 시장 전체가 LFP로 전환하려면 충전 인프라, 주행거리 요건, 소비자 선호가 복잡하게 맞물린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계 배터리가 우위를 갖는다. 인도네시아의 자원 불가결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 그 시점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도네시아가 가장 잘 알고 있다.


7. 땅속에서 기술로

핵심 공식을 적용하면 인도네시아의 이야기는 미완성이다. 자원 통제(자원 독점)가 자본 집중(220억 달러 수출 성장, 중국 650억 달러 투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자본 집중이 만든 것은 인도네시아의 기술 역량이 아니라 중국의 인도네시아 내 제련 역량이다. 사회적 긴장은 환경 파괴, 중국 자본 의존, 기술 이전 부재로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 제도 재설계 — 진정한 기술 독립으로의 전환 — 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불가결성에는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간다. 하나는 기회의 시계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라는 지위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레버리지를 기술 역량 확보에 쓸 수 있는 시간. 다른 하나는 위협의 시계다. LFP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니켈 수요를 대체하는 속도. 두 시계 중 어느 쪽이 먼저 한계에 닿느냐 — 그것이 인도네시아 전략의 핵심 내기다.

조코위의 후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2025년 BRICS에 가입하면서 중국 궤도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동시에 미국 주도의 IPEF에도 남아 있다. "천 명의 친구도 부족하고, 한 명의 적도 너무 많다"는 프라보워의 외교 철학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전략적 모호성이다. 미국도 중국도 선택하지 않으면서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 한다. 그러나 이 전략의 비용도 있다. 어느 쪽도 인도네시아를 핵심 기술 파트너로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자원 레버리지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는 있다. 그러나 기술 이전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다른 곳에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이'의 나라들 중 가장 큰 나라다. 인구 2억 8,000만 명, 세계 4위. 동남아시아 GDP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 규모 덕분에 레버리지가 생겼고, 그 규모 때문에 변화의 속도도 느리다. 소국의 민첩함과 대국의 관성이 동시에 작동한다. 조코위가 2020년에 내린 스위치 하나가 세계 공급망을 흔들었다는 사실이 이 나라의 가능성이다. 그 스위치가 기술 사다리의 꼭대기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이 나라의 과제다.

자원이 기술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사다리 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 사다리가 어디에서 멈출지, 기술 혁신이 그 사다리 자체를 허물기 전에 꼭대기에 닿을 수 있을지 — 그것이 인도네시아가 21세기에 던진 질문이다.


거울 속의 한국

인도네시아가 비추는 한국의 모습은 "자원 없는 기술 강국의 취약한 배후"다. 한국은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배터리를 만드는 광물이 없다. 그리고 그 광물의 상당 부분이 한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땅에 존재한다.

HLI 그린파워의 상징성. 2024년 4월, 서자바주 카라왕 산업단지에서 HLI 그린파워(HLI Green Power) 공장이 첫 배터리 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각각 50퍼센트씩 출자한 합작사. 투자 규모 11억 달러 — 약 1조 5,000억 원. 연간 10GWh 생산 능력, 전기차 15만 대 이상 공급 가능. 인도네시아 최초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다. 니켈 원산지에 배터리 공장을 세워 "자원-배터리-완성차"의 가치사슬을 인도네시아 안에서 닫으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구에 한국 기업들이 응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자원 레버리지가 한국 기업을 움직인 것이다.

배터리 3사의 구조적 취약성. 한국 배터리 3사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 는 모두 니켈계 배터리(NMC, NCMA)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핵심 제품은 인도네시아 니켈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의 75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원자재 공급을 중국 자본이 통제하는 구조에 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뜻한다. HLI 그린파워는 이 의존 구조에서 직접 원산지와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다. 그러나 2024년에 LG 주도로 추진되던 별도의 9.8억 달러 배터리 프로젝트가 중국 화유코발트(Huayou Cobalt)에 인수된 것은, 같은 인도네시아 안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급망을 두고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LFP 리스크의 비대칭성. LFP 배터리의 부상은 인도네시아에도 위협이지만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도 위협이다. CATL과 BYD가 주도하는 LFP는 니켈을 쓰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은 니켈이 필요 없는 기술로 한국 기업들의 강점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니켈계 배터리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LFP 대응 기술도 개발해야 하며, 인도네시아 원자재 접근도 확보해야 한다. 세 가지 전선이 동시에 열려 있다.

7장 ASML과의 대비. 7장에서 ASML의 기술 독점을 보았다. ASML은 기술이 만든 불가결성이다. 인도네시아는 자원이 만든 불가결성이다. 한국은 이 두 종류의 불가결성 모두에 의존하면서, 어느 쪽에도 통제권이 없다. 장비는 벨트호번에서 오고, 원자재는 술라웨시에서 온다. 그리고 벨트호번의 스위치는 워싱턴이 쥐고 있으며, 술라웨시 제련소의 75퍼센트는 중국이 운영한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지도는 한국이 그리지 않는다.

한국의 대안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의 중국 의존 구조가 시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이 인도네시아 니켈에 접근하려면 중국이 이미 점령한 제련 단계를 우회해야 한다. HLI 그린파워처럼 배터리 셀 단계에서 직접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 그 우회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의 기술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 배터리 인재 교육, 공정 기술 이전, 연구개발 협력 — 인도네시아도 한국을 단순한 자본 투자자가 아니라 기술 파트너로 대할 이유가 생긴다. 자원 파트너십이 기술 파트너십으로 깊어질 때 비로소 양국의 '사이' 전략이 서로를 강화한다.

인도네시아의 교훈은 역설적이다. 자원 레버리지는 기술 역량이 없으면 기술 의존으로 귀결된다. 기술 역량은 자원 없이 원자재 취약성에 노출된다. 이것이 한국이 인도네시아에서 배워야 할 핵심이다.

한국이 다른 점. 인도네시아는 자원은 있고 기술이 없어서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다. 한국은 기술은 있고 자원이 없어서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지었다. 두 나라는 공급망의 반대쪽 끝에서 같은 취약성을 공유한다. 인도네시아의 제련소는 중국이 운영하고, 한국의 배터리는 중국이 통제하는 원자재로 만들어진다. 기술 강국과 자원 강국이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그 사이를 중국이 채우고 있다.

한국이 배울 것. 자원도 기술도 '사이'에 있는 한국이 필요한 것은 자원 파트너십과 기술 독점의 동시 강화다. 인도네시아가 기술 역량 없이 사다리를 오르다 중간에 멈춘 것처럼, 한국도 원자재 접근 없이 기술 역량만으로는 배터리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할 수 없다. 카라왕의 합작 공장은 그 방향의 한 걸음이다. LFP 전환이 니켈 수요를 잠식하기 전에, 그 한 걸음이 더 깊어져야 한다.

다음 거울은 자원도 기술도 아닌 자본으로 불가결성을 사려는 나라 — UAE다.


8장 끝 — 리서치 소스: R-16, R-07 narrative e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