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6세의 창업자
1985년, 대만 정부는 한 통의 전화를 텍사스에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모리스 창(張忠謀), 54세. MIT 기계공학 석사, 스탠퍼드 전기공학 박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서 25년을 보내며 수석부사장까지 올랐지만, 끝내 CEO 자리는 얻지 못한 남자. 대만 정부의 제안은 단순했다. 국가기술연구원(ITRI) 원장을 맡아 대만의 낙후된 반도체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달라.
창은 2년을 검토했다. 그리고 56세에 전혀 새로운 회사를 세웠다. 1987년, TSMC —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그의 아이디어는 당시 업계 상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인텔, TI, 모토로라 같은 기존 반도체 기업들은 칩을 설계하고 제조해 판매하는 수직통합 모델이었다. 창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칩을 설계하고 싶지만 공장을 가질 여력이 없는 회사들을 위해, 제조만 해주는 회사는 어떨까?"
퓨어플레이 파운드리(Pure-Play Foundry). 자체 칩을 설계하지도, 판매하지도 않는다. 오직 남의 칩을 대신 만들어줄 뿐이다. 이것이 왜 혁명적이었는가? 이 모델 덕분에 NVIDIA, AMD, 퀄컴, 미디어텍 같은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짜리 공장 없이도 칩을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NVIDIA의 시가총액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것은, TSMC의 존재 없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 모델에는 하나의 결정적 원칙이 깔려 있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삼성이 자체 칩(엑시노스)을 만들면서 동시에 다른 기업의 칩도 위탁생산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TSMC는 애플의 칩도, 엔비디아의 칩도, AMD의 칩도 만들어주지만, 이 세 회사의 경쟁자가 되지는 않는다. 이 신뢰 구조가 TSMC의 핵심 경쟁우위다. 고객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설계도를 TSMC에 맡긴다. TSMC가 그 설계도를 베껴서 자기 칩을 만들 일은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 구조도 의미심장했다. 대만 정부(국가발전기금)가 지분 48퍼센트, 네덜란드 필립스가 약 28퍼센트, 나머지가 민간 투자자. 국가가 씨앗을 뿌리되, 민간이 키우는 모델. 리콴유가 싱가포르에서 실행한 "설계된 불가결성"의 대만 버전이었다. 3장에서 우리가 보았던 공식이 여기서 다시 나타난다.
모리스 창은 2018년 공식 은퇴했다. 56세에 시작해 87세에 물러난, 31년의 여정. 그가 설계한 구조는 그 사이에 세계 반도체 지정학의 핵심이 됐다. 그리고 대만이라는 작은 섬나라의 생존 전략이 됐다.
2.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2025년 현재, TSMC의 지위를 숫자로 보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7퍼센트. 2위인 삼성의 8퍼센트와의 격차는 59퍼센트포인트. 첨단 공정(3나노미터 이하)에서의 점유율은 90퍼센트 이상. 2024년 연간 매출 약 882억 달러. 시가총액은 약 8,000억에서 1조 달러 사이를 오간다.
고객 목록을 보면 이 회사의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1위 고객은 애플(매출의 약 25퍼센트).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모든 칩이 TSMC에서 나온다. 2위는 엔비디아(약 12퍼센트). AI 혁명의 심장인 H100, H200, B200 GPU가 전량 TSMC 제조다. 3위 AMD, 4위 미디어텍, 5위 퀄컴, 6위 브로드컴, 7위 인텔까지 — 상위 10개 고객이 전체 매출의 91퍼센트를 차지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말하자. TSMC는 실리콘밸리 전체의 제조 하청업체다. 그러나 "하청"이라는 단어의 어감과 달리, 이 관계에서 더 대체 불가능한 쪽은 TSMC다. 애플이 다른 파운드리를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TSMC 수준의 수율과 공정 기술을 가진 대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 로드맵이 이 독점을 더욱 공고히 한다. TSMC는 현재 3나노미터 양산 중이고, 2025년 4분기에 2나노미터 양산을 시작한다. 2나노 세대는 혁명적 전환이다. 기존 FinFET 구조에서 나노시트(Nanosheet) 트랜지스터로의 전환. 성능 10~15퍼센트 향상, 전력 소비 25~30퍼센트 감소. 그 뒤로는 2026년 말 A16(1.6나노급) 양산이 예정되어 있다. 후면 전력 공급 기술(SPR)을 적용한 이 공정은 AI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동일 성능에서 전력 20퍼센트를 절감한다.
삼성은 3나노미터에서 수율 문제를 겪고 있다. 중국 SMIC는 7나노에 머물러 있다. TSMC는 2~3세대 앞선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동시에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격차는 단순히 투자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 — 장비 세팅의 미세 조정, 결함 패턴의 암묵적 지식, 공정 엔지니어들의 직관 — 이 만들어낸 것이다. 모리스 창의 표현을 빌리면: "학습은 지역적이다."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이 압도적 지위의 물리적 기반이다. 2025년 TSMC의 CapEx 예상치는 380억에서 420억 달러. 전 세계 어떤 기업도 반도체 제조에 이만큼 투자하지 않는다. 2019년 149억 달러에서 6년 만에 거의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단일 공장 하나의 규모를 보자. 대만 남부 타이난 남부과학공업원에 위치한 Fab 18. 타이페이에서 고속철도로 2시간 남쪽,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외곽의 광활한 평지. 바깥에서 보면 의외로 평범하다. 밝은 회색 외벽, 반복적인 직사각형 구조, 끝없이 이어지는 주차장.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제조가 이루어지는 곳치고는 겉모습이 철저히 무표정하다.
그러나 내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정밀한 공간이다.
클린룸 면적이 단계별 각 5만 8,000제곱미터. 총 8단계가 가동 중이고, 9단계가 건설 중이다. 청정도 등급 ISO 1~3등급 — 공기 중 먼지 입자를 100나노미터 단위로 통제한다. 비교하자면, 수술실의 청정도가 ISO 5~7등급이다. Fab 18의 클린룸은 수술실보다 1,000배 깨끗하다.
이 공간에 들어가려면 '버니수트(bunny suit)'라 불리는 무진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용해야 한다. 에어샤워를 통과하고, 정전기 방지 슬리퍼를 신고, 고글과 마스크를 쓴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약 70,000나노미터)의 2만 분의 1 수준인 3나노에서 회로를 새기는 곳이다.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 한 조각, 재채기 한 번이 수백만 달러짜리 웨이퍼를 폐기물로 만들 수 있다.
클린룸의 노란 조명 아래에서 300밀리미터 실리콘 웨이퍼가 자동화 로봇의 팔 위에 실려 이동한다. 한 장의 웨이퍼 위에 수백 개의 칩이 새겨진다. 각 칩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다. 이 과정은 수백 단계의 공정 — 산화, 포토리소그래피, 식각, 증착, 이온주입, 세정 — 을 거치며, 처음 웨이퍼가 투입된 후 완성된 칩이 나오기까지 약 2~3개월이 걸린다.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다.
총 투자액 NT$1.86조(약 580억 달러 이상). 건설 단계에만 2만 3,500명이 동원됐고, 첨단 기술직 직접 고용이 1만 1,300명. 하나의 공장이 하나의 도시다.
2022년 12월 29일, TSMC는 Fab 18에서 3나노 양산 기념식을 열었다. 모리스 창이 직접 참석했다. 대만 경제부 장관, 반도체 업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 91세의 창업자가 마이크 앞에 섰다.
"오늘은 대만의 날입니다."
그 말에는 자부심만이 아니라 무게가 실려 있었다. 35년 전 56세에 시작한 회사의 공장에서, 인류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미세한 구조물이 양산되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칩이 아이폰을 움직이고, AI 서버를 돌리고, 자율주행차를 굴린다. 그리고 대만이라는 나라를 지킨다.
3. 방패의 논리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라는 용어는 2001년 분석가 크레이그 아디슨이 처음 사용했다. 논리 구조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 TSMC를 포함한 대만 반도체 생산이 중단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한다. 블룸버그 추산으로 1년 차에만 5조 달러의 경제 타격. 미국, 일본, 유럽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 대만의 반도체 패권은 군사 억제력이다.
핵무기가 아니라 칩으로 만든 방패. 상대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이 아니라, 나를 파괴하면 너도 무너진다는 상호확증파괴(MAD)의 경제적 버전이다. TSMC가 멈추면 엔비디아의 AI 칩이 사라지고, 애플의 아이폰이 사라지고, AMD의 서버 칩이 사라진다. AI 혁명 자체가 중단된다.
이 방패가 지금까지 작동했다는 증거가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단, 이것이 실리콘 방패만의 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제7함대, 미중 간 경제 상호의존,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실적 상륙 능력 한계, 국제 여론의 압력 — 이 모두가 억지력의 요소다. 실리콘 방패가 유일한 방벽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억지력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 요소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TSMC가 멈추는 순간 미국의 경제적 계산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어떤 함대도 제공하지 못하는 종류의 억제력이다.
그러나 방패에는 균열이 있다.
첫 번째 균열은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다. 미국은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명확히 약속한 적이 없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발언했지만, 백악관은 매번 "정책 변경 없음"이라며 즉각 정정했다. 트럼프 2기에 들어서는 더 모호해졌다. "나는 그 문제에 코멘트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입장에 서고 싶지 않다." 2025년 국무부 공식 팩트시트에서 대만에 관한 일방적 현상변경에 대한 표현이 "oppose(반대)"에서 "does not support(지지하지 않음)"로 완화됐다.
이 모호성은 의도적이다. 확실한 방어 약속은 대만의 독립 선언을 자극할 수 있고, 확실한 불개입은 중국의 침공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TSMC 입장에서 실리콘 방패는 미국이 개입할 "이유"를 만들어줄 뿐, 개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균열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다. 2023년 8월 29일, 미국 상무부 장관 지나 레이몬도가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던 바로 그날, 화웨이는 아무 예고 없이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
분해 분석이 나오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그 안에는 미국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 들어 있었다. SMIC가 만든 7나노 칩, 기린 9000S. EUV 장비 없이, DUV 장비만으로 7나노를 달성한 것이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는 서방의 가정이 뒤흔들린 순간이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레이몬도를 "메이트 60 프로의 비공식 홍보대사"라고 조롱하는 밈이 퍼졌다. 미국 상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바로 그 순간, 화웨이가 "우리는 살아있다"고 응수한 것이다.
단, 중요한 맥락이 있다. SMIC의 7나노는 수율이 낮고 비용이 높다. TSMC의 3나노·2나노와는 여전히 2~3세대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는 2023년 기준 약 23퍼센트. "중국제조 2025" 목표인 70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추세는 분명하다. 봉쇄는 중국의 자립 의지를 꺾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시켰다.
실리콘 방패가 유효하려면 TSMC가 대체 불가능해야 한다. 중국이 "충분히 쓸 만한(good enough)" 칩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하면, 방패는 부식된다.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영원히 아닌 것도 아니다.
세 번째 균열이 가장 날카롭다. 아리조나의 역설이다.
4. 방패인가, 덫인가
미국의 CHIPS Act(2022)는 반도체 제조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법이다. TSMC가 애리조나에 1,6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삼성이 텍사스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인텔이 오하이오에 공장을 짓는다. 표면적으로는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는 조치다.
그러나 대만의 시각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대만 반도체를 자국 땅에서 만들기 시작하면, 대만이 침공당해도 미국의 개입 동기가 줄어든다. 어떤 학자들은 이것을 "실리콘 덫(Silicon Trap)"이라 부른다. 아리조나 팹이 가동되고 일본 구마모토 팹이 돌아가면, 대만이 사라져도 서방은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실리콘 방패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방패를 부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모리스 창은 이 역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022년 APEC 연설 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에서 세계화는 죽었다. 자유무역은 더 이상 없다. 우선순위는 오직 국가 안보뿐이다."
TI 시절부터 설계-제조 분리, 국경 없는 공급망을 신봉했던 사람이 "국가 안보만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의 무게. 그것은 탄식이었다. 자신이 평생 쌓아온 세계가 지정학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자의.
아리조나 팹에 대한 그의 회의론은 더 구체적이었다.
"학습은 지역적이다. 경험곡선은 같은 장소에 있을 때만 작동한다."
대만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자 생태계, 공급망 클러스터, 암묵지(tacit knowledge)를 피닉스 사막에서 재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거나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그의 회의론은 틀리지 않았다.
5. 사막의 문화 충돌
2021년,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 외곽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했을 때, 미국 언론은 환호했다. "반도체 독립의 시작." 당초 계획은 120억 달러, 5나노 공정, 2024년 가동. 그러나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다른 종류의 전쟁이 벌어졌다.
2023년 중반, TSMC는 공식적으로 생산 지연을 발표했다. 숙련 기술 인력 부족. 1,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대만으로 역파견해 훈련시켜야 했다. 목표는 2025년으로 1년 밀렸다.
문제의 본질은 장비나 자금이 아니었다. 문화였다.
대만 엔지니어들이 가져온 TSMC 특유의 업무 강도 — 야간 호출, 상사의 직접 질책, 목표 설정 후 즉각 실행 — 가 미국 노동자들과 충돌했다. 미국 직원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목적을 물었다. 대만 직원들은 목표가 정해지면 이유를 묻지 않고 몰입했다. 한쪽은 상대를 교만하다고 했고, 다른 쪽은 순종적이라고 했다.
취재 기자가 남긴 묘사가 있다.
"대만 직원들은 피닉스 동료들이 오만하고, 태평하고, 명령에 더 기꺼이 저항한다고 묘사했다. 미국 직원들은 대만 엔지니어들이 일을 하기 전에 이유를 물으면 당혹스러워한다고 말했다."
TSMC는 주 1회 영어·문화 수업을 도입했다. 대만 관리자들에게 "직원을 공개 질책하지 말 것, 해고 위협 시 HR과 상의할 것"이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미국 직원들을 대만 본사에 파견해 TSMC 방식을 체험하게 했다.
2024년 4분기, Fab 21의 첫 번째 단계가 4나노 공정으로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직원 약 2,200명 중 50퍼센트가 대만 출신이었다. 수율은 대만 팹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TSMC는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TSMC에 추가 1,000억 달러 미국 투자를 압박했다. TSMC는 계획을 확대해 총 투자 1,650억 달러, 최대 12개 팹까지의 가능성을 열었다.
애리조나만이 아니었다. TSMC의 해외 팹은 세 방향으로 동시에 뻗어나가고 있었다.
구마모토: 논밭 위의 개막식
2024년 2월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키쿠요마치. 원래 논밭이었던 자리에 세워진 공장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회장 마크 류, CEO C.C. 웨이가 모두 참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 소니 반도체 경영진, 덴소·토요타 임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영상 메시지로 축하를 전했다. 반도체가 국가 행사가 된 시대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TSMC 86.5퍼센트, 소니 반도체 6퍼센트, 덴소 6퍼센트, 도요타 1.5퍼센트의 합작법인. 일본 정부는 보조금 8,000억 엔(약 54억 달러)을 투입했다 — 일본 역사상 단일 기업 대상 최대 반도체 보조금이었다. 1공장은 12~28나노 공정, 월 5만 5,000장 웨이퍼 생산 능력. 최첨단이 아닌 레거시 공정이다.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에 특화됐다.
경제산업성 장관 사이토 켄이 말했다. "이것은 단지 공장이 아닙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이 재건되는 시작입니다."
2공장은 2024년 말 착공, 6나노 공정으로 2027년 가동 목표. 추가 보조금 4,900억 엔 확정. 구마모토가 선택된 이유는 실용적이었다 — 소니의 기존 이미지센서 공장과 인접,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맑은 지하수(구마모토는 수질로 유명), 상대적으로 낮은 지진 활동.
드레스덴: 유럽의 거점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2024년 8월 ESMC(유럽 반도체 제조사) 공장이 착공됐다. 인피니언, NXP, 보쉬와의 파트너십으로, 2027년 완공 예정. 역시 자동차·산업용 특수 공정에 특화된다.
아리조나, 구마모토, 드레스덴. 세 대륙에 걸친 TSMC의 해외 확장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의 물리적 실체다. 미국·일본·유럽이 동맹국 내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축하겠다는 전략이 공장이라는 콘크리트로 구현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묵직한 질문이 떠오른다. 이 모든 투자가 완성되는 2030년대에, 대만의 실리콘 방패는 여전히 존재할까?
반론이 있다. 구마모토는 12~28나노, 드레스덴은 자동차용 특수 공정, 아리조나도 4나노에서 시작했다. 2나노, A16 같은 최첨단 공정은 여전히 대만에 집중된다. 해외 팹은 구세대 기술을 담당하고, 첨단의 핵심은 신주와 타이난에 남는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는 장비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리스 창의 말대로 학습은 지역적이다. 대만에 축적된 수십 년의 생태계를 사막과 논밭과 숲 위에 이식하는 것은, 공장을 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현재의 결론은 이렇다. 실리콘 방패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2030년대 이후 그 효력이 약화될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방패의 수명은 무한하지 않다.
1장에서 우리는 한자동맹의 독점이 영원하지 않았음을 보았다. 네덜란드 상인의 기술 혁신이 뤼베크의 독점을 우회했던 것처럼, 중국의 자립화와 미국의 리쇼어링이 TSMC의 독점을 우회할 수 있다. 불가결성은 영원하지 않다는, 1부의 핵심 명제가 여기서 다시 울린다.
6. 화웨이를 끊은 날
2020년 9월 14일 일요일 저녁.
TSMC 대변인실에서 성명이 나왔다. "TSMC는 2020년 9월 15일부터 특정 고객에 대한 출하를 중단합니다." 특정 고객이 화웨이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화웨이는 TSMC 전체 매출의 14퍼센트를 차지하는 2위 고객이었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 칩은 TSMC에서 제조됐다.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하루아침에 끊겼다.
배경은 이렇다. 2020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 미국산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해외 기업이 화웨이에 납품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확대 적용. TSMC의 장비 대부분이 미국산(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KLA)이거나 미국 기술이 포함된 것(ASML의 EUV도 미국 광원 기술을 사용)이므로, TSMC가 화웨이에 칩을 만들어주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됐다.
이 순간이 대만의 "사이 전략"에서 가장 극적인 결정이었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가? TSMC는 그 질문에 행동으로 답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의 반도체 공급을 끊었다. 대만 정부는 이를 지지했다.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포기하고, 미국의 제재 체계에 편입됐다.
베이징에서는 공식적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함의는 명확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칩 회사가 미국 편을 선택한 것이다.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우리가 지정학의 전장에 끌려들어 갔다"고 느꼈다. 일부는 "어쩔 수 없다. 우리 장비의 90퍼센트가 미국 기술 기반이다"라고 체념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위에 세워진 회사가, 이제 "미국 국가 안보"라는 또 다른 원칙 앞에 서 있었다. 두 원칙이 충돌할 때, 지정학이 시장을 이겼다.
2024년에는 더 정교한 사건이 발생했다. TSMC의 한 중국 고객사가 TSMC가 만든 칩을 화웨이의 AI 가속기에 몰래 공급한 것이 발각됐다. TSMC는 즉각 해당 고객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미국 정부에 신고했다. TSMC는 사실상 미국 수출 통제 체제의 실행 주체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직접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언제든 동일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보았듯이, 2022년 10월 삼성의 시안 공장은 이미 그 순간에 가까이 갔었다.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은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을 불법으로 만들려 했고, 한국은 유예를 받아내 숨을 돌렸다. 그러나 2025년 8월 그 유예는 연간 라이센스로 전환됐다. "영구 면제"는 없다.
대만은 그 선택을 이미 했다. 명확하게, 돌이킬 수 없게, 미국 편을 선택했다. 한국은 아직 그 최종 선택의 순간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7. 줄타기의 정치학 — 양안 관계의 구조적 변화
화웨이 차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흐름의 일부였다. 대만의 "사이 전략"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이해하려면, 양안 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봐야 한다.
차이잉원 시대(2016~2024): 대만 역사상 가장 명시적으로 친미·반중 노선을 걸은 지도자. 2021년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반도체를 대만의 방패로 공식화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만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권위주의 체제의 공급망 교란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
차이잉원은 TSMC의 아리조나 투자를 전폭 지원했고,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으며, 국방 예산을 GDP 대비 2.1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확대했다.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결정 — 2024년부터 남성 1년 의무복무 징병제를 재도입했다. 양안 관계에서 경제적 기회보다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신호였다.
라이칭더 시대(2024~현재): 차이잉원보다 더 명시적인 대만 독립 지지자. 중국은 그를 "분리주의자"로 규정했다. 취임과 동시에 양안 관계는 더욱 긴장됐다. 라이칭더의 과제는 차이 행정부가 정비하지 못한 수출 통제와 투자 심사 체계를 보완하면서, TSMC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방 예산의 궤적이 이 흐름을 숫자로 보여준다. 2020년 GDP 대비 약 1.7퍼센트 → 2022년 2.1퍼센트 → 2024년 2.5퍼센트 → 2026년 목표 3.3퍼센트. NATO 기준(2퍼센트)을 2023년부터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국방비 절대 금액은 대만보다 수십 배 크다. 재래식 군사력으로 대만해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실리콘 방패가 단순한 경제 전략이 아니라, 군사력의 대안으로 기능해야 하는 이유다.
양안 무역의 숫자도 변하고 있다. 대만의 대중·홍콩 수출 비중은 2020년 43.9퍼센트(최고점)에서 2024년 초 32.9퍼센트로 떨어졌다. 21년 만의 최저치. 정치적 결단이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AI 붐으로 인한 미국·일본·유럽의 대만산 반도체 수요 급증, 폭스콘의 인도·베트남 분산이 겹쳤다. 그럼에도 수출의 약 3분의 1이 여전히 중국·홍콩으로 향한다. 최대 단일 수출 시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 의존을 레버리지로 활용한다. 2010년 체결된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양안 무역에 특혜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2024년 1월, 중국이 12개 화학제품에 대한 ECFA 특혜를 중단했다. 이어 농수산물·기계·섬유 분야의 특혜 중단도 검토한다고 예고했다. 대만이 친미 행보를 강화할 때마다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신호 기제다.
이것이 "사이 전략"의 비용이다. 2장에서 우리는 스위스의 중립에도, 핀란드의 인내에도 대가가 있었음을 보았다. 대만의 대가는 이중적이다. 미국 편을 선택한 대가로 중국의 경제 압박을 받고, 동시에 미국에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방패가 약화될 위험을 감수한다. 중립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편승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8. 두 얼굴의 나라 — 폭스콘의 교훈과 대만의 밀린 자들
대만의 "사이 전략"에는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폭스콘(鴻海精密工業) 창업자 테리 궈의 사례를 보자. 1988년 중국 선전에 첫 공장을 세운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70퍼센트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제조업체다. 2023년, 테리 궈가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중국 당국이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 동시다발적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궈 회장은 결국 11월에 후보 사퇴.
메시지는 명확했다. 중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은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 최대 위탁제조업체조차 세무감사 압박에 굴복했다. 이것은 경제적 의존이 어떻게 정치적 레버리지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한국도 2016~2017년 사드 보복에서 동일한 경험을 했다. 롯데마트 중국 철수, 한한령(限韓令) — 경제 의존은 곧 취약성이라는 것을 두 나라 모두 피부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더 깊은 문제는 내부에 있다.
TSMC가 강해질수록 대만 사회 내부의 불균형이 커진다. 반도체가 GDP의 약 20~25퍼센트, 수출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TSMC 단독으로 GDP의 약 8.9퍼센트. 그러나 이 거대한 부는 매우 좁은 곳에 집중된다. ICT 산업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11퍼센트에 불과하다.
신주(Hsinchu) ICT 업종의 연간 중위 소득이 약 4,400만 원일 때, 대만 전체 중위 소득은 약 1,770만 원. 2.5배의 격차. 반도체 엔지니어와 편의점 직원 사이의 벌어지는 간극이 대만 사회의 현실이다.
타이페이의 집값 대 연소득 배율은 15.5배. 1993년 8.03배에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도체 붐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동안, 非반도체 분야 청년들은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20~24세 청년 실업률은 약 12퍼센트. 전체 실업률의 네 배다.
아이러니한 것은 반도체 인력 부족이 동시에 심각하다는 것이다. 2025년 기준 반도체 업계 충원 미달 포지션이 3만 4,000개. 대만의 출생아 수는 2014년 21만 명에서 2024년 13.5만 명으로 급감했고, STEM 졸업생은 같은 기간 15퍼센트 줄었다. 산업은 사람을 원하는데, 사람은 그 산업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태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대만의 두 얼굴이다. 세계 반도체의 수도이면서, 동시에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없는 나라. TSMC 종사자 7만 7,000명과 협력사는 AI 시대의 수혜자다. 나머지 산업 —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 의 종사자들은 강한 대만달러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저하와 높은 물가의 역풍을 맞는다.
타이난 남부과학공업원 주변 아파트에는 매일 새벽 출근버스를 기다리는 TSMC 직원들이 있다. 연봉은 대만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불안도 그만큼 크다. 징병제 복귀 — 2024년부터 남성 1년 의무복무 재도입. 인재 유출 — 아리조나 팹이 가동되면 더 많은 경험직이 해외로.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모순: 자신들이 만드는 칩이 대만을 지키는 방패라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그 방패를 약화시킬 수 있는 아리조나 팹 건설에도 참여해야 한다.
한 엔지니어가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칩을 만들지만,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전쟁이 나도 제일 먼저 표적이 될 겁니다."
1권에서 우리는 기술 혁신이 자본을 집중시키고, 집중된 자본이 사회 불안을 만드는 공식을 보았다. 대만에서 그 공식은 국가 규모로 작동하고 있다. TSMC라는 기술 혁신이 반도체 산업으로 자본을 집중시키고, 그 집중이 이중 경제라는 사회 불안을 만들고 있다. 실리콘 방패는 외부의 침략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내부의 균열은 막지 못한다.
거울 속의 한국
대만과 한국. 둘 다 동아시아, 둘 다 반도체 강국, 둘 다 미중 사이에 서 있다. 그러나 거울 속의 모습은 같지 않다.
차이 1: 집중 vs 분산.
대만은 TSMC라는 단일 기업에 국가의 운명을 걸었다. 반도체가 수출의 40퍼센트. 한국은 다르다. 2024년 반도체가 수출의 약 21퍼센트, 나머지는 자동차, 선박, 배터리, K-콘텐츠, 바이오에 분산되어 있다. 총수출 6,838억 달러는 역대 최고치였다. 대만의 올인(all-in) 전략 vs 한국의 포트폴리오 전략. 단기적으로 대만의 집중이 더 강력한 레버리지를 만들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분산이 더 튼튼한 완충을 제공한다.
차이 2: 독점의 성격.
TSMC의 첨단 파운드리는 대체 불가능하다. 점유율 90퍼센트. 그러나 한국의 메모리 — 삼성+SK하이닉스의 DRAM 70.5퍼센트, NAND 52.6퍼센트 — 는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키옥시아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파운드리는 로직 칩, 즉 AI와 스마트폰과 서버의 두뇌다. 메모리는 그 두뇌의 기억 저장소다. 둘 다 필수적이지만, "대체 불가능성"의 강도는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이 부품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0퍼센트 이상이다. 삼성을 포함한 한국 두 기업의 합산 HBM 점유율은 전 세계의 60퍼센트를 넘는다 — TSMC가 첨단 파운드리에서 가진 것을, 한국은 HBM이라는 더 좁은 전선에서 가지고 있는 셈이다. 2024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49퍼센트는 삼성 메모리를 추월한 것으로, AI 붐의 최대 수혜가 HBM 독점에서 나왔음을 보여준다. HBM은 한국판 실리콘 방패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작지만 날카로운 방패.
차이 3: 삼성의 딜레마.
대만에는 TSMC 하나가 있다. 한국에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둘이 있다. 그런데 삼성은 TSMC와 파운드리에서 경쟁하면서 동시에 SK하이닉스와 메모리에서도 경쟁한다. 두 전선의 전쟁. 파운드리에서는 3나노 수율 문제로 퀄컴, 엔비디아 같은 고객들이 TSMC로 이탈했고, 시장 점유율이 8퍼센트까지 떨어졌다. TSMC의 67퍼센트와 59퍼센트포인트 격차 — TSMC의 시각에서 삼성 파운드리는 경쟁 상대라기보다 아직 거리가 먼 추격자다. 메모리에서는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주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집중"이라는 명확한 전략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 내에서 대만의 TSMC 역할에 가장 가까운 것은, 삼성 전체가 아니라 SK하이닉스의 HBM 사업부다.
차이 4: 지정학적 위치.
대만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군사 위협이 직접적이다. 한국은 북한이라는 안보 변수가 있지만, 중국이 한국 자체를 무력으로 병합하려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의 "사이"는 대만의 "사이"보다 물리적 위험이 낮되, 경제적 압박의 강도는 비슷하다.
거울이 비추는 것.
대만은 한국에게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가능성이다. 기술 독점이 작은 나라의 지정학적 레버리지로 전환될 수 있다. HBM이 그 길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경고다. 하나의 산업에 모든 것을 거는 전략의 취약성. 대만은 TSMC가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한국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여도 배터리, K-콘텐츠, 선박이 완충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포트폴리오도 완벽하지 않다. 반도체·자동차·선박 모두 중국을 최대 수출 시장으로 의존한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있다. 분산의 강점이, 의존의 약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의 "사이 전략"은 대만과 달라야 한다. 단일 방패가 아닌, 여러 개의 실로 짠 촘촘한 그물. 대만은 하나의 칼날로 세계의 인질을 잡았다. 한국은 여러 갈래의 실을 짜서, 어느 쪽도 끊기 어려운 그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 그물의 촘촘함이 곧 불가결성이다.
다음 거울로 넘어가자. 이번에는 전쟁터에서 유니콘을 키우는 나라 — 이스라엘이다.
4장 끝 — 리서치 소스: R-12, C-05, R-23 ep.4·e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