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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 — 보이지 않는 손의 마지막 거래

11장: 디지털 화폐 전쟁


1

베이징 시청구(西城區), 인민은행 본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별관 건물.

출입구에서부터 절차가 시작된다. 방문증 교부 창구에서 신분증을 내밀면 창구 뒤의 직원이 사진을 대조하고, 목적과 면담 대상을 확인한 뒤 플라스틱 카드를 건넨다. 카드에는 이름과 방문 일시가 인쇄되어 있고, 뒷면에 바코드가 찍혀 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면 보안 요원이 휴대전화를 회수한다. 전원이 꺼진 전화기가 플라스틱 칸막이 안에 나란히 놓인다. 칸막이에는 번호가 붙어 있고, 대응하는 번호의 종이표를 받는다. 세탁소 접수증처럼 사무적인 절차다. 그 너머로 복도가 이어진다. 창문이 없다. 형광등 불빛만이 리놀륨 바닥 위에 고르게 퍼진다. 발소리가 바닥에 흡수되어 유난히 조용하다. 벽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고, 간격을 두고 CCTV 카메라만 천장 모서리에 매달려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층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디지털화폐연구소(數字貨幣研究所). 중국 인민은행이 e-CNY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사무실 안쪽 벽면에 대형 모니터가 걸려 있다. 대시보드가 실시간으로 갱신된다.

누적 거래 건수: 34억 8,000만 건. 활성 지갑: 22억 5,000만 개. 파일럿 지역: 17개 성급 권역 26개 도시. 누적 거래 금액: 16조 7,000억 위안.

숫자만 보면 성공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도 이 규모에 근접하지 못한다. 2022년 4월 인민은행이 시범 지역을 확대한 이래, e-CNY는 톈진, 충칭, 광저우, 저장으로 퍼져나갔고, 2025년에는 일상 결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4년 7월 대비 지갑 수는 12배 증가했다. 대중교통 결제, 퇴직급여 수령, 학교 등록금 납부, 세금 납부까지 — e-CNY가 침투하지 않은 공공 서비스 영역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소액 지갑에 이자가 붙기 시작했는데, 세계 최초의 이자 지급 CBDC였다. 디지털 현금이 디지털 예금으로 성격이 바뀌는 전환점이었다. 이제 e-CNY 지갑 잔액은 상업은행의 부채로 분류되고, 인민은행의 감독 아래 기존 예금 금리 자율규약에 따라 이자가 산정된다. 현금이 은행에 들어가면 예금이 되듯, 디지털 현금도 같은 경로를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시보드에서 가장 주목할 기능은 숫자가 아니다.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 인민은행이 2021년 백서에서 밝힌 e-CNY의 핵심 설계 원리다.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조건부 자동 집행. 쉽게 말하면, 돈에 조건을 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 정부의 보조금 실험에서 이 기능이 처음 작동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 보조금을 e-CNY로 지급하되, 3개월 내 반도체 장비 구매에만 사용 가능하도록 조건을 내장하는 방식이었다. 미사용 시 토큰은 소멸한다.

이 실험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광둥성의 한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e-CNY로 보조금 3,000만 위안을 수령한다. 재무 담당자가 사내 시스템에서 잔액을 확인하면, 금액 옆에 조건이 표시되어 있다. 사용처: 반도체 장비 및 원자재. 만기: 90일. 이 돈으로 직원 보너스를 줄 수 없고, 부동산을 살 수 없으며, 해외 계좌로 송금할 수도 없다. 토큰 안에 내장된 스마트컨트랙트가 매 거래를 검증하고, 조건에 맞지 않는 지출을 차단한다. 재무 담당자는 장비 공급사에 대금을 이체하고, 토큰은 조건 충족을 확인한 뒤 정상 e-CNY로 전환된다. 보조금이 의도한 곳에 도착했다는 증명이 원장 위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이것이 유일한 활용 사례가 아니었다. 소비 쿠폰 — 중국어로 홍바오(紅包) — 의 디지털 배포에서 프로그래머블 머니는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갔다. 선전, 쑤저우, 청두 등 파일럿 도시의 지방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e-CNY 홍바오를 수백만 명에게 배포했다. 200위안짜리 디지털 봉투가 스마트폰 지갑에 도착하면, 7일 안에 지정된 가맹점에서 사용해야 한다. 기한이 지나면 토큰은 자동 소멸한다. 저축이 아니라 소비를 강제하는 화폐. 케인스가 1930년대에 꿈꾸었지만 구현할 수 없었던 "스탬프가 찍힌 돈(stamped money)"의 디지털 부활이었다. 탄소 크레딧 실험도 진행되었다. 일부 파일럿 도시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전기차 충전 등 친환경 행동에 e-CNY 보상을 연동하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돈이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가 행동의 결과로 생성되는 구조.

기존의 통화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은행 대출이 늘어나고, 대출이 늘어나면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종래의 경로인데, 기대일 뿐 보장은 아니다. 금리를 내려도 돈이 부동산으로만 흘러간 경험을 한국도 잘 안다. 중앙은행이 가진 도구는 기준금리, 지급준비율, 공개시장조작 — 모두 간접적 유도 수단이었다. 돈이 풀려도 어디로 갈지는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했다. e-CNY의 프로그래머블 머니는 그 근본 전제를 뒤집는다. 유도가 아니라 지정. 기대가 아니라 강제. 통화정책 330년 역사에서, 돈 자체에 행선지를 써넣는 것은 전례가 없는 실험이었다.

자본 배분의 결정권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코드에 명시된 조건으로 넘어간다. 600년 금융 역사에서 게이트키퍼는 항상 인간이었다. 메디치의 지점장이, 잉글랜드 은행의 이사회가, 저축은행의 심사역이 "이 돈을 여기에 보내도 되는가"를 판단해왔다. e-CNY는 그 판단을 코드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문을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 문 자체에 조건을 프로그래밍하는 것.

여기서 e-CNY와 기존 전자결제 수단 — 위챗페이(WeChat Pay)와 알리페이(Alipay) — 의 관계가 중요하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두 플랫폼은 이미 중국인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 위챗페이로 길거리 노점상에서 취두부를 사고, 알리페이로 택시비를 낸다. 인민은행 백서가 밝힌 e-CNY와 기존 전자결제 수단의 관계 — "대체가 아니라 보완" — 는 외교적 표현이었을 뿐, 실질은 견제에 가까웠다. 텐센트와 앤트그룹이 국민의 결제 데이터를 독점하고, 결제 인프라의 가동과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면, 통화 주권의 실질적 소유자는 인민은행이 아니라 민간 플랫폼이 되는 셈이었다. e-CNY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결제 생태계의 바닥층에 다시 자리를 잡기 위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e-CNY 앱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결제 채널로 활용하도록 설계되었다 — 경쟁이 아니라 하부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 사용자는 위챗페이 안에서 e-CNY를 쓸 수 있지만, 그 거래의 원장은 인민은행이 관리한다. 표면은 민간, 바닥은 국가.

창문 없는 복도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 질문은 좀처럼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효율인지 감시인지는 묻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인민은행의 백서는 "통제 가능한 익명성(可控匿名)"이라는 원칙을 명시한다. 소액 거래는 익명, 고액 거래는 추적 가능. 기술적으로 이것은 다층 지갑 체계로 구현된다. 1류 지갑은 은행 계좌와 연결되어 실명이 확인되고 거래 한도가 높다. 4류 지갑은 전화번호만으로 개설할 수 있고 익명에 가깝지만, 거래 한도가 낮다 — 1회 2,000위안, 일일 5,000위안. 계층이 올라갈수록 신원이 투명해지고 한도가 높아지는 구조. 정보 방화벽은 상업은행이 거래 데이터를 보되 신원은 모르고, 인민은행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되 일상적 거래 내역에는 접근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법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 인민은행은 두 정보를 결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검열 불가능한 돈"이었다면, e-CNY는 검열이 설계에 포함된 돈이다. 차이는 검열의 유무가 아니라, 검열의 주체와 조건이다.

게이트키퍼의 시선에서 보면, 이것은 자본 배분의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혁신이다. 보조금이 새는 것을 막고, 투기적 자금 흐름을 차단하며, 탈세의 경로를 봉쇄한다. 프로토콜 빌더의 시선에서 보면, 이것은 역사상 가장 정교한 감시 도구이다. 국가가 모든 거래의 조건을 설정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원하면 언제든 특정 지갑의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시스템. 둘 사이의 경계는 흐리다. 같은 기술이 보조금의 정확한 전달을 가능케 하면서, 동시에 반체제 인사의 지갑을 얼릴 수도 있다. 도구는 중립적이지만, 도구를 쥔 손은 중립적이지 않다.


2

태평양을 건너면 풍경이 달라진다.

2025년 7월 18일, 워싱턴 D.C.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공법 119-27호로 성립했다. 한 달 전 상원에서 68 대 30으로 통과된 법안은 하원에서 308 대 122의 표를 얻었다. 공화당 의원 대다수와 민주당 의원 약 절반이 찬성했다. 미국 정치에서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다.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그 드문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Tim Scott)이 법안의 원안을 주도했고, 민주당 측에서는 커스틴 길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가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의 골격은 서명일에 확정되었지만, 세부 규정의 효력 발생은 주요 조항마다 다른 유예 기간이 설정되어 있어 실질적 시행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법안의 골격은 간결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연방 허가 또는 주법 면허를 받아야 한다.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1달러에 대해 미국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또는 현금 1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며, 그 현황은 매월 공시 대상이 된다. 발행량 1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발행자는 연방 감독을 받고, 그 이하는 주 감독을 선택할 수 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만 가치를 유지하는 유형 — 은 2년간 신규 발행이 금지되었는데, 이 조항에는 2022년 테라/루나가 72시간 만에 500억 달러를 증발시킨 사건의 기억이 법문(法文)으로 굳어져 있다.

미 재무부 장관은 서명 당일 성명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의 준비통화 지위와 미 국채 수요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팩트시트도 같은 논리를 반복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은 곧 달러 영향력의 디지털 확장이라는 것이다.

숫자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5년 말 기준 테더(Tether)가 발행한 USDT의 유통량은 약 1,860억 달러, 서클(Circle)의 USDC는 약 753억 달러에 달한다. 두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에 투자되어 있다. 테더의 준비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규모가 더 선명해진다. 2025년 3분기 기준 테더의 총 준비금은 1,812억 달러이며, 부채 1,744억 달러를 초과하는 68억 달러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미국 국채 보유량만 1,350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각국의 국채 보유량과 비교하면, 케이먼 제도에 등록된 이 민간 기업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다수의 주권국가를 능가한다. 민간 기업이 발행한 디지털 토큰이 미국 국채의 주요 매수자가 된 것이다. 테더는 여기에 더해 148미터톤 이상의 금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30위권 금 보유 기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웬만한 중앙은행보다 많은 금을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기묘한 역설이 발생한다.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를 위해 태어났다. 은행 없이, 중앙은행 없이, 국경 없이 가치를 전송하겠다는 이상이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GENIUS Act가 만든 현실은 정반대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의 영향권을 디지털 공간으로 연장하는 통로가 되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33조 달러에 달했다. 그 중 USDT가 약 13.3조 달러, USDC가 약 18.3조 달러를 처리했다. 테더의 시장 지배력은 2024년 91.6%에서 2026년 초 62%로 하락했지만, 그것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경쟁자가 늘어난 결과였다.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었다.

라고스, 이케자. 오후 두 시.

아데올라 오군디페(Adeola Ogundipe)의 아파트에서는 천장 선풍기가 녹슨 축을 중심으로 느리게 돌고 있다. 바깥은 섭씨 34도. 창문 너머로 발전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NEPA(나이지리아 전력공사)가 또 전력을 끊었다. 이케자에서는 하루 평균 여덟 시간이 정전이다. 아데올라는 자비로 산 2kVA 발전기를 돌린다. 휘발유값이 리터당 700나이라를 넘긴 지 오래다. 발전기 옆 UPS 배터리의 녹색 표시등이 깜빡인다. 그 불빛이 꺼지면 모니터도 꺼진다. 모니터가 꺼지면 일감도 꺼진다.

아데올라는 프리랜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스물여덟 살. 라고스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Upwork과 Toptal에서 미국과 유럽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받는다. 월 평균 수입은 2,800달러 — 나이지리아 평균 임금의 열 배가 넘지만, 그 돈이 손에 닿기까지의 경로가 문제다. 은행 계좌는 있다. GTBank 계좌. 그러나 국제 송금을 받으면 수수료가 소득의 8~12%를 깎아먹는다. 중개은행 수수료, 환전 수수료,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사이의 괴리까지 합치면, 100달러를 벌어서 손에 쥐는 것은 88달러 어치의 나이라도 안 된다. 송금이 도착하기까지 3~5영업일. 가끔은 일주일.

2023년부터 아데올라는 클라이언트에게 USDC로 지불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대화였다. 지금은 그의 Upwork 프로필에 "USDC payments preferred"라고 적혀 있다. 클라이언트가 USDC를 보내면, 솔라나 네트워크를 통해 몇 분 만에 지갑에 도착한다. 수수료는 1달러 미만.

그리고 아데올라는 그 USDC를 나이라로 바꾸지 않는다.

나이라는 2023년 한 해에만 공식 환율 기준으로 55% 이상 절하됐다. 2024년에도 하락은 계속됐고, 2025년 들어 연간 인플레이션은 25%를 웃돌고 있다. 아데올라의 어머니가 이바단에서 보낸 음성 메시지가 떠오른다 — "쌀 한 포대가 또 올랐어." 50킬로그램 쌀 한 포대 가격이 2년 전 28,000나이라에서 75,000나이라로 뛰었다. 아데올라에게 USDC를 보유하는 것은 투기가 아니다. 방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잔액이 나이라 예금보다 가치를 더 잘 지켜준다는 것은 금융 이론이 아니라 매달 체감하는 현실이다.

워싱턴에서 GENIUS Act를 두고 초당적 합의가 이뤄지고, 베이징에서 e-CNY의 프로그래머블 머니를 실험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디지털 유로의 프라이버시 설계를 논의할 때 — 그 논의의 어디에도 아데올라는 없다. 선진국 중심의 CBDC 담론은 "화폐 주권"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를 말하지만, 아데올라에게 화폐 주권이란 자기 노동의 대가가 녹아내리지 않는 지갑을 갖는 것이다. 은행이 실패한 곳에서의 대안 금융. 그것이 라고스의 현실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 소호 지구의 중산층 부부는 월급날마다 같은 의식을 치른다 — 페소가 계좌에 들어오는 즉시, 절반을 USDT로 바꾼다. 페소의 공식 환율과 비공식 "블루 달러" 환율 사이의 괴리가 40%를 넘는 나라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평행 금융 시스템이다. 플로리다 거리의 비공식 환전상(arbolito) 앞에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누르는 것으로 같은 결과를 얻는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수출업자가 거래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한다. 은행을 거치면 3~5일 걸리는 송금이 몇 분으로 줄어든다. 이 모든 거래에서 물리적 달러는 한 장도 국경을 넘지 않았지만, 달러의 영향력은 국경을 넘었다. DeFi 프로토콜의 기축 통화는 USDT와 USDC이며, 전 세계 탈중앙화 금융의 기반 위에 미국 달러가 깔려 있다. 이더리움 위의 유동성 풀, 솔라나 위의 결제 레이어, 아비트럼 위의 파생상품 시장 — 체인이 무엇이든, 기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워싱턴의 재무부 청사 바깥에서는 아무도 이것을 설계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되어 있었다.

중국이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CBDC로 통제력을 확보하려 한다면, 미국은 민간에 위탁하되 규제로 묶는 전략을 택했다. 정부가 발행하지 않지만, 정부가 규제한다. CBDC 없는 CBDC. 결과적으로 둘 다 같은 목표를 향한다 — 디지털 화폐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

연준은 이 그림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FedNow — 연준이 2023년 7월에 가동한 실시간 결제 시스템 — 는 CBDC가 아니다. 연준 스스로 FAQ에서 밝혔다. "CBDC 발행에 대한 결정은 없으며, 발행에는 법률적 승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회는 그 승인의 문을 아예 잠그는 쪽을 택했다. 하원은 2024년 5월 CBDC 반(反)감시국가법(CBDC Anti-Surveillance State Act)을 216 대 192로 통과시켰다. 톰 에머(Tom Emmer)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연준이 CBDC를 직접 발행하거나 개인에게 계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파일럿 프로그램조차 의회의 별도 승인 없이는 진행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같은 방향이었다. 미국이 선택한 것은 명확했다. 국가가 직접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는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규제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 것. 디지털 달러는 있되, 그것은 정부의 달러가 아니라 테더의 달러이고 서클의 달러다. 발행은 민간, 뒷받침은 국채, 감독은 연방. 이 삼각 구조가 미국식 답이었다.


3

2025년 10월 30일, 프랑크푸르트.

마인강이 도시를 느리게 가로지르는 강변, 1920년대에 지어진 그로스마르크트할레(Grossmarkthalle) — 옛 도매시장 건물 — 위로 185미터 높이의 트위스트 타워가 솟아 있다. 비엔나 건축사무소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가 설계한 이 해체주의(deconstructivism) 건축물은 두 개의 다각형 타워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형상이다. 멀리서 보면 서로에게 기댄 두 탑이 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유럽중앙은행(ECB) 본관. 유로존 20개국의 통화정책이 이 건물 안에서 결정된다. 마인강변에서 올려다보면 옛 도매시장의 수평적 구조와 현대적 타워의 수직적 선이 교차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물리적으로 겹쳐 있는 모습이 유럽이 디지털 화폐에 접근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ECB 이사회가 디지털 유로의 준비 단계(preparation phase) 완료를 선언했다. 2023년 11월 시작되어 24개월간 진행된 이 단계에서 ECB는 디지털 유로 규정집(scheme rulebook) 초안을 완성하고, 플랫폼 구성 요소와 관련 서비스 제공자를 선정했으며, 시장 참여자들과 혁신 플랫폼 실험을 수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준비 단계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단계로의 진입 여부는 유럽 의회와 이사회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2021년 10월 시작된 탐색 단계에서 2023년 11월 준비 단계로, 다시 2025년 10월 다음 단계 진입 결정까지. 4년에 걸친 여정이었다. EU 입법이 2026년에 마무리되면 2027년 중반부터 파일럿 거래가 가능하고, 발행 준비 완료 목표는 2029년이다. 중국의 e-CNY가 이미 34억 건의 거래를 처리한 것과 비교하면 느리고, 미국의 GENIUS Act가 법제화된 속도와 비교해도 느리다. 유럽은 이 느림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

디지털 유로의 설계 원칙은 두 극단의 사이에 서 있다.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고 — 인터넷 연결 없이도 소액 결제가 가능하며 — 소액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되,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제는 준수한다. 현금과 같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다.

이것은 유럽적 타협이다. 감시도 아니고 자유방임도 아닌 제3의 길. 중국의 e-CNY가 "국가가 모든 거래를 볼 수 있는" 설계라면, 미국의 GENIUS Act는 "민간이 운영하되 법 집행 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이고, 디지털 유로는 "국가가 발행하되 소액은 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라가르드의 이력이 이 타협의 성격을 설명해준다. 파리 태생, 교사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 로베르 랄루에트는 영어 교사, 어머니 니콜은 라틴어와 그리스어, 프랑스 문학 교사였다. 10대 시절 프랑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 선수였고, 미국 메릴랜드주 홀턴-암스 스쿨에서 교환학생 시절을 보낸 뒤 파리 10대학(낭테르) 법학부를 졸업했다. 국제 로펌 베이커 앤드 매켄지에서 변호사 경력을 시작해 글로벌 집행위원장까지 올랐고, 프랑스 재무장관을 거쳐 2011년 IMF 사상 최초의 여성 총재가 되었다. 2019년 11월 ECB 총재로 부임했을 때, 주변의 평가는 일관됐다. "외교관이자 협상가이지, 테크노크라트나 경제학자가 아니다."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거의 매해 2위에 이름을 올리는 인물. 그녀의 강점은 경직된 원칙이 아니라 유연한 합의 도출에 있었고,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는 정확히 그 능력이 필요한 무대였다.

유로존 20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현금 사용률이 여전히 높았다. 2024년 분데스방크 조사에서 독일인의 일상 결제 중 현금 비중은 여전히 50%를 넘겼다. 뮌헨의 빵집에서 브레첼을 사면서 카드를 내밀면 "Nur Bargeld(현금만 받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나라. 디지털 유로에 대한 독일의 시각은 경계에 가까웠다 — 현금의 익명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 깊었다. 두 차례의 독재를 경험한 나라에서, 국가가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문제였다. 반대편에 스웨덴이 있었다. 릭스방크(Riksbank)는 이미 e-크로나(e-krona) 파일럿을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었고, 스웨덴의 현금 사용 비율은 GDP 대비 1%에 불과했다. 스톡홀름의 카페 절반은 이미 "현금 사절" 표시를 붙이고 있었다. 이들에게 디지털 유로는 이미 늦은 혁신이었다. 남유럽의 시각은 또 달랐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금융 포용에 관심이 컸다. 은행 계좌 없이도 디지털 결제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CBDC. 하나의 통화를 설계하는 데 스무 개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프랑크푸르트의 ECB 본관 회의실에서 마라톤 회의가 끝난 뒤에도, 마인강변을 걷는 사람들은 여전히 지갑에서 동전을 꺼냈다.


세 모델이 대비된다.

중국: 국가가 발행하고, 국가가 조건을 내장하고, 국가가 실시간으로 흐름을 본다. 속도는 가장 빠르고, 통제력도 가장 촘촘하다. 34억 건의 거래와 22억 개의 지갑이 증거다.

미국: 민간이 발행하고, 정부가 규제의 테두리를 친다. 기존 달러 인프라를 활용하므로 속도가 빠르다. 2,600억 달러 이상의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유통되고 있다. 달러 영향권의 디지털 확장이 핵심 목표다.

유럽: 중앙은행이 발행하되, 프라이버시와 통제 사이의 균형을 협상한다. 속도는 느리지만 규범을 먼저 세운다. 발행은 2029년 이후.

이것은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철학의 경쟁이다. "화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 가지 다른 답이 동시에 실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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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2025년 4월 1일,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Project Hangang)이라는 이름으로 CBDC 실거래 실험을 시작했다. 참여자 10만 명,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포함한 7개 은행이 참여한 QR코드 기반의 소액 결제 테스트였다. 참여자들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여 사용하되, 1인당 1회 충전 한도 100만 원, 누적 사용 한도 500만 원이 설정되었다.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진행된 파일럿에서, 참여자들은 편의점과 카페에서 디지털 원화로 결제했다. 기술은 작동했다. 문제는 기술 바깥에 있었다.

파일럿은 2025년 6월 중단되었다.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은행당 약 50억 원에 달하는 인프라 비용이 걸림돌이었고, 비용 대비 효용도 불분명했다. 규제 불확실성도 중단의 이유로 지목되었다. 한국은 이미 카카오페이, 토스, 삼성페이가 지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결제 시장을 갖고 있었다. 디지털 원화가 이 생태계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카카오페이 하나만으로도 하루 수백만 건의 결제가 처리되는 나라에서, 중앙은행이 별도의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구축할 이유가 무엇인가. 참여 은행의 한 임원은 비공식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이미 고속도로가 깔린 곳에 새 고속도로를 놓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단은 포기가 아니었다. 방향 전환이었다. 한국은행은 CBDC를 일반 결제 수단이 아닌 정부 보조금 전달 수단으로 재설정했다. 110조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CBDC로 지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중국의 프로그래머블 머니와 닮은 발상이되, 규모와 목적이 달랐다. 2026년 초에는 다이소 등 새로운 가맹점이 합류하면서 파일럿이 확대 재개되었다. 동시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포함한 7개 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의 CBDC와 민간 은행의 스테이블코인이 같은 시간에, 같은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태동하는 풍경이었다.

금융위원회 회의실. 여의도 정부청사의 고층부. 창밖으로 한강이 보이지만, 이 방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유리창에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긴 테이블 위의 노트북 화면에 반사된다. 누군가 블라인드를 반쯤 내렸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서류가 펼쳐져 있고,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식어가고 있으며, 화이트보드에는 누군가 적어놓은 도식이 남아 있다 — "CBDC ↔ 스테이블코인 ↔ DeFi". 참석자는 열다섯 명 남짓. 금융위원회 관계자, 한국은행 디지털혁신국 직원, 금융감독원 핀테크 담당자, 은행 실무자. 안건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 관련 논의였다.

"한은 CBDC 파일럿이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의 디지털 원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측 참석자가 말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DeFi 프로토콜에 올라가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습니까?" 금융위 위원이 물었다.

"기술적으로는 토큰 자체에 이전 제한을 걸 수 있지만, 탈중앙화 프로토콜에서의 사용은..." 은행 실무자가 말끝을 흐렸다.

"래핑하면 끝 아닙니까." 누군가 끼어들었다. 토큰을 다른 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감싸는(wrapping) 기술을 말하는 것이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창밖 한강에 유람선 한 척이 느리게 지나갔다.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그 짧은 공백이 담고 있는 것은 어느 단일 대출의 승인 여부가 아니었다. 디지털 공간에서 원화의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가. 국경 없는 프로토콜 위에서 국가의 통화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가. 330년간 중앙은행이 쥐고 있던 화폐 발행과 통제의 독점이, 코드 앞에서 유효한가.

참고인 석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준혁. 9장에서 자율 AI 에이전트로 DeFi 유동성을 최적화하는 프로토콜을 만들었던 개발자다. 금융위원회가 디지털 자산 관련 기술 자문을 위해 민간 전문가를 초청한 자리였다. 그는 청바지에 무채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회의실의 다른 참석자들은 모두 양복이었다. 넥타이의 매듭이 빡빡한 사람들 사이에서 칼라 없는 셔츠의 목선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노트북은 가져왔지만 열지 않았다. 대신 연필 한 자루와 A4 용지 한 장을 앞에 놓고 있었다 — 코드를 짜는 사람의 회의 도구. 그는 기술의 언어로 사고하는 사람이었고, 이 방의 다른 참석자들은 규제의 언어로 사고하는 사람들이었다. 두 언어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만, 번역은 쉽지 않았다.

위원 중 한 사람이 물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국적을 부여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합니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만 유통되도록요."

이준혁이 잠시 생각했다. A4 용지에 뭔가를 적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말했다.

"코드는 국경을 모릅니다."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 회의실이 직면한 문제의 전부가 들어 있었다. 토큰 컨트랙트에 지역 제한을 걸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 그 토큰을 래핑(wrapping)해서 다른 체인에 올리는 순간, 제한은 무력화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 위에 올라가면, 서울에서 발행된 토큰이 뉴욕의 유동성 풀에서 거래되고, 싱가포르의 AI 에이전트가 차익거래에 활용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규제는 관할권 안에서만 작동하지만, 프로토콜은 관할권 밖에서 움직인다. 한 위원이 펜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국의 상황은 축소판이었다. 미국 모델(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중국 모델(국가 CBDC)을 동시에 실험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 CBDC 파일럿과 민간 스테이블코인 추진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나라에서, 같은 규제 당국의 관할 아래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회의실에서 논의되지 않은 세 번째 현실이 있었다.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수는 1,62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 전 국민의 약 32%, 성인 기준으로는 더 높은 비율이다. 주식 투자 인구를 넘어선 숫자였다. 30~40대가 투자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최근 조사에서는 성인 2명 중 1명이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업비트와 빗썸에서 매일 수조 원이 거래되었다. 2025년 4분기 업비트의 거래량은 약 1,807억 달러, 빗썸은 약 865억 달러였다. 그리고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해외 거래소와 DeFi 프로토콜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이 해외 거래소로 송금한 금액은 1,100억 달러에 달했다. 규제 당국이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설계를 논의하는 동안, 시장은 이미 자체적인 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참고할 선례가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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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빠진 조각이 하나 있다. 세 모델 — 중국, 미국, 유럽 — 은 각자의 영토 안에서 디지털 화폐를 설계한다. 그러나 자본은 영토 안에 머물지 않는다. 국경을 넘는 결제, 교역 대금의 정산, 중앙은행 간 외환 거래 — 이 영역에서 세 모델은 충돌한다.

mBridge. 다국적 CBDC 브릿지 프로젝트. 중국, 홍콩, 태국, UAE,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앙은행이 참여했고, BIS(국제결제은행)가 감독했다. 각국의 CBDC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실험이었다. 2024년 6월, 홍콩금융관리국은 mBridge가 "최소기능제품(MVP)" 단계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누적 4,000건 이상의 교차국경 결제, 555억 달러 규모. 거래량의 약 95%가 e-CNY였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한 사람의 비전이 있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전(前) 중국인민은행 총재.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중국의 통화정책을 이끈 인물이다. 그가 2009년 3월 23일 발표한 논문 "국제 통화 시스템 개혁에 관한 사고(关于改革国际货币体系的思考)"는 달러 중심 체제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대안 제시였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명료했다. 단일 국가의 신용 기반 통화가 글로벌 준비통화 역할을 하는 체제는 본질적 모순을 안고 있다. 트리핀 딜레마 — 국내 통화정책의 목표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목표 사이의 갈등 — 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논리. 저우샤오촨은 "개별 국가에서 분리되어 장기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국제 준비통화"가 필요하다고 썼고, IMF의 특별인출권(SDR)의 역할을 확대하여 SDR 표시 채권을 발행하고 SDR을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의 결제 수단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SDR의 바스켓 구성을 모든 주요 경제국의 통화로 확대하고, GDP를 가중치로 포함시키자는 구상도 담겨 있었다.

이 논문은 미디어의 폭풍을 일으켰다. "중국이 달러에 도전한다"는 헤드라인이 쏟아졌고, 제안은 차례로 오해되고, 과장되고, 성급하게 무시되었다. 그러나 10년 뒤, 그 논문의 정신은 SDR이 아니라 e-CNY와 mBridge라는 형태로 실체화되었다. SWIFT를 거치지 않고,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 중앙은행 간 직접 디지털 통화를 교환하는 인프라. 성공했다면 1944년 브레턴우즈 이래 가장 근본적인 국제 결제 체계의 전환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24년 10월 31일, BIS가 mBridge에서 철수했다.

BIS 총재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ín Carstens)가 프로젝트에서의 BIS 이탈을 발표했다. BIS는 이를 "졸업(graduation)"이라 표현했다 — 4년간 감독한 프로젝트를 이제 참여국 중앙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 설명이었다. 그러나 비공식적 맥락은 달랐다. 참여국 구성 — 중국, UAE,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 이 서방 제재의 우회 경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달러 중심의 SWIFT 시스템을 대체할 인프라가 중국 주도로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거래의 약 95%가 e-CNY로 집중된 구조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BRICS 정상회의가 열리던 시기와 BIS 철수 발표가 겹친 것도 우연으로 보기 어려웠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한 조치는, 금융 인프라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러시아의 주요 7개 은행이 SWIFT에서 차단되었고, 약 3,000억 달러의 해외 보유 준비금이 동결되었다. 루블은 하룻밤 사이에 30% 급락했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0%로 두 배 올렸으며, 해외 송금에 통제를 걸었다. 제재의 위력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무기의 효과는 SWIFT가 유일한 결제 인프라일 때만 작동한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제재 이후 이미 국내 결제 시스템 SPFS를 구축해 550개 이상의 기관과 24개국을 연결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의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CIPS는 2023년 660만 건, 약 17조 달러의 거래를 처리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였다. 2024년에는 CIPS의 처리량이 SWIFT의 약 16%에 달했다 — 4년 전 약 2%에서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2025년 12월 인민은행은 CIPS의 최종 정산에서 SWIFT 의존도를 줄이는 규칙 개정을 단행했다.

mBridge가 성숙하면, 제재 대상국이 달러-SWIFT 체계를 우회할 경로가 열린다. BIS의 철수는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지정학적 판단이었다. 서방의 가장 강력한 경제 무기가 무력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계산.

BIS 철수 이후에도 참여국들은 mBridge를 자체 운영하기로 했다. 2025년 7~8월, 중국에서는 비국유 은행과 지역 은행으로 참여 기관이 확대되었다. 11월에는 UAE 재무부와 두바이 재정부가 디지털 디르함을 사용하여 mBridge 플랫폼에서 최초의 정부 기관 간 거래를 실행했다. 서방의 감독자가 빠진 자리를 참여국들이 채우고 있었다. 1단계 완료 목표는 2026년 상반기였다. 관측 참여국 목록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한국 등 30여 개 중앙은행과 국제기구가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기술은 국경을 지우려 했으나, 정치는 그 위에 더 높은 벽을 쌓았다. mBridge의 코드는 작동했고, 다국적 CBDC 교환은 기술적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누가 이 인프라를 통제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기술적 성공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이 그 선례를 보여주었다. 1990년대, 인터넷은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태어났다. 국경 없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그러나 30년 뒤,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바이두와 위챗으로 대체했다. 러시아의 RuNet은 외부 인터넷으로부터의 단절을 실험하고 있다. 이란은 국가 정보 네트워크(NIN)를 구축했다. 하나의 인터넷이 여러 개의 인터넷으로 갈라진 것이다. 스플린터넷(Splinternet). 같은 분열이 화폐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의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가 여러 개의 진영별 네트워크로 쪼개지는 것. 스플린터코인(Splintercoin)이라 부를 만한 현상.

BIS는 mBridge를 떠나면서 다른 프로젝트에 자원을 집중했다. Agora(아고라) — 토큰화 기반 국제 결제 프로토타입 — 가 2026년 상반기 보고를 앞두고 있었다. 7개 중앙은행과 4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관민 합작 프로젝트로, 상업은행 예금과 중앙은행 화폐를 토큰화하여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교환하는 실험이었다. mBridge가 중국 주도의 대안이었다면, Agora는 서방 주도의 대안이었다. 서방 진영은 mBridge에 자리를 내주는 대신,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하나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 대신, 진영별로 나뉜 두 개의 인프라가 형성되는 구도. 달러-SWIFT-Agora 축과 위안-CIPS-mBridge 축. 냉전기의 군사 동맹이 디지털 화폐 인프라로 번역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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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문법이 공존하고 있었다. 서울의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인간이 판단하고, 뉴욕의 알라딘이 알고리즘으로 리밸런싱하고, 이더리움의 Aave에서 코드가 대출을 집행하는 풍경.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규칙으로 자본을 배분하는 세 개의 문법이 같은 시간대에 작동하고 있었다.

그 공존이 만들어내는 긴장은 국가 단위에서 폭발한다.

e-CNY는 첫 번째 문법 — 게이트키퍼의 문법 — 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인간 심사역 대신 코드가 조건을 설정하지만, 그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국가다. 통제의 주체가 인간에서 코드로 바뀌었을 뿐, 통제 자체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메디치 은행의 조반니가 지점장에게 편지로 지시를 내렸다면, 인민은행은 토큰에 직접 조건을 내장하는 셈이다. 조반니의 편지는 지점장이 무시할 수 있었다 — 브뤼헤의 포르티나리가 실제로 그랬듯. 그러나 토큰에 내장된 조건은 무시할 수 없다. 코드가 실행을 거부하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600년간 진화해 온 게이트키퍼의 가장 새로운, 그리고 가장 완벽한 형태. 편지 대신 코드, 신뢰 대신 강제.

GENIUS Act의 스테이블코인은 두 번째 문법 — 알고리즘의 문법 — 과 첫 번째 문법의 혼종이다. 발행과 유통은 민간의 알고리즘이 처리하지만, 규제의 틀은 국가가 설정하는 구조. 블랙록의 알라딘이 14조 달러를 운용하되 SEC의 규제 안에서 움직이는 것과 닮아 있다. 효율은 시장에, 안전장치는 정부에. 테더가 1,35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혼종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 탈중앙화의 이상을 품고 태어난 도구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채무 시스템의 핵심 매수자가 되어 있다.

디지털 유로는 두 극단 사이의 좁은 길을 찾으려 한다. 발행은 중앙은행이 하되, 소액 거래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겠다는 것. 현금이 가진 익명성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려는 시도다. 그러나 현금의 익명성은 물리적 한계가 자연스럽게 부여한 것이었다 — 가방에 담을 수 있는 현금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디지털 공간에서 그 한계를 인위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독일 시민이 뮌헨의 빵집에서 2유로짜리 브레첼을 사면서 국가의 감시를 받지 않을 권리와, 테러 자금이 디지털 유로로 세탁되는 것을 막아야 할 국가의 의무 사이. 라가르드가 20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모델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이 돈을 통제할 수 있는가.

메디치의 조반니는 지점을 통제하려 했다. 편지로, 비밀 장부로, 파트너십 계약으로. 그러나 포르티나리는 브뤼헤에서 본사의 지시를 무시했다. 잉글랜드 은행은 통화를 통제하려 했다. 금본위제로, 은행권 독점 발행으로, 기준금리로. 그러나 남해회사 버블은 그 통제 밖에서 부풀었다. 3장의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을 통제하려 했다. BIS 비율로, 적기시정조치로, CAEL 등급으로.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는 120개의 SPC를 만들어 모든 안전장치를 우회했다.

2025년, 같은 질문이 국가 수준에서 돌아왔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DeFi 프로토콜의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DeFi의 금리는 유동성 풀의 수급이 결정하며, AI 에이전트는 국경을 인식하지 않는다.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1,620만 명이 해외 거래소로 보내는 자금 흐름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이 막을 수 있는가. 나이지리아의 프리랜서가 USDC로 받는 급여를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의 자본통제가 포착할 수 있는가. 330년 된 중앙은행 시스템이 처음으로, 자신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영역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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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vs 정당성. 디지털 화폐 전쟁의 핵심 트레이드오프가 여기에 있다.

저우샤오촨의 후임자들은 단일 당-국가 체제 안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라가르드는 20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제약 속에서 느리게 움직인다. 민주주의적 합의는 느리지만 광범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권위주의적 결정은 빠르지만 정당성의 기반이 좁다. 1694년 잉글랜드 은행의 설립은 의회의 승인을 받는 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그 승인이 은행에 330년의 수명을 부여했다.

그리고 디지털 화폐 전쟁에서 속도는 중요하다.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먼저 확산된 플랫폼이 표준이 된다. SWIFT가 그랬고,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그랬다. 페이스북이 MySpace를 이긴 것은 더 나은 기술이 아니라 더 빠른 확산이었다. e-CNY가 mBridge를 통해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교역 결제에 침투하면, 그 네트워크 위에 올라탄 참여국들은 쉽게 이탈하지 못한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노드가 이탈의 비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유럽이 2029년에 디지털 유로를 발행할 즈음, 게임의 상당 부분은 이미 결정되어 있을 수 있다. mBridge의 관측 참여국 목록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있다는 사실이 이 긴장을 말해준다 — 유로존의 핵심 국가들이 중국 주도의 인프라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만이 전부는 아니다. 시간적 우위(first-mover advantage)와 규범적 정당성(normative legitimacy) 사이에는 해소되지 않는 긴장이 있다. 빠르게 확산된 표준이 반드시 좋은 표준은 아니다. VHS가 베타맥스를 이겼지만, VHS가 더 좋은 기술이었던 것은 아니다. SWIFT가 반세기 동안 국제 결제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은 단순히 빨라서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그 거버넌스를 신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BIS가 mBridge에서 철수한 것은 바로 그 신뢰의 문제였다. e-CNY가 속도에서 이기더라도, 규범에서 이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국 국민의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인프라 위에 건설된 국제 결제 체계를 다른 나라들이 신뢰할 수 있는가. 라가르드가 4년을 들여 만들고 있는 합의의 가치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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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델의 경쟁이 드러내는 것은 결국 하나의 역설이다.

600년 전 메디치의 환어음이 혁신이었던 이유는, 금을 물리적으로 운반하지 않고도 국경을 넘어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어음 위의 서명 하나가 알프스를 넘어 자본의 행선지를 결정했다. 그 서명은 메디치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를 전제했다. 2장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등장한 이유도 같았다. 개인의 신뢰 대신 국가의 신뢰를 화폐의 기반으로 삼는 것.

지금 벌어지는 디지털 화폐 전쟁은 그 신뢰의 기반을 다시 묻는 행위다. 중국은 국가 권력에 대한 신뢰를, 미국은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를, 유럽은 규범과 법치에 대한 신뢰를 각각 요구한다. 비트코인은 아예 다른 차원에서 답을 제시한다. 수학에 대한 신뢰. SHA-256 해시 함수와 타원곡선 암호학이 보증하는 신뢰.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화폐 —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에서 제시한 원래의 비전이 그것이었다. "신뢰가 아니라 검증에 기반한 전자 결제 시스템." 네 가지 모델 — 국가 권력, 국가 채무, 규범적 합의, 수학적 증명 — 모두 각각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 국가 권력은 남용될 수 있고, 국가 채무는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규범적 합의는 느리고, 수학적 증명은 확장성의 한계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경쟁의 밑바닥에는, 세 번째 문법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DeFi 프로토콜 위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국적과 무관하게 유통되고, AI 에이전트는 밀리초 단위로 자본을 최적 배분한다. 코드는 국경을 모른다고 이준혁이 말했다. 그 말은 코드가 규제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각국이 디지털 화폐의 주권을 놓고 경쟁하는 동안, 경쟁의 대상 자체가 영토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긴장은 여기에 있다. 세 개의 국가 전략이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세 전략 모두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커지고 있다. 게이트키퍼가 문을 강화할수록, 문 없는 공간이 넓어진다. e-CNY가 토큰에 조건을 내장할수록, 조건 없는 토큰의 매력이 높아진다. GENIUS Act가 스테이블코인을 규제의 울타리 안에 가둘수록, 울타리 바깥의 프로토콜이 성장한다. 디지털 유로가 합의를 다듬을수록, 합의 없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시간을 벌어간다.

디지털 위안, GENIUS Act, 디지털 유로 — 각국의 대응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차이를 반영한다. 감시냐 자유냐, 통제냐 혁신이냐. 그러나 이 모든 논쟁의 저변에는 같은 불안이 흐른다. 자본의 흐름을 결정하는 권한이 인간에게서 떠나가고 있다는 감각.

라고스의 아데올라에게는 세 모델 중 어느 것도 답이 아니었다. e-CNY의 프로그래머블 머니도, GENIUS Act의 규제 프레임워크도, 디지털 유로의 프라이버시 합의도 그의 일상을 바꾸지 못했다. 그의 답은 이미 지갑 안에 있었다 — USDC. 국가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실패한 자리에서 자라난 것.

600년 전 피렌체에서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가 환어음에 서명했을 때, 그것은 한 사람의 판단이 자본의 행선지를 결정하는 행위였다. 2025년 서울의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위원장이 도장을 찍을 때도 본질은 같았다. 인간이 판단하고, 인간이 결정하고, 인간이 책임진다. 이 600년 된 구조가 지금, 처음으로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그 도전의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 다음 장에서, 600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