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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 — 밀린 자와 읽은 자

에필로그. 네 번째 폭발은 있는가


크라수스는 화재를 기다렸다.

이 책은 그 장면에서 시작했다. BC 1세기, 로마의 목조 인슐라 앞에 선 사설 소방대. 불길이 번지는 동안 가격을 흥정하는 대리인. 집주인이 헐값에 서명할 때까지 물을 뿌리지 않는 500명의 건축 노예. 플루타르코스는 도덕적 판단 없이 이 장면을 기록했다.

크라수스는 BC 53년, 카르하이에서 죽었다.

59년 뒤, AD 6년에 아우구스투스는 비길레스(Vigiles)를 창설했다. 7개 코호르트, 약 3,500명에서 7,000명 사이의 공공 소방관이 로마 14개 구역을 담당했다. 크라수스의 사설 소방대가 사라지고, 공적 제도가 그 자리를 채운 것이다. 사적 착취가 공적 서비스로 전환되기까지 59년이 걸렸다.

59년. Ch.16에서 우리가 확인한 제도 적응 기저율, 60~64년과 거의 같은 시간이다.

화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소방대의 소유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 책이 17개 장에 걸쳐 추적한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이었다. 화재가 날 때, 소방대는 누구의 것인가. 기술이 폭발할 때, 그 폭발이 만드는 부와 파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그리고 제도는 그 답을 바꿀 수 있는가.


1. 네 번째 폭발의 후보들

세 번의 폭발을 되짚어 보자.

로마는 스케일을 폭발시켰다. 8만 킬로미터의 도로, 11개의 수도교, 수력 제분 단지. 개별 기술은 이미 존재했다. 로마가 한 일은 그것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한 것이다.

산업혁명은 근육을 폭발시켰다. 증기기관과 방적기가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대체했다. 생산성이 88.6% 상승하는 동안 실질 임금은 5.2% 하락했다.

AI는 인지를 폭발시키고 있다. 근육이 아니라 머리가 자동화된다.

그렇다면 네 번째 폭발은 무엇인가. 후보가 있다.

양자 컴퓨팅. 2024년 12월, 구글의 윌로우(Willow) 칩이 105개 물리 큐비트로 양자 오류 정정의 임계치를 최초로 넘었다 [IFE18-001]. 현재 풀 수 없는 분자 시뮬레이션과 최적화 문제가 해결 가능해진다. 다만 이것은 연산의 가속이다. 새로운 종류의 밀린 자를 만들지는 않는다.

합성생물학. 최초의 CRISPR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가 2023년 승인되었다 [IFE18-003]. 알파폴드(AlphaFold)와 데이비드 베이커의 단백질 설계 연구가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IFE18-005]. AI가 인지를 자동화한다면, 합성생물학은 물질 자체를 프로그래밍한다. 이것은 다른 종류의 폭발이다. 전통 제약, 농업, 화학 산업의 노동자들이 새로운 밀린 자가 된다. AI의 밀린 자인 지식노동자와는 다른 집단이다.

핵융합. 2022년 12월, 미국 국립점화시설(NIF)이 플라즈마 수준의 에너지 이득을 달성했다 [IFE18-006]. 시스템 순이득은 아직 아니다. 그러나 핵융합의 에너지 밀도는 석탄의 약 700만 배다 [IFE18-008]. 실현되면 에너지 제약 자체가 소멸한다. 에너지 산업 전체가 재편되고, 에너지 비용에 의존하는 산업의 노동자가 밀린 자가 된다. 로마의 수도교가 물 제약을 해결한 것의 에너지 판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2024년 1월, 뉴럴링크의 첫 인체 이식이 이루어졌다 [IFE18-009]. 현재는 의료 보조 기기 수준이다 [IFE18-010]. 진정한 인지 증강이 실현되면,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 자체가 바뀐다. 밀린 자와 읽은 자의 구분이 "비증강 인간"과 "증강 인간"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

네 후보 중 어느 것이 네 번째 폭발이 될지는 모른다. 다만 하나의 기준은 제시할 수 있다. 진정한 네 번째 폭발은 AI가 만드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밀린 자와 읽은 자를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같은 종류의 자동화가 확장되는 것은 세 번째 폭발의 연장이지, 네 번째가 아니다.


2. 패턴은 계속되는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기술 → 자본 집중 → 사회 불안 → 제도 재설계. 이 공식이 네 번째에도 적용되는가. 아니면 AI 자체가 공식을 깨뜨리는가.

역사는 한 가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예측의 성적표다.

버질은 《아이네이스》에서 유피테르의 약속을 기록했다. "Imperium sine fine" — 끝없는 제국 [IFE18-012]. 하드리아누스의 주화에는 "AETERNITAS", 영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IFE18-012]. 서로마 제국은 그로부터 약 350년 뒤에 멸망했다.

1851년 수정궁 만국박람회에서 영국은 기술을 통한 영구 패권을 축하했다. 영국의 세계 제조업 점유율은 1880년 22.9%에서 1913년 14.0%로 [IB11-003], 1938년 9.2%로 [IFE18-016] 떨어졌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에 자유민주주의가 인간 거버넌스의 최종 형태라고 선언했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8년 연속으로 자유가 후퇴한 국가가 개선된 국가를 넘어섰다 [IFE18-014].

I.J. 굿은 1965년에 "최초의 초지능 기계는 인간이 만들어야 할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썼다 [IFE18-013]. 61년이 지났다.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AGI 타임라인에 대한 전문가 추정은 2030년부터 2060년 이후까지 넓게 분산되어 있다 [IFE18-011].

"역사의 종말" 예측의 성적: 0승 4패, 2,000년 이상.

패턴은 분명하다. 변혁적 시대의 참여자들은 진정한 변화에 몰입한 나머지, "전례 없는"을 "최종적"과 혼동한다. 매번 다음 변화가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AI도 예외가 아닌가.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AI는 이전의 어떤 기술과도 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최초로 인지적 노동을 표적으로 삼는다. 소프트웨어의 확산에는 마찰이 거의 없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깝다. 자기 개선 가능성이 사이클 자체를 기하급수적으로 가속시킬 수 있다. 레버리지의 유형성(tangibility)은 로마의 약 74%에서 산업혁명의 약 40%로, AI 시대의 약 12%로 하락해왔다 [IRR18-007]. 0%에 수렴한 뒤에는 무엇이 오는가.

이 책의 정직한 답은 이것이다.

모른다.

공식이 반복될 수도 있다. 60~64년의 기저율로 제도가 뒤따를 수도 있다. 또는 AI가 제도 적응 자체를 가속하여 격차를 좁힐 수도 있다. 아세모글루와 존슨이 말했듯, 기술의 방향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혼란을 만드는 같은 기술이 치유를 가속할 가능성. 이것이 가장 주제적으로 공명하는 시나리오다.

또는 재귀적 자기 개선이 사이클 자체를 용해시킬 수도 있다. I.J. 굿의 예측이 61년째 빗나갔다는 사실이 영원히 빗나간다는 증거는 아니다.

이 공식은 법칙이 아니다. 렌즈다. 렌즈의 가치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을 알려주는 것에 있다. 렌즈 없이 보는 것은 렌즈의 한계를 아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3. 세 통의 편지

잠시 공식에서 벗어나자. 이 책의 가장 깊은 층위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세 시대의 밀린 자들이 서로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이것은 역사적 증거가 아니라 상상적 재구성이다. 다만 구조적 경험의 동형성(isomorphism)은 사료로 뒷받침된다.

소농이 수직공에게, 수직공이 번역가에게.

BC 138년의 소농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로마를 위해 싸웠다. 7년간 군복무를 했다. 내가 싸우는 동안 정복지에서 노예가 밀려들었고, 그 노예들이 대농장에서 일했고, 대농장이 내 땅을 삼켰다. 티베리우스 그라쿠스가 나를 대변했다. "들짐승에게도 눕힐 굴이 있거늘, 이탈리아를 위해 싸우고 죽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로마를 위해 싸웠고, 로마가 내 땅을 가져갔다.

1810년의 수직공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도 안다. 아크라이트의 방적기가 값싼 실을 만들어냈을 때, 우리 수직공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값싼 실이 넘쳐나니 직조할 일이 폭증했다. 주급 25실링. 그런데 같은 혁신이 결국 파워룸을 낳았고, 파워룸이 우리를 대체했다. 우리의 번영을 만든 것이 우리의 몰락을 만들었다.

1834년 의회에서 한 수직공이 증언했다. 직업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았으나 다른 기술이 없었고, 새로운 일을 배우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IRR18-002].

2025년의 번역가는 이렇게 마무리할 것이다. 나도 같다. 12년간 번역했다. 수천 개의 파일이 내 아카이브에 쌓여 있다. 어절당 80원이었던 단가가 60원이 되고, 35원이 되었다. 그리고 AI 포스트에디팅이라는 이름으로 기계 번역의 오류를 수정했다. 수정할 때마다 AI가 더 정확해졌다. 내가 AI를 가르쳤고, AI가 나를 대체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만난 적이 없다. 2,162년이 그들 사이에 놓여 있다. 구조는 동일하다. 자기 노동이 자기 대체를 가속시키는 역설. 소농의 군복무가 노예 유입을 만들었고, 수직공의 황금기가 파워룸의 경제성을 증명했고, 번역가의 포스트에디팅이 학습 데이터가 되었다 [IRR18-006].

그리고 세 사람 모두에게 같은 말이 전해졌을 것이다. 제국에는 아프리카의 곡물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더 싼 면직물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더 빠른 번역이 필요하다.

그들은 세지 않는 비용이었다.


4. 독자에게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소농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

패턴을 볼 수 있는 렌즈.

소농에게는 라티푼디움의 확산을 분석할 프레임워크가 없었다. 수직공에게는 산업혁명의 구조를 조감할 시야가 없었다. 파워룸이 그의 직업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 약 25~30년이 걸렸다 [IRR18-002]. 알아차린 뒤에도 "다른 기술이 없었다."

당신에게는 있다. Chat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LLM 노출도 연구(Eloundou et al.)가 나온 2023년 3월까지 4개월. 로마의 약 60년, 산업혁명의 약 26년에 비해 약 120배 빠른 인식이다 [IRR18-010].

그러나 인식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수치가 말해준다. 업스킬링 의향은 61%다. 실제로 추진한 비율은 4%다. 57%포인트의 격차 [IRR18-003]. 이 격차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다. 구조적 전환 비용과 정체성의 관성이다.

직업적 정체성은 습관의 영역에 내장되어 있다. 12년차 번역가에게 "AI에 적응하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해체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수직공이 직기 앞을 떠나지 못한 이유도 같았다. 백발에 허리 굽은 남자. 50년간 직조공. 주급 3실링 6펜스. 가구는 전당포에 갔으나 직기 위의 천은 여전히 고른 짜임새였다. 직기가 그를 살려두는 것처럼.

기술이 정체성이었고, 정체성이 감옥이었다.

이 책은 당신에게 렌즈를 주었다. 렌즈는 나침반과 같다. 방향을 알려주지만 폭풍을 피해주지는 않는다. Ch.17에서 우리는 이 한계를 인정했다. 읽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구조적 행운이 작동한다. 타이밍의 행운이 작동한다.

그래도 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낫다.

문제는 "밀린 자인가, 읽은 자인가"가 아니다. 이 범주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크라수스도 카르하이에서 밀렸다. 수직공의 후손 중 일부는 빅토리아 황금기의 공장 감독관이 되었다. 범주는 유동적이다.

더 날카로운 질문이 세 개 있다.

첫째, 개인에게. AI가 당신의 현재 도구를 완전히 대체하면, 당신의 경쟁우위는 살아남는가. 아크라이트는 특허를 빼앗겼으나 시스템은 빼앗기지 않았다. 당신에게 특허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집단에게. 제도 적응의 역사적 기저율은 60~64년이다. 수직공의 황금기에 태어난 아이는 약 1850년에 죽었다. 1833년 공장법이 시행되었을 때 그는 28세였고, 이미 임금이 82% 하락한 뒤였다 [IRR18-005]. 실효적 제도의 혜택을 본 것은 손자 세대였다. "결국 균형이 회복된다"는 위로는 사실이다. 영국의 실질 임금은 1850~1900년 사이 약 2배 상승했다 [IRR18-004]. 그러나 "결국"은 100년을 의미할 수 있다. 당신은 100년을 기다릴 것인가, 기저율의 단축을 요구할 것인가.

셋째, 도덕에게. 패턴을 읽으면서 밀린 자에 대한 관심 없이 수익만 추구하면, 그것은 크라수스와 어떻게 다른가. 크라수스는 누구보다 잘 읽었다. 문제는 읽기의 부재가 아니라 읽기의 방향이었다.

이것은 구조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구조 안에서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다. 기술이 가능성을 열었고, 자본과 제도가 방향을 결정했다. 그 방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5. 마지막 장면

Ch.1은 세 시대에 각각 같은 구조를 보여주었다.

생산성이 폭발한다.

부는 소수에게 쏠린다.

누군가는 밀려나고, 누군가는 읽는다.

제도는 뒤따르지 못한다.

네 번째 4행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크라수스는 불을 기다렸다. 아크라이트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AI 네이티브는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하고, 소규모 팀으로 대규모 사업을 구축했다. 세 사람은 구조를 읽었다.

밀린 소농은 땅을 잃었다. 수직공은 임금의 82%를 잃었다. 번역가는 말을 잃었다. 세 사람은 구조에 의해 삼켜졌다.

밀린 자가 없었다면 읽은 자도 없었다.

그리고 59년이 걸렸지만, 비길레스는 만들어졌다. 크라수스의 사설 소방대가 사라지고, 로마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 소방대가 섰다. 내전과 독재와 공화정의 죽음을 거쳐서. 그러나 만들어졌다.

우리 앞에도 화재가 있다.

이번에는 건물이 타기 전에 소방대를 만들 수 있는가.

역사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 질문을 물어야 한다고 알려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