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의 어느 목요일, 서울.
수능 시험장. 감독관으로 배치된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학 영역 문제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30년간 이 시험을 위해 학생들을 준비시켰다. 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그가 가르친 것들이 거기 있었다. 18분이 지났다. 수험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연필 소리가 시험장을 채웠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문제의 절반 이상을 ChatGPT가 풀 수 있다는 것을. 작년에 직접 해보았다. 수학 30번, 이른바 "킬러 문항"을 입력했다. AI는 12초 만에 풀이 과정을 출력했다. 그의 학생들 대부분은 그 문제에 30분을 쓴다. 풀지 못하는 학생이 더 많다.
시험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수시와 정시의 갈림길로 흩어질 것이다. 그들 중 70.6%가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IED15-008]. OECD 1위. 그가 가르친 것의 가치가 4년 뒤에도 유효할까. 시험장의 정적 속에서 그 질문은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전 장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2025년을 보았다. 밀려나는 번역가와 부상하는 AI 네이티브 창업자. 기술과 자본이 제도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문장을 세 번째로 확인했다. 이 장에서는 그 뒤에 오는 질문을 던진다. 제도는 언제, 어떤 형태로 따라잡는가.
세 가지 제도를 본다. 교육, 노동법, 조세. 이 세 영역은 로마에서도, 산업혁명에서도, 기술이 경제를 뒤흔든 뒤에 가장 격렬하게 논쟁되었던 주제다. 그리고 세 영역 모두, 2026년 현재 근본적 재설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1. 교육 — 산업시대의 가장 정교한 유산
교육은 역사적으로 가장 느린 제도 영역이다.
Ch.10에서 확인한 수치를 떠올리자. 아크라이트가 첫 공장을 세운 1769년부터 영국에 국가 교육 체계가 만들어진 1870년(포스터법)까지 101년이 걸렸다. 4대 제도 영역 — 노동법, 참정권, 교육, 노조 — 중 교육이 가장 늦었다. 의무 취학까지 111년. 무상 교육까지 122년.
왜 교육이 항상 가장 느린가. 노동법은 주로 고용주가 저항한다. 교육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시에 불안해한다. 교회는 교육 통제권 상실을 우려했다. 공장주는 아동 노동력을 잃을까 두려웠다.
납세자는 세금 증가를 거부했다.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 내용에 관여하려 했다.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힌 영역에서는 합의가 느리다.
그 느린 합의의 결과가 지금도 남아 있다. 학년제, 시간표, 표준 교과, 시험. 산업 사회가 요구한 기술이 교육의 내용을 결정했다. 표준화, 시간 규율, 문해력, 수리 능력.
프로이센이 1763년에 의무교육을 도입했을 때, 영국은 한 세기 뒤였다. 1870년 문해율 격차는 프로이센 약 97% 대 영국 약 76% [IED15-015]. 교육 지출은 영국 GDP의 0.2%, 독일은 1.6% [IED15-015]. 약 8배 차이였다. 그 격차가 19세기 후반 독일이 영국을 추월한 구조적 원인이 되었다.
교육에서의 선행 투자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이 교훈은 150년이 지나도 유효하다.
수능의 역설
한국은 그 교육 모델의 가장 정교한 실행자다.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 70.6%, OECD 1위 [IED15-008]. PISA 수학 성적 세계 최상위권. 사교육 시장은 세계 최대급이다. 산업시대 교육의 관점에서 한국은 완성형이다. 문제는, 그 완성형이 AI 시대에 가장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수능이 측정하는 것 — 암기, 패턴 인식, 표준화된 문제 풀이 — 은 AI가 가장 잘 수행하는 영역이다. WEF에 따르면, 기존 스킬셋의 39%가 2025~2030년 사이에 변환되거나 구식이 될 것이다 [IED15-002]. 한국의 사교육 산업은 AI가 대체할 역량을 극대화하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정답이 있는 문제에 특화된 시스템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탐색하는 능력을 가르치지 못한다.
동시에, 한국의 성인 평생학습 참여율은 33.1%에 그친다 [IED15-008]. 학위 취득은 세계 최고인데, 졸업 후 학습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산업시대 교육의 완성이자, AI 시대 교육의 시작점이다.
AI 관련 학업 부정행위가 고등교육 기관 전체 부정행위의 60~64%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다 [IED15-013]. 이것은 학생의 윤리 문제가 아니다. 교육 시스템이 AI에 적응하지 못한 증상이다. 시험이 AI로 풀리는 세상에서, 시험으로 역량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AI가 기존 교육을 위협하는 동시에, 대안적 교육 모델의 가능성도 열고 있다.
블룸의 약속, 현실의 수치
1984년, 교육학자 벤자민 블룸은 놀라운 결과를 보고했다. 1:1 개인교습을 받은 학생이 일반 교실 학생보다 2 표준편차(2-sigma) 높은 성과를 보였다 [IED15-014]. 모든 학생에게 개인교사를 붙일 수는 없다. 이것이 "블룸의 2시그마 문제"였다. AI 튜터링은 이 문제를 대규모로 해결할 잠재력이 있다.
현실의 수치는 겸손하다. VanLehn의 2011년 메타분석에서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의 효과 크기는 d=0.76이었다 [IED15-006]. 50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다. 블룸이 주장한 2시그마의 38% 수준이다. Kestin 등의 2024년 연구에서 GPT-4 기반 AI 튜터의 효과는 d=0.73~1.3으로 나타났다 [IED15-006]. 대학 물리학 대상 무작위 대조 실험(RCT)이다. 학습량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시간은 18% 절감되었다 [IED15-016].
2시그마는 아니다. 1시그마도 교육적으로는 의미 있는 수치다.
칸아카데미의 AI 튜터 Khanmigo가 규모의 증거를 보여준다. 2024~25학년도에 사용자가 4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급증했다. 2026년 초 기준 약 140만 명이다 [IED15-005]. 살만 칸은 2025년까지 10만 명 도달을 예상했다. 실제는 14배를 초과했다. 소크라테스식 설계가 핵심이다. 답을 주지 않고 "첫 번째 단계가 뭐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다.
규모의 증거와 효과의 증거는 다르다. Khanmigo의 학습 효과에 대한 독립적인 대규모 RCT는 아직 부재하다. 140만 명이 사용한다는 것은 접근성의 증거이지, 학습 성과의 증거가 아니다.
100년이 필요한가
한국 정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5년 3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시작되었다 [IED15-009]. 초등 3~4학년, 중1, 고1의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이 대상이다. 2028년 전면 시행이 목표다. 교사 교육 예산은 3년간 약 7,400억 원이다 [IED15-009].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목표도 세워졌다 [IED15-010].
싱가포르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SkillsFuture 프로그램으로 "학위 기반"에서 "역량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구인공고의 약 80%가 학력 요건을 두지 않는다 [IED15-007]. 미국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약 63%가 4년제 학위가 비용 대비 가치가 없다고 응답했다 [IED15-007]. 컴퓨터 과학 대학원 등록은 2025년 가을 15% 감소했다 [IED15-012]. AI가 가장 먼저 "자신의 분야" 교육을 침식하고 있다.
WEF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력의 59%가 2030년까지 리스킬링이 필요하다. 이 중 11%, 약 1억 2천만 명은 재교육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IED15-001]. IDC는 AI 스킬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손실을 2026년까지 5조 5천억 달러로 추산한다 [IED15-004]. 직원 1인당 AI 업스킬링 비용은 약 1,400달러다 [IED15-011].
1,400달러와 5조 5천억 달러. 이 비대칭은 투자의 기회이자 정책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산업혁명에서 교육 적응에 101년이 걸렸다. AI 시대에 101년은 없다. 가속 요인은 존재한다 — 실시간 정보, 기존 교육 인프라, 글로벌 벤치마킹, AI 자체의 교육 도구화. 감속 요인도 강력하다 — "무엇을 가르칠지" 모르는 것은 "학교가 없는 것"보다 더 마비적이다. 기술 변화 주기(6~12개월)와 교육과정 개편 주기(5~10년)의 구조적 불일치가 핵심 장애물이다.
2. 노동법 — 법의 존재와 법의 작동은 다르다
1833년, 영국 의회는 공장법을 통과시켰다. 이전에도 법은 있었다. 1802년 도제 건강법, 1819년 면직물법. 법의 문구는 존재했으나 집행 장치가 없었다. 1833년법의 핵심 혁신은 4명의 유급 공장감독관을 임명한 것이다. 감독관 없는 법률은 의미 없는 법률이었다.
4명이 4,000개 공장을 감독한다 [ILL15-040].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중요했던 이유는 원리의 확립이었다. "국가가 민간 기업의 노동 조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원리. 그 원리 위에 이후 45년간의 점진적 확대가 쌓였다.
AI 시대에 같은 패턴이 보인다.
EU AI Act가 2024년 8월 발효되었다 [ILL15-001]. 고용 관련 AI를 고위험(high-risk)으로 분류했다. 채용, 승진, 해고, 업무 배분, 성과 모니터링이 대상이다. 노동자에게 사전 고지 의무를 부여했다 [ILL15-002].
EU Platform Workers Directive는 "법적 추정"을 도입했다 [ILL15-004]. 플랫폼이 통제와 지시를 행사하면 고용 관계로 추정된다. 한국 AI 기본법은 2026년 1월 시행되었다 [ILL15-012]. 세계 두 번째 포괄 AI 규제법이다.
입법 반응 속도는 빨라졌다. 산업혁명에서 첫 실효적 대응까지 64년이 걸렸다. AI 시대에서 EU AI Act까지 2년이다. 약 16~32배 빠른 첫 입법 반응이다 [ILL15-026].
법의 존재와 법의 작동은 다르다. EU AI Act의 고위험 의무는 연기 가능하다. 전면 적용이 2027~2028년으로 밀릴 수 있다 [ILL15-027]. 뉴욕시 Local Law 144는 자동화된 고용 결정 도구에 연 1회 편향 감사를 의무화했다 [ILL15-007]. 시행 2년 만에 집행 미비 지적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Proposition 22는 플랫폼 노동자의 독립계약자 지위를 확인했다 [ILL15-024]. 4년간 임금과 건강보험 이행을 검증하는 기관이 없었다.
1819년 Cotton Mills Act — 감독관 없는 법률 — 와 구조적으로 동일한 패턴이다.
알고리즘이 상사가 되었을 때
현대 노동법은 네 가지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인간 노동자가 인간 관리자의 지시 하에 일한다. 노동시간은 측정 가능하고 한정적이다. 업무 결과물의 귀속은 고용 관계로 결정된다. 해고와 승진은 인간의 판단에 의한다.
AI가 이 네 전제를 동시에 침식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61%가 AI 기반 분석으로 직원의 생산성과 행동을 측정한다 [ILL15-017]. 74%가 온라인 추적 도구를 사용한다. 90%가 모니터링 도구에 의존한다. 모니터링 대상 직원의 56%가 스트레스와 긴장을 보고한다 [ILL15-018]. 모니터링을 받지 않는 직원은 40%다. 16%포인트의 격차.
GDPR 제22조는 완전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ILL15-006]. "의미 있는 인간 개입"이 요구된다. AI가 "이 직원의 성과 점수는 하위 10%"라고 보고할 때, 관리자가 3초간 보고 승인 버튼을 누르면 "인간 결정"인가. GDPR은 형식적 승인(rubber stamp)을 금지한다 [ILL15-038]. 무엇이 형식적이 아닌 승인인지의 기준은 불분명하다.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는 2022년 기준 약 79만 5,000명이다 [ILL15-014]. 전체 취업자의 약 3%. 2023년 7월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었다 [ILL15-015]. 복수 플랫폼 종사자도 산재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보호는 시작되었으나, 건강보험과 연금은 여전히 적용 밖이다. 대법원은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확대하고 있다 [ILL15-016].
미국 연방 수준에서는 2026년 3월 현재 포괄적 AI 고용 규제법이 없다 [ILL15-010]. 2024년 41개 주에서 400건 이상의 AI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ILL15-031]. "No Robot Bosses Act"는 미통과다 [ILL15-011]. "Stop Spying Bosses Act"도 미통과다. 연방 차원의 통합 프레임워크 부재는 기업에게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의 기회를, 노동자에게는 보호의 공백을 만든다.
감시의 강화와 보호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될 때, 안전망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투자자에게 이 구간은 양면적이다. AI 감시 기술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으나, 규제 역풍이 언제 올지 모른다. 규제 차익의 창이 열려 있는 동안 성장하는 기업과, 그 창이 닫힐 때 적응하는 기업을 구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노나에서 보장소득까지
생계가 파괴되면 복지 수요가 발생한다. 이 패턴은 세 시대에 걸쳐 반복된다.
로마에서 라티푼디움이 소농을 밀어냈을 때, 도시로 이주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곡물 보조금(안노나, annona)이 지급되었다. BC 123년 렉스 프루멘타리아(Lex Frumentaria)가 시작이었다. BC 58년 무상으로 전환되었다. 그 이후 어떤 정치인도 안노나를 철회하지 못했다 [ILL15-028].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수직공을 대체했을 때, 복지 체계가 진화했다. 1601년 엘리자베스 구빈법에서 시작되어, 1834년 신구빈법을 거쳐, 1942년 베버리지 보고서로 이어졌다 [ILL15-028].
AI 시대에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 그 연속선 위에 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에서 100개 이상의 보장소득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ILL15-023].
실험 결과가 쌓이고 있다. 핀란드(2017~2018)는 실업자 2,000명에게 월 560유로를 24개월간 지급했다. 고용 효과는 미미했다 — 연간 고용일 수가 6일 증가했을 뿐이다 [ILL15-020]. 생활 만족도는 7.3 대 대조군 6.8. 정신건강과 인지능력은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핀란드 정부는 실험 연장을 거부했다 [ILL15-035]. 고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정치적으로 "실패"로 읽혔기 때문이다.
스톡턴 SEED(2019~2021)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저소득 주민 131명에게 월 500달러를 24개월간 지급했다 [ILL15-021]. 정규직 취업률이 28%에서 40%로 올랐다. 대조군은 32%에서 37%로. 12%포인트 대 5%포인트. 지출의 1% 미만이 주류와 담배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소득 안정성과 정신건강 개선이 유지되었다 [ILL15-036].
케냐 GiveDirectly 실험은 세계 최대 규모다. 약 23,000명, 195개 마을, 12년 장기, 3,000만 달러 프로젝트 [ILL15-022]. 수혜자의 자영업 전환이 증가했다. 노동 공급 감소는 없었다. 지급 구조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발견이 핵심이다. 대규모 일시금은 투자를, 장기 UBI는 저축과 위험 감수를 이끌었다 [ILL15-037]. 단기 UBI는 영양과 심리 개선만을 보였다.
세 실험이 시사하는 것은, UBI가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어떤 형태로"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이내 선진국 다수가 어떤 형태의 보장소득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보편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재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재원 문제는 다음 절에서 다룬다.
3. 조세 — 보이지 않는 부를 어떻게 과세할 것인가
1799년, 영국 총리 윌리엄 피트는 소득세를 도입했다. 나폴레옹 전쟁의 자금이 필요했다. 최고세율 10%. 목표는 1,000만 파운드였으나 실제 수입은 600만 파운드에 그쳤다 [ITX15-001]. 1802년 폐지되었다. 1803년 재도입.
1816년 다시 폐지되었다. 1842년 로버트 필 총리가 영구 제도화했다. 세율 3%. 긴급 도입에서 영구 제도화까지 43년 [ITX15-017].
소득세는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부의 형태에 대한 대응이었다. 공장 이윤, 금융 수익. 토지세(land tax)로는 공장주의 이윤을 포착할 수 없었다. 1700년 영국 세수의 약 60%가 토지세에서 나왔다 [ITX15-025]. 1914년에는 약 5%로 떨어졌다.
소득세가 0%에서 약 40%로 올랐다. 상속세가 0%에서 약 15%로. 세금 체계 전체가 약 150년에 걸쳐 재설계되었다 [ITX15-025].
각각의 새로운 세금 수단은 "급진적"이라고 저항받았다. 결국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세수 기반
AI 시대에 같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연방 세입(2023 회계연도) 구조를 보자. 개인소득세 49%, 급여세 36%, 법인세 9%, 기타 6% [ITX15-002].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비율이 약 85%다. AI가 인지 노동을 대체하면, 세수 기반의 85%가 구조적으로 침식된다.
RAND의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자동화 시나리오에서 "이중 세수 기반 취약성"이 발생한다 [ITX15-012]. 소득세 기반이 줄어들 뿐 아니라, 임금이 줄면 소비도 줄어 소비세 기반도 동시에 축소된다. 재교육과 안전망 지출이 늘어야 할 때, 세수는 줄어드는 구조다.
미국 억만장자의 실효세율은 약 8.2%다 [ITX15-011]. 중위소득 노동자는 약 25%. 상위 0.01%의 부 비중은 1980년 이후 두 배가 되었다. 피케티가 제시한 r > g가 AI로 가속되고 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구조에서, 자본 수익이 점점 소득세를 피해간다.
로봇세라는 질문
2017년 2월, 빌 게이츠가 제안했다. "연 5만 달러짜리 업무를 하는 로봇은 비슷한 수준으로 과세해야 한다" [ITX15-003]. 같은 달, EU 의회에서 매디 델보 의원이 유사한 제안을 냈다. 부결되었다 [ITX15-004]. 델보는 말했다. "시민의 우려를 외면했다."
한국은 2017년 8월 세계 최초로 "로봇세"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했다 [ITX15-005]. 자동화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포인트 축소했다. 직접세가 아니라 보조금 축소다. 이 겸손한 조치 이후 한국의 신규 로봇 설치 건수가 2012년 이래 처음 감소했다.
2025년 10월, 샌더스 상원의원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AI와 자동화가 10년 내 미국 일자리 약 1억 개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TX15-013]. 공화당 그레이엄 의원의 반응은 "사망 선고(dead on arrival)"였다.
소득세도 여러 번 "사망 선고"를 받았다. 1799년에 도입되고, 1802년에 폐지되었다. 1803년에 재도입되고, 1816년에 다시 폐지되었다. 1842년에 영구화되었다. 반복적인 죽음과 부활을 거쳐 제도가 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부의 문제
세무 조사관의 영원한 적은 탈세자가 아니라 불가시성이다.
로마의 호구감찰관(censor)이 들판을 걸으며 트리부툼(tributum)을 산정할 때, 토지는 보였다. 빅토리아 시대 세무관이 공장 장부를 검토할 때, 기계와 이윤은 측정 가능했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어떻게 "보는가." 구글 검색 알고리즘의 가치를, 메타의 소셜 그래프를, AI 코파일럿이 만드는 생산성 향상을.
"실리콘 식스"가 2010~2019년 법정 세율 대비 약 1,553억 달러를 덜 납부했다 [ITX15-006]. 메타, 애플,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다. 지적재산(IP)을 아일랜드, 싱가포르, 룩셈부르크로 이전하는 구조다. 미국 직원과 R&D가 만든 가치가 아일랜드에서 과세된다.
OECD 필라 2가 대응을 시도한다. 매출 7억 5,000만 유로 이상 다국적 기업에 최저 법인세율 15%를 적용한다 [ITX15-007]. 2024년부터 대부분의 선진국이 시행했다. 미국은 시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행정명령으로 선언했다. 이전 OECD 합의가 "의회 행동 없이 미국에 효력이 없다"고.
브루킹스 연구소는 3단계 AI 조세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ITX15-018]. 근기(近期)에는 현 체계를 유지하되 허점을 보완한다. 중기에는 소비세로 세수 기반을 이동한다. 장기에는 AI 자원 축적에 과세한다. 컴퓨트, 하드웨어가 대상이다. "AI 자본 자산 과세는 산업혁명 시대에 철강에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다." 1단계에서는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이다.
한국의 모순이 이 긴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17년에 로봇세(인센티브 축소)를 도입했다 [ITX15-005]. 2025년에는 AI R&D에 4조 2,300억 원 규모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ITX15-015]. 한쪽 손으로는 자동화를 억제하고, 다른 손으로는 AI 투자를 촉진한다.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약 1,012대다 [ITX15-022]. 세계 최고다.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약 72%에서 2050년 약 55%로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화와 과세의 긴장이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곳이 바로 한국이다.
3시대에 걸쳐 세수 기반의 이동이 반복된다 [ITX15-024]. 로마는 가시적 부(토지)에서 불가시적 부(속주 무역)로 이동했다. 산업혁명은 토지에서 공장 이윤과 금융 수익으로. AI 시대는 노동소득에서 데이터, 컴퓨트, 알고리즘 가치로. 매번 기존 세금 체계는 새로운 부를 포착하지 못했다. 매번 새로운 세금 수단이 발명되었다.
4. 인식은 빨라졌으나, 행동은 아직이다
세 가지 제도 — 교육, 노동법, 조세 — 를 관통하는 패턴이 있다.
문제 인식 속도는 극적으로 가속되었다 [IIL15-001]. 로마에서 라티푼디움의 위험을 인식하기까지 약 60년이 걸렸다. 산업혁명에서 공장의 문제를 인식하기까지 약 26년. AI 시대에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ChatGPT가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Eloundou 등의 "GPTs are GPTs" 논문이 나왔다. 로마에서 AI까지 약 120배의 가속이다.
첫 명목적 대응도 빨라졌다 [IIL15-002]. 로마에서 그라쿠스의 토지법(BC 133)까지 약 67년. 산업혁명에서 첫 공장법(1802)까지 약 33년. AI 시대에서 미국 행정명령(2023년 10월)까지 약 1년. 67배 가속이다.
인식은 빨라졌다. 행동은 아직이다.
산업혁명에서 명목적 규제(1802)와 실효적 규제(1833) 사이의 격차는 31년이었다 [IIL15-003]. AI 시대에서 이 격차는 2026년 현재 최소 3년이 경과했으며, 여전히 미결이다. EU AI Act가 채택되었으나 전면 적용은 2026년 8월이다 [IIL15-004].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2023년 이후 100건 이상의 AI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포괄적 법률은 0건 통과다 [IIL15-005]. 바이든 AI 행정명령(2023년 10월)은 15개월 만에 트럼프에 의해 폐기되었다 [IIL15-007].
네 가지가 가속을 돕고, 다섯 가지가 감속시킨다.
가속 요인. 정보 속도 — 문제가 실시간으로 가시화된다. 민주적 절차 — 보통선거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 국제 협력 인프라 — OECD AI 원칙에 46개국이 참여했다 [IIL15-010]. 제도적 근육 기억 — GDPR, 독점금지법 등 규제 디자인 패턴이 축적되어 있다.
감속 요인. 규제 포획 — 빅테크의 미국 로비 지출이 연간 7,000만 달러 이상이다 [IIL15-006]. 기술적 복잡성 — EU AI Act 초안(2021)은 ChatGPT 이전에 작성되었다. 채택(2024) 시점에 기초 모델 조항을 급히 추가해야 했다. 글로벌 경쟁 — 미-중 AI 경쟁에서 규제가 리더십 양보로 읽힌다. 정치적 양극화 — 미국의 입법 교착. 분산적이고 불확실한 피해 — AI 시대에는 아직 "새들러 위원회 순간"이 오지 않았다.
새들러 위원회(1832)에서는 공장 아동이 증언했다. 의회가 움직였다. AI 시대에서 수백만 명의 지식 노동자가 점진적으로 영향받고 있다. 어떤 한 사건이 정치적 전환점을 만들지 않는 한, 포괄적 대응의 동력은 약하다.
4가지 정책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EU는 규제 선행이다. 위험 기반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EU AI Office 초기 인원은 약 140명이다 [IIL15-008]. 1833년 공장감독관 4명에서 숫자는 35배 늘었으나, 감독 대상의 복잡성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미국은 혁신 선행이다. 연방 차원 전담 AI 규제 기관이 없다. 1833년 이전의 영국과 같다. 중국은 국가 주도다. 2023년 8월 세계 최초로 생성형 AI 특화 규제를 시행했다 [IIL15-011]. ChatGPT 출시 후 9개월이다.
한국은 혼합형이다. OECD AI 도입률 1위 [IIL15-009]이면서 2026년 1월에야 포괄 AI법이 시행되었다. 도입률 최고가 규제 프레임워크 최초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느 모델도 아직 1833년 공장법에 상응하는 "실효적 규제"를 달성하지 못했다. 입법, 집행 인프라, 실증된 영향의 세 요소를 갖춘 국가는 없다.
5. 화면 앞에서 잠이 드는 사람
2025년 겨울, 서울의 한 법무법인.
경력 15년차 패러리걸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8시간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 불이 꺼진 뒤에도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가 제공한 "AI 업스킬링 과정"이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법률 AI 도구 활용법, 데이터 분석 기초.
화면에 강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눈이 감겼다. 뜨려고 했다. 다시 감겼다. 카페인이 식어가는 종이컵 옆에서 커서가 깜빡였다.
이 장면에는 190년 전의 메아리가 있다.
Ch.10에서 우리는 반일제(half-time) 아동을 보았다. 1833년 공장법이 9~13세 아동의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제한하고, 하루 2시간 교육을 의무화했다. 기록에 따르면, 6시간 노동 후 교실에 앉힌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교육은 이름뿐이었다. 그 명목적 교육에서 실질적 교육(1870년 포스터법)까지 37년이 더 걸렸다.
2025년의 패러리걸도 반일제 아동과 같은 위치에 있다. 풀타임 근무 후 재교육 시간이 없다. 비용은 자비 부담이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불확실하다. 근로자의 61%가 업스킬링을 "고려"하지만, 실제 추진 중인 비율은 4%에 불과하다 [IDW14-014]. 57%포인트의 격차.
그녀의 핵심 업무를 AI 법률 도구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판례 검색, 문서 초안. 법률 리서치 시간이 60~80% 절감되고 있다 [III14-007]. 그녀가 배우고 있는 것은 자신을 대체할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이다. Ch.14의 번역가가 AI 포스트에디팅을 "내 대체자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법"이라 느꼈던 것과 같은 구조다.
산업혁명에서 반일제 아동의 문제는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었다. 제도의 설계 결함이었다. 2025년 패러리걸의 문제도 의지의 부족이 아니다. 풀타임 근무 후 2시간 온라인 강의를 듣는 구조 자체가 1833년 공장법의 반일제만큼 명목적이다.
전환부 — 아직 오지 않은 것들
교육, 노동법, 조세. 세 영역을 관통하는 문장이 있다.
기술이 가능성을 열었고, 자본과 제도가 방향을 결정했다. 문제는, 제도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마에서 제도의 부재는 체제 전환으로 이어졌다. 공화정 내에서 개혁이 실패하자 프린키파투스(Principatus)가 왔다. 영국에서는 점진적 적응이 가능했다. 1833년 공장법에서 1928년 보통선거까지 약 100년의 점진적 개혁이 누적되었다. AI 시대에서 제도의 경로는 아직 미결이다.
세 시대를 관통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기술이 생산성을 폭발시킨다. 자본이 집중된다. 사회 불안이 커진다. 제도가 재설계된다. Part 1에서 로마를, Part 2에서 산업혁명을, Part 3에서 AI 시대를 보았다.
이제 더 큰 질문을 던질 차례다. 이 사이클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세 시대를 관통하는 공식이 있다면, 그 공식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