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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 — 밀린 자와 읽은 자

13장. 자본 집중의 새로운 형태: 빅테크, 데이터, 컴퓨팅 파워의 삼위일체


2025년 3월, 산호세 컨벤션 센터.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이 무대에 올랐다. 검은 가죽 재킷, 늘 같은 차림이었다. 스크린에 숫자가 떴다. 2025 회계연도 매출 1,305억 달러 [IGP13-002]. 전년 대비 114% 성장. 4년 전만 해도 이 회사의 매출은 167억 달러였다 [ICT13-076]. 4년 만에 약 8배.

더 놀라운 숫자가 있었다. 수주 잔량 5,000억 달러 이상 [IGP13-004]. 전 세계의 빅테크, 스타트업, 정부가 이 회사의 칩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 황은 무대 위에서 "AI 공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직원 수는 약 26,000명 [ICT13-073]. 시가총액은 약 3조 달러 수준이었다 [ICT13-077]. 직원 1인당 약 1억 1,500만 달러의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셈이었다 [ICT13-075].

253년 전,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크롬포드에 공장을 세웠을 때 약 300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다. 그 300명이 수천 명의 수직공을 밀어냈다. 젠슨 황의 26,000명은 누구를 밀어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Ch.12에서 우리는 인지 자동화의 기술적 기반을 보았다. 트랜스포머, 스케일링 법칙, 이머전트 능력. 기술이 가능성을 열었다. 이 장에서는 자본이 그 가능성을 어떻게 조직하는지를 본다.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밀려나는가.

로마의 라티푼디움은 토지에 자본을 집중시켰다. 산업혁명의 공장 시스템은 기계에 집중시켰다. AI 시대의 자본 집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1. 매그니피센트 세븐 — 역사상 가장 빠른 자본 집중

숫자부터 보자.

S&P 500 지수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국 경제의 상위 500개 기업에 고르게 분산 투자한다는 뜻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현실은 다르다.

2015년,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시가총액은 S&P 500 전체의 약 12.3%였다 [ICT13-001].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이 일곱 기업이다. 2023년에 28.6%가 되었다. 2025년 10월에는 37%에 이르렀다. 10년 만에 3배.

S&P 500에 100달러를 투자하면, 37달러는 이 일곱 기업에 들어간다. 나머지 493개 기업이 63달러를 나눈다. "분산 투자"의 의미가 달라졌다.

역사적 맥락을 잡아보자. 1999~2000년, 닷컴 버블의 정점에서 S&P 500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은 약 27%였다 [ICT13-011]. 시장은 그것을 "버블"이라 불렀다. 2025년의 상위 10개 기업 비중은 약 41% [ICT13-003]. 닷컴 버블 정점의 약 1.5배다.

차이가 있다. 닷컴 기업들은 꿈을 팔았다. 오늘의 빅테크는 이익을 낸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2024년 매출 합계는 약 2조 200억 달러 [ICT13-005].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연간 순이익 1,000억 달러를 넘었다 [ICT13-010]. MAGMAN 6개사의 2024년 이익 성장률은 전년 대비 31.7%였다. 나머지 S&P 494개사의 성장률은 13.0% [ICT13-008].

이 집중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빅테크는 세 가지를 동시에 지배한다 [ICT13-052]. 데이터, 컴퓨팅 파워, AI 모델. 이 삼위일체(trinity)가 역사상 유례없는 수직 통합을 만들어냈다.

로마의 크라수스는 토지와 노예와 소방대를 수직 통합했다. 아크라이트는 방적기와 공장 시스템과 노동 규율을 통합했다. 빅테크는 칩부터 클라우드, 모델, 서비스까지 전체 스택을 통합한다.

생산의 핵심 요소를 통제하는 자가 경제 구조를 지배한다 — 이 원리가 2,000년간 변하지 않았다.


2. 데이터 — 21세기의 토지

2017년, 《이코노미스트》가 선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더 이상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다."

절반만 맞았다.

데이터는 석유보다 토지에 가깝다. 석유는 소모재다. 태우면 사라진다. 데이터는 비경합재(non-rival good)다. 사용해도 줄지 않는다.

석유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데이터의 가격은 대부분 0이다. 사용자가 "무료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한다. 핵심적 유사성은 다른 곳에 있다. "누가 소유하는가"라는 질문이 경제 구조 전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토지도 그랬고, 데이터도 그렇다.

수치로 보자. 구글(Google)의 글로벌 사용자 1인당 연간 광고 수익은 약 47달러다. 미국 사용자 기준으로는 약 454달러 [IDD13-004]. 메타(Meta)의 글로벌 ARPU(사용자당 평균 수익)는 약 49.63달러 [IDD13-005]. 미국 사용자 기준 빅테크 3사 합산 가치는 연간 약 1,274달러로 추정된다 [IDD13-006].

프랑스의 한 소비자 설문에서, 개인 데이터를 판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1~100유로 범위였다 [IDD13-014]. 기업이 실제로 추출하는 가치와 10배 이상의 격차. BC 2세기 로마의 소농은 자기 땅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다. 라티푼디움 소유자가 그 땅에서 올리브유를 대량 생산하여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소농은 알지 못했다. 데이터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이 격차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오면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더 많은 데이터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든다. 더 나은 서비스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온다. 자기강화 순환이다 [ICT13-023].

구글 검색의 글로벌 점유율은 약 89.3~89.7%다 [ICT13-024]. 10년 넘게 90% 내외를 유지했다. 2024년 말, 처음으로 90% 아래로 내려왔다. 모바일에서는 여전히 93.88% [ICT13-025]. 최근접 경쟁자 빙(Bing)의 점유율은 4.01%.

넷플릭스(Netflix)의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콘텐츠의 80%에 영향을 미친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ICT13-026]. 맥킨지에 따르면, 데이터 기반 조직은 고객 획득 가능성이 23배, 유지 가능성이 6배 높다 [ICT13-026].

이것은 로마 도로의 네트워크 효과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Ch.2에서 보았듯, 도로가 많아질수록 교역이 늘었고, 교역이 늘수록 도로 건설의 경제적 정당성이 커졌다. 결정적 차이가 있다. 로마의 도로는 공공재였다. 제국이 소유했다. 데이터 플라이휠의 소유자는 사기업이다.

여기서 "데이터는 새로운 토지"라는 비유가 힘을 갖는다. 세 번의 인클로저(enclosure)를 비교할 수 있다.

첫 번째 인클로저. BC 3세기 이후, 로마의 아게르 푸블리쿠스(ager publicus)가 사유화되었다 [IDD13-013]. 정복지를 국유지로 선포하고 시민에게 사용권을 부여한 공유지였다. BC 367년 리키니우스-섹스티우스법은 개인 보유 상한을 500유게라로 정했다. 법은 지켜지지 않았다. 부유한 가문이 상한을 초과하여 점유했고, 라티푼디움이 확산되었다 [ICT13-044].

두 번째 인클로저. 1604~1914년, 영국에서 5,200건 이상의 인클로저 법이 통과되었다. 잉글랜드 전체 면적의 약 20%, 약 680만 에이커가 사유화되었다 [IDD13-012]. 공유지를 잃은 소작농과 무토지 노동자가 도시로 몰려들었다. 산업혁명의 노동력이 만들어졌다.

세 번째 인클로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공간과 사용자 생산 데이터가 사유화되고 있다. 법학자 제임스 보일(James Boyle)은 지적재산권의 확대를 "2차 인클로저 운동"이라 불렀다. 이 책은 보일의 비유를 데이터 사유화로 확장한다. 주보프(Shoshana Zuboff)는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행동 잉여(behavioral surplus)"의 사유화를 분석했다. 폴라니(Karl Polanyi)가 경고한 시장에 의한 사회의 포섭이 디지털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차이는 수단에 있다. 로마의 귀족은 불법 점유와 정치적 연줄로 공유지를 가져갔다. 영국의 지주는 의회 입법으로 공유지를 인클로저했다. 빅테크는 이용약관(Terms of Service)으로 데이터를 사유화한다. 법적 동의이지만, 실질적 선택지는 없다. 구글을 쓰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불편하다.

세 번의 인클로저에서 공통 패턴이 드러난다. 공유 자원이 존재한다. 생산성 혁신이 그 자원의 가치를 높인다. 자원이 가치 있어지면 강한 자가 사유화한다. 약한 자는 자원으로부터 분리된다. 제도적 대응이 시도되지만, 사유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ICT13-050].

속도가 핵심이다. 로마의 인클로저는 약 200년이 걸렸다. 영국의 인클로저는 핵심 기간만 약 100년이다. 디지털 인클로저는 약 20년 만에 진행 중이다 [ICT13-053].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도적 대응의 시간은 줄어든다.

유한성의 문제도 있다. 인류가 생산한 공개 텍스트의 총량은 약 300조 토큰이다 [IDD13-011]. 이것이 문명이 지금까지 기록한 지식의 총체다. AI 학습 데이터셋은 연간 약 2.5배씩 성장하지만, 컴퓨트 성장률은 연간 약 4배다 [IDD13-017]. 격차가 1.6배. 고품질 텍스트 데이터의 고갈은 약 2028년으로 예상된다.

데이터가 "새로운 토지"라면, 고품질 학습 데이터는 "비옥한 토지"다. 비옥한 토지는 유한하다. 이미 대부분을 학습한 빅테크에 선점의 우위가 있다. BC 2세기 이탈리아 반도에서 경작 가능한 토지가 유한했던 것과 구조적으로 같다.


3. 컴퓨팅 파워 — 새로운 전략 자원

산업혁명에서 석탄이 에너지의 원천이었다면, AI 시대의 에너지는 연산 능력이다.

그리고 이 연산 능력의 공급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집중되어 있다.

엔비디아의 AI GPU 시장 점유율은 약 86~92%다 [ICT13-031]. 이 숫자를 120년 전의 숫자와 나란히 놓아보자. 1899년,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의 미국 정유 시장 점유율은 90%였다 [ICT13-012]. 1904년에 91%로 정점을 찍었다. 120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산업에서 동일한 숫자가 등장한다.

스탠더드 오일은 1911년 셔먼 반독점법에 의해 34개 회사로 분할되었다 [ICT13-013].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치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더 좋은 제품을 더 빠르게 만들어낸 것이 이유의 한 축이다.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든 전환 비용(switching cost)도 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축이다. 수백만 명의 개발자가 CUDA 위에서 코드를 작성했다. 대안 플랫폼으로의 이전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비용이 크다. 독점의 원천이 다르면, 법의 언어도 달라진다.

프론티어 AI 모델의 학습 비용이 이 집중을 가속한다. GPT-4의 학습에는 컴퓨트 비용만 약 7,800만 달러가 들었다 [ICT13-018]. 구글의 제미나이 울트라(Gemini Ultra)는 약 1억 9,100만 달러. 인건비, 인프라, 데이터 취득, 실패한 실험의 비용을 더하면 수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ICT13-021]. 학습 비용은 지난 8년간 연평균 2~3배씩 증가했다 [ICT13-020]. 2027년까지 단일 학습 비용이 1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에포크 AI(Epoch AI)의 분석이 이 추세의 의미를 정리한다. "학습 비용 추세가 지속되면, 가장 잘 자금을 확보한 소수의 조직만이 프론티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ICT13-022].

빅테크의 대응은 수직 통합이다. 구글은 2015년부터 자체 AI 칩 TPU를 개발해왔다. 2025년 11월, 7세대 TPU 아이언우드(Ironwood)를 출시했다 [ICT13-035]. 아마존은 트레이니엄(Trainium) 칩을 개발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모델 학습에 40만 개를 투입했다 [ICT13-036].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아(Maia) 칩을 오픈AI와 공동 설계했다 [ICT13-037]. AI 모델과 칩을 동시에 개발하는 코-디자인(co-design)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ICT13-039].

이 수직 통합은 범용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독립 AI 연구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커스텀 칩은 범용 GPU 대비 총소유비용을 약 40~65% 절감한다 [ICT13-038]. 내부 추론 워크로드의 50% 이상이 이미 커스텀 칩에서 처리된다.

AI 스타트업 생태계도 이 구조를 반영한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로 역사상 가장 높은 비상장 기업 가치다 [ICT13-056]. 앤트로픽은 1,830억 달러(4위). 두 회사만으로 2025년 글로벌 벤처 투자의 14%를 차지한다.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의 자금 조달은 800억 달러다. 글로벌 AI 펀딩의 40%에 해당한다 [ICT13-057]. 상위 10개 AI 기업이 전체 AI 펀딩의 76%를 가져간다.

독립적 AI 스타트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앤트로픽에는 구글이 10억 달러 이상, 아마존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ICT13-058]. 오픈AI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투자를 했다. 빅테크가 잠재적 경쟁자에게 직접 투자하는 구조. 자본의 논리가 경쟁의 논리를 흡수한다.

자본 지출의 규모가 이 집중의 물리적 실체다. 빅테크 4사의 AI 설비투자 합계를 보자. 메타,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2020년 1,070억 달러에서 2024년 2,560억 달러로 올랐다 [ICT13-040]. 2025년에는 약 3,200~4,050억 달러. 2026년에는 약 6,600~6,900억 달러가 전망된다 [IGP13-043]. 2년 만에 약 2.5배.

이 규모를 맥락에 넣어보자. 미국 칩스법(CHIPS Act)의 반도체 제조 직접 보조금은 390억 달러다 [IGP13-025]. 빅테크의 2026년 AI 인프라 투자는 그것의 약 17배. 민간 기업이 국가적 산업정책의 규모를 넘어선다.

닷컴 버블 시기의 광섬유 인프라 투자와 비교해도, 현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당시를 크게 초과한다 [ICT13-043]. 투자자 사이에서 "AI 버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혁명 시기의 철도 버블(Railway Mania, 1840년대)과 구조적 유사성이 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수익 실현 전에 선행된다.


4. 반도체 — 보이지 않는 병목

자본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병목에 도달한다.

TSMC. 대만적체전로제조(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반도체 위탁 제조 시장에서 매출 기준 70~71%의 점유율 [IGP13-012]. 첨단 공정(3nm, 2nm)에서는 90% 이상 [IGP13-013]. 10nm 미만 첨단 반도체는 대만이 92%, 한국이 8%를 생산한다 [IGP13-014]. 100%가 동아시아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하나의 칩을 만드는 데 평균 25개국이 관여한다 [IGP13-016]. 반도체 가치 사슬에서 한 지역이 65% 이상을 점유하는 지점이 50개 이상 존재한다 [IGP13-015].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의 집합이다.

더 극단적인 집중이 있다. ASML. 네덜란드의 이 회사는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100%를 공급한다 [IGP13-018]. EUV 없이는 7nm 이하 첨단 칩을 만들 수 없다. 하나의 EUV 시스템에는 45만 7,0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IGP13-021]. 핵심 광학 부품은 독일 차이스(Zeiss)가 15년에 걸쳐 개발했다.

800개 이상의 글로벌 공급업체가 이 생태계를 구성한다. 30년간의 R&D 누적이 사실상 넘을 수 없는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 이것은 "자연적 독점"에 가깝다. 스탠더드 오일의 독점은 경쟁자를 인위적으로 배제한 결과였다. ASML의 독점은 기술적 복잡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결과다.

대만 국민의 84%가 "반도체 산업이 대만을 보호한다"고 응답했다 [IGP13-023].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 기술적 독점이 지정학적 억지력으로 기능하는 전례 없는 사례다. 전면 충돌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만 해협 분쟁의 글로벌 경제 손실은 10조 달러에 이른다 [IGP13-022].

각국은 이 집중을 분산시키려 한다. 미국 칩스법은 총 2,800억 달러 규모다. 2026년 1월까지 6,400억 달러 이상의 반도체 공급망 투자를 이끌어냈다 [IGP13-026]. TSMC는 애리조나에 초기 40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5년에 1,000억 달러를 추가 발표했다 [IGP13-024]. EU 칩스법은 690억 유로의 투자를 불러왔다 [IGP13-028].

에너지 문제가 또 다른 병목이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4년 183 TWh에서 2030년 325~580 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IGP13-038].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다 [IGP13-039].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과 20년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IGP13-041]. 835MW 출력, 총 계약 규모 160억 달러. 1979년 미국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이 AI 데이터센터의 전원으로 되살아난다. 인류가 한때 두려워했던 에너지원을, 인류가 한때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을 위해 다시 껴안는 역설이다.


5. 슈퍼스타 경제와 노동의 미래

이 모든 집중이 어디로 귀결되는가. 노동 — 즉, 보통 사람의 소득 — 에서 자본으로의 이동이다.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70년 약 65.4%에서 2024년 약 56.8%로 하락했다 [IIQ13-001]. 54년간 약 8.6%포인트. 미국 GDP 25조 달러 기준으로, 이것은 연간 약 2조 1,500억 달러가 노동에서 자본으로 이전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카라바르부니스와 나이먼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59개국 중 42개국(71%)에서 노동분배율이 하락했다 [IIQ13-002]. 글로벌 추세다.

원인은 무엇인가. 아우토르(Autor) 등의 2020년 연구가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IIQ13-003]. "슈퍼스타 기업의 부상." 미국 6개 주요 산업 모두에서 매출 집중도가 상승했다. 집중도가 가장 많이 상승한 산업에서 노동분배율의 하락이 가장 컸다. 소수의 초생산적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이 기업들의 낮은 노동분배율이 경제 전체를 끌어내린다.

아세모글루와 레스트레포(Acemoglu & Restrepo)의 연구는 인과 관계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IIQ13-006]. 자동화가 미국 임금 불평등 확대의 50~70%를 설명한다. 산업용 로봇 1대당 해당 지역 고용이 6명 감소하고, 임금이 0.42% 하락한다. 2015년, 미시간 한 자동차 공장의 용접 라인에서 로봇 6대가 도입되었다. 36명의 용접공 중 30명이 배치 전환을 통보받았다. 숫자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AI는 이 패턴을 인지 노동으로 확장한다. 코리넥과 스티글리츠(Korinek & Stiglitz)는 AI를 "자본 편향적 기술 변화의 극단적 사례"로 규정했다 [IIQ13-007]. 노동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자본을 보완한다.

산업혁명의 엥겔스 폴즈(Engels' Pause)를 떠올려보자. Ch.9에서 보았듯, 1780~1840년 영국에서 생산성은 88.6%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5.2% 하락했다 [IIQ13-011]. 생산성과 임금의 괴리가 60년간 지속되었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 산업혁명의 밀린 자는 비숙련 또는 반숙련 육체노동자였다. AI 시대의 밀린 자는 고숙련 지식노동자다 [IIQ13-015]. 법률, 회계, 번역, 코딩. 사회적 발언권이 높은 계층이다.

Ch.12에서 우리가 본 것을 기억하자. 엘룬두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노동력의 약 80%가 업무의 최소 10%에서 LLM의 영향을 받는다 [IAI12-112]. 고소득, 고학력 직군의 노출도가 더 높다. "인지 프롤레타리아트" — 이 용어는 학술적 정의가 아닌 분석적 유추다.

로마의 프롤레타리아트는 법적 지위였다. 재산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민. AI 시대의 밀린 자는 법적 범주가 아니라 경제적 취약성으로 정의된다.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유사성은 분명하다.

투자자가 메모할 만한 인사이트가 여기 있다. 노동분배율의 하락은 기업 이익의 상승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투자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노동자는 동시에 소비자다. 노동소득이 줄어들면 소비 기반이 축소된다.

로마가 경험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Ch.4에서 보았듯, 소농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면서 제국은 곡물 보조금으로 소비를 유지해야 했다. "빵과 서커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증상을 관리하는 접근이었다. 단기 안정과 장기 위기를 동시에 만들었다. AI 시대의 투자자가 같은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6. 제도는 기술을 따라잡는가

스탠더드 오일의 궤적이 참조점이 된다. 독점 형성 1870년. 셔먼 반독점법 제정 1890년. 해체 판결 1911년. 약 40년이 걸렸다 [ICT13-012].

빅테크의 궤적은 아직 진행 중이다. 2024년 8월, 연방 판사가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을 유지했다고 판결했다 [ICT13-061]. 미국 법무부(DOJ)는 크롬 브라우저 매각, 번들링 금지 등 구조적 조치를 요구했다 [ICT13-062]. 구제 심리가 2025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같은 시기, 메타에 대해서는 연방 판사가 "독점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ICT13-063]. FTC가 패소. 아마존 반독점 소송은 2026년 10월 재판 예정 [ICT13-064]. 애플 소송은 초기 단계로 수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ICT13-065].

EU는 더 공격적이다. 2024년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EU AI Act을 채택했다 [ICT13-066]. 2026년 8월 전면 적용 예정이다. 2025년에는 구글에 29.5억 유로, 애플에 5억 유로, 메타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CT13-068]. 2025년 12월에는 구글의 AI 모델 학습용 콘텐츠 사용에 대한 공식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 [ICT13-069].

스탠더드 오일과 빅테크의 비교에서 핵심 차이가 드러난다 [ICT13-072]. 스탠더드 오일은 단일 산업(정유)을 지배했다. 빅테크는 다중 산업에 걸친 플랫폼을 지배한다. 스탠더드 오일의 석유는 경합재(rival good)였다. 한 배럴을 내가 쓰면 당신은 못 쓴다. 데이터는 비경합재다. 전통적 독점 분석의 틀에 맞지 않는다.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독점 여부가 갈린다 [ICT13-071]. 법의 언어가 경제의 구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대응은 항상 기술적 변화보다 한 세대 뒤처진다. 로마에서 그라쿠스 개혁(BC 133)에서 아우구스투스의 제정 수립(BC 27)까지 약 106년이 걸렸다. 산업혁명에서 최초 공장법(1802)에서 보통선거(1928)까지 126년이 걸렸다 [IIQ13-010]. AI 시대의 제도 재설계에는 얼마나 걸릴 것인가.


7. 한 번역가의 2025년 [L4 개인의 체감]

수치와 추세 뒤에 사람이 있다.

서울의 한 프리랜서 번역가를 생각해보자. 경력 11년. 영한 기술 번역이 전문이었다. IT 백서, 의료기기 매뉴얼, 법률 계약서. 한 프로젝트에 1주가 걸렸고, 200만~400만 원을 받았다.

2024년 하반기부터 의뢰가 줄기 시작했다. DeepL, GPT 기반 번역 도구, 그리고 국산 AI 번역 엔진들이 시장에 들어왔다. 작은 기업들이 AI로 초벌 번역을 만들고, 번역가에게는 "감수" 작업만 의뢰했다. 단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주 프로젝트가 반나절 검수로 바뀌었다.

그는 AI 도구를 직접 배우기로 했다. GPT에 기술 문서를 넣어보았다. 30분 만에 초벌 번역이 나왔다. 예전 같으면 이틀 걸렸을 작업이었다. 품질은 놀랍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문맥에 따른 용어 선택, 업계 관행의 반영, 법률 문서의 뉘앙스 — 이런 것들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했다.

문제는 클라이언트가 그 차이를 인식하느냐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했다.

미드저니(Midjourney)의 직원 수는 약 40명이다. 매출은 연간 2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IIQ13-009]. 인당 매출 약 400만~5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전통적 기업의 약 17배. 40명이 수십만 명의 전문가가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Ch.12에서 만났던 번역가 마르코의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14년 경력, 2~3년 만에 소득 80% 감소. 이 서울의 번역가의 궤적도 비슷하다. 산업혁명의 수직공이 25~30년에 걸쳐 경험한 일이, 지금은 2~3년 안에 일어난다.

생존자 편향을 인정해야 한다. AI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번역가 중 일부는 오히려 생산성이 3~5배 올라 수입이 늘었다 [IIQ13-013]. "읽은 자"다. 같은 기술에 노출되어도 결과는 정반대가 된다.


8. 전환부 — 생산의 핵심 요소, 집중의 속도

이 장에서 우리는 AI 시대 자본 집중의 삼위일체를 보았다.

첫째, 데이터. 디지털 인클로저를 통해 사용자 생산 데이터가 소수 기업에 사유화되고 있다. 세 번째 인클로저는 첫 번째(로마)와 두 번째(영국)보다 빠르고, 보이지 않는다.

둘째, 컴퓨팅 파워. 엔비디아의 90%, TSMC의 90%, ASML의 100%. 연산 능력의 공급 구조는 극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은 점점 더 소수의 자본력 있는 조직만의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셋째, AI 모델. 상위 10개 AI 기업이 전체 AI 펀딩의 76%를 차지한다. 빅테크는 잠재적 경쟁자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독립적 AI 스타트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역사적 비교로 보면, 생산의 핵심 요소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ICT13-050]. 토지(로마)에서 기계와 자본(산업혁명)으로, 다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AI 시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패턴이다. 핵심 요소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집중이 사회 구조를 뒤흔든다.

변한 것은 속도다 [IIQ13-010]. 로마의 자본 집중은 약 200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스탠더드 오일의 부상은 약 40년이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부상은 약 10년이었다. 집중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되고 있다. 제도적 대응은 역사적으로 100년 이상이 걸렸다. 속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기술이 가능성을 열었다. 자본이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제도는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 구조가 개인의 삶에서 어떻게 체감되는가. 다음 장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2025년을 본다. 밀려나는 지식노동자와 AI 네이티브 창업자. 같은 기술, 같은 시대, 정반대의 궤적. 자본 집중의 구조가 만들어낸 두 개의 운명이다.